[주장] 왜 개신교 이단에 주목해야 하는가?

신비주의 개신교 운동과 이단

등록 2018.04.17 16:35수정 2018.04.17 16:35
4
원고료로 응원
들어가는 말

요즘 체험 신앙을 강조하는 개신교 이단이 이곳저곳에서 전도를 하고 있다. 이들이 하는 말은 늘 '주류 개신교는 잘못되었고, 자신들이 다니는 교회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UCC를 보여준다며, 포교하는 이들부터 전단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포교를 한다. 잠시 그들과 대화해보면, 대개는 다른 교단에 속한 개신교인들이었다. 기존 교회에서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현재 다니는 교회'에서 해결했다고 한다. 교계에서는 이단으로 규정을 해도, 자신들의 교회는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이런 체험 신앙을 강조하는 교회, 이단으로 규정됐던 교회 중 하나가 만민중앙성결교회였다. 교주인 이재록이 수십 명의 여성도를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는 사기, 탈세 등의 행위를 했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만민중앙교회 사태를 놓고서 여러 생각이 오고간다.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할까 싶은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신비주의 개신교의 뿌리가 어떻게 됐는지를 파악해보 고자 한다. 그리고 왜 우리가 사회적으로 이를 주목해야 하는지를 보고자 한다.

a

JTBC 이재록 관련 보도 ⓒ JTBC


나운몽 기도원부터 신천지까지

만민중앙성결교회 사건에서 고민할 측면 중 하나는 '치유'의 은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낳을 수 없던 병이 낳았다'는 게 만민중앙성결교회 성도들의 주장이었다. 여러 증언들에서 볼 수 있지만, 이들은 영적 체험을 통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했다고 한다. 비개신교 신자들이 가끔 놀라는 장면은 온몸을 떨며 기도하는 사람들이다. 성령을 받았다는 것이다. '무섭다'고 생각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교회가 가진 역사적 유산들을 짚어보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종교가 '치유'하는 힘, 성령을 받는 체험을 한다는 것은 오래 됐다.

만민중앙성결교회와 같은 '치유'의 영을 가진 교회의 역사는 전후인 1950년대부터 시작된다.그 리고 이러한 신비주의 및 체험신앙은 현재 한국개신교에서 문제가 되는 소위 '이단'들의 뿌리가 된다. 체험 신앙은 1950년대부터 이어진 기도원 운동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나운몽 설립한 용문산 기도원이다. 이 기도원에서는 엑스터시 상태의 각종 은사체험이 난무했다. 온갖 질병이 나을 수 있는 체험을 한 것이다.

설립자 나운몽의 부흥집회는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기도원에서는 울부짖는 기도, 열광하는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전국적으로 부흥운동이 시작됐다. 용문산 기도원에 사람들이 갔을 무렵은 전쟁 직후였다. 당시 한국은 전쟁 후에 온갖 몸과 마음의 질병들이 사람들을 괴롭혔을 무렵이다. 이를 치료해준다는 기도원은 당연한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신비적 치유 운동이 계속되었고, 전국적인 기도원 운동은 계속해서 발전을 한다. 당시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기관이 없었던 점, 전후의 사회적인 상처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렇게 기도원이 퍼져나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대중신비주의 운동은 여러 교주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대표적인 게 천부교(한국천부교전도관부흥협회)의 박태선이다. 박태선은 전국을 돌면서 체험신학을 전수했는데, 그의 집회에는 수 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박태선은 한국전쟁 당시 '하늘로부터 오는 생수 체험과 소변을 통해서 예수의 피를 마시는 체험'을 했다는 주장을 한다. 박태선은 '전도관'을 창립한다. 그 자신이 동방 한국에 온 하느님이며, 구원받을 14만4000명을 만드는 감람나무고, 자신은 영생불사(永生不死)한다고 주장했다. 박태선은 자신이 '이긴 자', '보혜사', '동방의 의인', '말세의 의인'이라 주장한다. 박태선이 설립한 전도관에 1957년에 가입하여서 1967년 간 활동했던 이가 신천지(신천지증거장막성전)의 교주 이만희다. 현재 신천지 역시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체험 신앙'에 근거했다는 개신교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특징은 종교적 체험에 근거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병이 치유가 되는 등의 종교적 체험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주로 '종교적 체험 이후에 신앙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는 체험해봐야만 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주류 교단은 잘못됐고, 성경 중심적이다'는 것이다. 성경해석이 잘못됐다고 설명한다. 세 번째로, 하나의 교주가 신적인 자리에 굴림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태선, 노광공은 자신을 메시아라 주장했고, 나운몽은 단군설화의 한울님과 하나님이 동일하다고 주장했었다. 만민중앙성결교회와 이재록 목사 역시 이러한 특징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기도원 운동, 주류 개신교 안으로 들어오다

