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휴가는 개고생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

라이딩 첫날의 그 찬란한 기록

등록 2018.04.18 11:07수정 2018.04.1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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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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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을 채운 수많은 숫자와 활자들을 비우려고 휴가를 얻었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바람의 결 속으로 끊임없이 나를 밀어 넣고 싶었다. 코로, 입으로 들어오는 맑은 공기를 힘껏 내뱉고 싶었다.

강과 함께 흐르면서 강을 느끼고 싶었다.

공주에서 출발해 6시간 라이딩 끝에 도착한 전북 익산의 성당포구 체육공원에서 여름용 텐트를 쳤다. 모기장 위에 후라이만 쳐서 바람이 숭숭 들어왔다. 나는 오리털이 다 빠진 침낭속에서 잠을 잤다. 침낭 바깥으로 나왔더니 온몸이 오리털이다.

그는 전문 산악인들이 쓴다는 아주 든든한 침낭 속에서 잤다. 겨울용 이중 텐트였다. 땀까지 난다고 했다. 이런 그에게 밤새 추웠다고 타박을 하니 그가 내 침낭을 개면서 이렇게 대꾸했다.

"선배, 여기 보세요. 영하 22도까지 견디는 침낭이라고 적혀 있잖아요."

자전거는 더 가관이었다. 그는 40만 원대의 접이식 자전거다. 도로 주행용 타이어를 장착했다. 내리막길에서 그는 페달을 밟지 않고도 나보다 30m 정도는 더 나갔다. 안장뿐만 아니라 핸들도 자유자재로 높낮이를 조정할 수 있는 나름 고품격 자전거이다.

나는 어제 반나절 동안 자전거와 씨름했다. 안장에 비닐 모자를 씌우고 달렸다. 빵봉지였다. 오랫동안 바깥에 세워둬서 몇 년 묵은 썩은 물이 츄리닝 바지를 적셨기 때문이다. 그 안장조차도 페달을 밟을 때마다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고정이 안돼 엉덩이가 쓸렸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자전거에서 삐끄덕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마도 베어링이 마모되거나 깨진 것 같았다. 자전거의 왼쪽 핸들 손잡이를 덮은 고무 재질도 없어져서 차가운 쇠막대를 쥐고 페달을 밟았다.

하루 종일 활자와 숫자는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고, 우리가 야영을 하기로 한 곳의 지명과 남은 km 숫자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는 바람의 결 속으로 들어간 게 아니라 담벼락 같은 맞바람에 부딪혔다.

서울에서 공주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문득 떠올랐던 한 문장이 있었다.

'강은 더불어 산다.'

우린 온종일 금강을 끼고 페달을 밟았지만, 개고생 라이딩에서 강은 보이지 않았다. 여행은 이래서 좋다. 이 글에서 '그'는 자기가 금강의 주인이라고 우기는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이다.


#모이 #라이딩 #자전거여행 #휴가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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