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옹진군의 이상한 행정, 그 끝이 궁금하다

등록 2018.04.17 21:31수정 2018.04.17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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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진군이 한국자산관리공사에 하나로마트 건축허가를 위해 필요한 부지는 대부ㆍ매각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공문. ⓒ 김강현


인천광역시 옹진군이 덕적 하나로마트 설립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옹진군이 '농협이 임차하려는 부지를 임대해 주지 말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보낸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2000여 명이 살고 있는 덕적면에는 변변한 마트가 없어 주민들이 생필품과 식료품 구매에 큰 불편을 겪었다. 그러던 중 옹진농협이 덕적도에도 하나로마트를 설립하겠다고 하자, 많은 주민들이 농협의 결정을 환영했다.

하지만 군은 지난 2016년 농협이 하나로마트 건축허가를 신청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건축 불허를 통보했다.

아직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불허라니. 주민들은 군의 비상식적인 행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인천시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당연히 시는 "옹진군의 행위가 위법하고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했으므로 건축 불허 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행정심판으로 군의 불허 통보가 취소되자 마트가 생길 것이라는 주민들의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다시 군은 마트의 출입도로 폭이 6미터를 넘어야 한다며 건축허가를 또 다시 미뤘다.

입점 예정 부지에는 이미 폭 4미터의 도로가 있고, 또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도로는 6미터를 훌쩍 넘는지라 주민들은 반발했다.

하지만 군은 막무가내였다. 군은 도로부지 소유자가 농협·기획재정부·옹진군 등으로 나뉘어 있으니 그 소유를 농협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농협 소유 이외의 도로부지를 농협이 매입하거나 임차할 것을 요구했다.


농협은 군의 요구에 따라 해당 부지(기획재정부 소유)를 임차해 사용하려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임차를 요청했다. 그러자 군은 캠코에 공문을 보내 농협에 대부·매각 하지 말아달라고 한 것이다.

다행히 캠코는 부지 임차를 허가해 줬다. 농협은 남은 군 소유의 부지를 매입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 군은 군 소유 부지가 국기게양대를 설치할 예정이어서 임대·임차를 해줄 수 없다고 방해했다.

이같은 비상식적인 과정을 거쳐 지난 16일 하나로마트는 어렵게 허가를 받고, 이제 착공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군이 보여준 행정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군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국기게양대와는 관련이 없다. 국기 게양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국기게양대는 애초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이 캠코로 보낸 공문도 이해하기 어렵다. 땅을 마련하면 허가를 내주겠다고 하면서 뒤로는 공문을 보내 임차 허가를 내주지 말라고 한 것이다. 공문 공개로 직권남용이 명백하게 드러난 셈이다.

결국 군이 주장했던 내용은 핑계거리에 불과했다. 당시 일부 주민들은 '군수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서 허가를 내주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설마 군수라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행동할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윤길 군수가 그동안 보여준 행정을 보면 주민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게 쉽게 이해간다.

인천평화복지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인천지부는 지난달 16일 조윤길 군수와 옹진군 건축민원 과장 등을 '불법 특혜 행정'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시사인천> 보도로 드러난 내용과 제기 된 의혹해도 군 토석채취장 토사 불법유출과 불법매립, 어업지도선의 목적외 사용, 군수 사저 예정부지 헐값 매입 의혹과 선거법 위반 논란, 면사무소 신축공사 폐건축자재 불법활용, 영흥화력발전소 기금 '쌈짓돈' 사용 등 한 두 가지가 아니었고, 제보가 끊이지 않았다.

3선 군수. 12년의 세월 동안 군림했던 조 군수는 임기 막바지에 와서 그동안의 여러 문제들이 밝혀지며 현재 검찰에 고발됐다. 국민들의 힘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대통령을 끌어내린 시대에 조 군수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게시 되었습니다.
#옹진군 #군수 #조윤길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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