그렇다면 왜 한국전쟁 직후에나 유행할 수 있었던 신비주의 체험 기독교의 형태를, '평범한 교회에서 볼 수 있는 것'일까? 본래 주류 교단은 성령운동적 부흥집회의 주역인 평신도 지도자들을 예외 없이 이단으로 규정하거나, 이단시 했었다. 이들은 모두 '이 땅에 온 예수'를 못 알아보는 주류 교회를 배척하거나 비판했다. 그러나 교회는 이들 기도원의 부흥운동을 모방했다. 기도원은 주류 교회들 내부로 들어왔고, 부흥집회를 이끄는 부흥사들은 교회 안에서 그 일을 계속하게 됐다. 당시 개신교의 빠른 성장과 함께 이런 운동이 제도권 교회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김진호 제 3시대 그리스도교 연구소 연구실장에 따르면,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는 이러한 신비주의 운동을 '체계화'했다고 한다. 조용기 목사는 '신의 치유'를 선사하면서 '삼박자 구원'을 설파한다. 몸과 정신의 치유를 직간접으로 경험한 이들은 조용기의 메시지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많은 입지전적 성공담이 '간증'이라는 담론을 통해서 유포됐다. 순복음교회의 예배는 기도원을 옮겨놓은 것과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예배 곳곳에 있었던 치유가 핵심적인 사업이었다. 이러한 모델은 한국교회가 가파르게 성장했었던 70~80년대에 엄청나게 유행했다. 또한, 경제 위기가 있었던 90년대 직후에도 유행을 거두었다.

결국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신비주의 및 체험신앙'은 일반적인 교회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 되어 버렸다. 한국교회 전반에 걸쳐서 들어온 기도원 운동은, 병든 사람들과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이 종교에 의존하는 현상을 만들어 냈다. 이른바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힘든' 영적 체험들, 그리고 그것을 간증이라는 이름으로 증명했다. 어려운 사회는 현실도피와 신비주의를 자극하며 종말론적 집단에 빠져들게 한다. 기향금(2009)은 석사학위 논문에서 이원규 교수의 말을 인용하여서 "결국 극단적인 세대주의 종말론은 정치적 불안감, 사회적 고립감, 문화적 허무감이 사회에 팽배했을 때, 무력감을 느끼면서 현실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면서 확산되는 것이라 하겠다"고 했다.

맺는말

왜 우리는 개신교 이단을 봐야 하는가? 현재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이키는 개신교 이단들은 '신비주의 종파'의 계보를 잇고 있다. 개신교 신비주의 종파 운동은 한국전쟁 직후에 몸과 마음이 상처로 얼룩졌던 대중들을 대상으로 존재했었던 것이다. 현재까지도 사회의 어려움, 불암감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곳에 기댄 피해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신앙은 부모세대부터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믿음 아래서 2세대 3세대에게까지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만민중앙교회' 등 종교계의 성범죄, 세뇌, 비리, 사기를 밝혀주시고, '피해자들'이 의지 할 수 있는 제도적 도움을 마련해주십시오.>라는 청와대 청원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온다.

"저희는 만민중앙교회의 2세대, 3세대 피해자와 연대 그룹입니다. 저희는 어릴 적, 또는 태어날 때부터 그곳에 다녔습니다. 성숙하고 독립된 판단을 하기 훨씬 전부터 저희는 그곳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곳의 끊임없는 종말론은 저희가 미래를 계획할 수 없게 만들었고, 그곳의 신비주의는 저희가 아프고 병들고 스스로 판단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문제를 깨닫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늦었더라도 저희는 이 모든 문제를 바로잡고 싶습니다."

신비주의에 근거한 한국 개신교 이단은 사회적으로 지친 사람들이 기대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버렸다. 현재 사회를 탈피하고만 싶어하는 이들의 심리를 이용한 사기극이다. 불안정한 사회가 낳은 작품이 사이비 종교다. "가장 좋은 사회는 종교가 없는 사회"라고 한다. 현재까지도 자신의 삶까지도 포기한 채 신비주의 개신교에 빠진 이들이 사라지는 사회는, 안정된 사회다. 사회의 양극화, 불안정한 사회안전망 등을 돌아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종교 대신에 기댈 수 있는 곳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참고문헌
기향금. 2008. 「이단현상에 대한 종교심리학적 고찰」, 감리신학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차옥순. 2015. "한국 그리스도교계 신종교 운동의 흐름과 특징". 『한국종교』 제38집.
「교회와 신앙」. "감리교 '나운몽과 용문산기도원' 검증". 2014년 07월 23일
「기독교 포털 뉴스」. 2010. "[이단성 핵심체크] 이재록(만민중앙교회)". 2010년 03월 04일
「한겨레 21」. "치유와 기복, 개신교 성공시대 열다". 2010년 12월 14일
만민중앙교회(이재록)에 대한 이단연구보고서(예장통합)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개신교 신비주의 #신비주의 #이단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3. 3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4. 4 "남자들이 부러워할 몸이네요"... 헐, 난 여잔데
  5. 5 고립되는 이스라엘... 이란의 치밀한 '약속대련'에 당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