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기득권적 저항에도 금융개혁 반드시 추진돼야"

17일 자신의 SNS에서 금감원장 사퇴 심경 밝혀... 사회경제적 개혁 재차 강조

등록 2018.04.17 17:45수정 2018.04.1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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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논란에 곤혹스러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금융개혁과 사회경제적 개혁은 그 어떤 기득권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추진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외유성 출장 의혹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말이다. 김 전 원장은 17일 자신의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의를 밝힌 배경과 함께 그동안의 심경을 적었다.

"선관위 판단 받아들이기 어려워...지난 2년 간 문제제기 없었다"

그는 우선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누를 끼친 대통령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원장은 사의를 표명한 결정적 계기가 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의 판단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그는 "정책모임인 의원 모임에 1000만원 이상을 추가 출연키로 한 사전결의에 따라 정책연구기금을 출연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16일 선관위는 국회의원이 시민단체 또는 비영리법인 구성원으로서 종전의 범위를 넘어서는 특별회비를 낸 경우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앞서 김 원장이 의원 시절 정치후원금에서 5000만원을 연구기금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법 위반으로 본 것이다.

이어 김 원장은 "법 해석상 문제가 있는 경우 선관위는 소명자료 요구 등 조치를 하지만 지출내역 등을 신고한 이후 당시는 물론 지난 2년 간 어떤 문제제기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법률적 다툼과는 별개로 이를 정치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삼성증권 배당사고 즉각 대응 등 긍정 평가하기도

이와 함께 김 원장은 "저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재임기간이지만 진행했던 업무의 몇 가지 결과는 멀지 않은 시간에 국민들께서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증권 배당 사고 이후 금감원의 즉각적인 직접 조사를 지시하고,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에 대해서도 강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과정에서 고통 받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며 "또한 저로 인해 한 젊은이가 악의적인 프레임으로 억울하게 고통과 상처를 받은 것에 분노하고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또 김 원장은 참여연대에서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사퇴 의지를 굳혔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지난 과거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지냈었다. 그는 "참여연대 후배의 지적은 정당하고 옳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이미 저의 마음을 정했다"며 "다만 저의 경우가 앞으로의 인사에 대한 정치적 공세에 악용되지 않도록 견뎌야 하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원장은 "다시 한번 기대하셨던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아래는 김 원장이 남긴 글의 전문이다.

공직의 무거운 부담을 이제 내려놓습니다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선관위의 결정 직후 이를 정치적으로 수용하고 임명권자께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누를 끼친 대통령님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총선 공천 탈락이 확정된 상태에서 유권자조직도 아닌 정책모임인 의원모임에, 1000만원 이상을 추가 출연키로 한 모임의 사전 결의에 따라 정책연구기금을 출연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판단을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정입니다. 법 해석상 문제가 있는 경우 선관위는 통상 소명자료 요구 등 조치를 합니다만 지출내역 등을 신고한 이후 당시는 물론 지난 2년간 선관위는 어떤 문제제기도 없었습니다. 이 사안은 정말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일입니다.

그러나 법률적 다툼과는 별개로 이를 정치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어진 소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였습니다만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공직을 다시 맡는 것에 대한 회의와 고민이 깊었습니다. 몇해전부터 개인적으로 공적인 삶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에도 누군가와 했던 약속과 의무감으로 버텨왔습니다

제가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된 이후 벌어진 상황의 배경과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국민들께서 판단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재임기간이지만 진행했던 업무의 몇 가지 결과는 멀지 않은 시간에 국민들께서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에 대해 제기된 비판 중엔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어느 순간 저의 삶이 뿌리째 흔들린 뒤, 19살 때 학생운동을 시작하고 30년 가까이 지켜왔던 삶에 대한 치열함과 자기 경계심이 느슨해져서 생긴 일이라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반성하고 성찰할 것입니다

이번 과정에서 고통 받은 가족들에게 미안합니다. 또한 저로 인해 한 젊은이가 악의적인 프레임으로 억울하게 고통과 상처를 받은 것에 분노하고 참으로 미안한 마음입니다. 평생 갚아야 할 마음의 빚입니다.

참여연대 후배의 지적은 정당하고 옳은 것이었습니다. 그 소식을 접하고 과거 제가 존경했던 참여연대 대표님과 관련된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분은 평생을 올곧게 사셨고, 그 가치를 금액으로 평가할 수조차 없는 평생 모으신 토기를 국립박물관에 기증하셨던 분입니다. 그러나 공직에 임명되신 후 가정사의 이유로 농지를 매입한 일이 부동산 투기로 몰리셨고, 그 저간의 사정을 다 알면서도 성명서를 낼 수밖에 없다며 눈물 흘리는 저를 오히려 다독이시고 사임하셨습니다.

그때 이미 저의 마음을 정했습니다. 다만 저의 경우가 앞으로의 인사에 대한 정치적 공세에 악용되지 않도록 견뎌야 하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비록 부족하여 사임하지만 임명권자께서 저를 임명하며 의도하셨던 금융개혁과 사회경제적 개혁은 그 어떤 기득권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추진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다시 한번 기대하셨던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김기식 올림

#김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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