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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영화 <그날, 바다>가 음모론?" 김어준의 반론들

[현장] 영상보고회서 질문 쏟아져... 제작진 "영화의 앵커침몰설, 유일한 가설 아냐"

18.04.18 12:13최종업데이트18.04.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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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진행된 영화 <그날, 바다> 상영보고회 현장. 김지영 감독(좌측)과 김어준 총수. ⓒ 올댓시네마


개봉 후 평일 관객만 2만 이상씩 모으며 단숨에 국내박스오피스 2위까지 치고 올라온 <그날, 바다>의 기세가 강하다. 현재 누적관객 23만 5456명을 기록하며 사회고발성 다큐로는 최승호 감독의 <공범자들>에 이어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만큼 이 영화가 품고 있는 함의가 크다는 증거일 것이다.

'세월호 침몰 원인에 다가선 첫 번째 작품'이라는 수식어만큼 이 작품이 감당해야 할 질문도 많다. 한국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언론 시사를 갖지 않고 바로 극장 개봉한 <그날, 바다> 측이 17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영상보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엔 영화를 연출한 김지영 감독, 제작자이자 출연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나왔다.

과학적 접근

사고 직후 정부가 발표한 무리한 증축, 과적, 미숙한 운항이라는 사고 원인이 대법원에 의해 불명확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후 여러 가설이 나왔지만 여전히 침몰 원인에 대해선 오리무중이다. 최종보고서 작성 기간 포함 오는 8월 활동을 종료할 선체조사위원회가 어떤 결론을 발표할지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김어준 총수는 "<그날, 바다>는 데이터를 통해 과학적으로 논증 가능한 부분만 다룬다"며 "우리가 과연 세월호 침몰 원인을 알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게 핵심"이라 말했다.

현장에선 영화가 주장한 앵커침몰설, 즉 닻에 의해 외력이 작용해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가설이 2년 전 김지영 감독과 김어준 총수가 <파파이스>에서 주장한 것에 비할 때 새로운 게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 총수는 "가설 제기로 끝낸 이유는 수사권이 없는 일반인이 해결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서"라며 "데이터를 종합해 가설을 제시했고 그 이후 일은 국가 기관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다른 가설이 있거나 정부 발표로 원인 규명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이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7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진행된 영화 <그날, 바다> 상영보고회 현장. ⓒ 올댓시네마


영화를 통해 정부가 세월호의 AIS선박자동식별장치(AIS, Auto Identification System)를 조작함으로써 진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한 김지영 감독은 "김어준 총수가 영화 제작 중에 여러 가지 반론을 제기했다"라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하신 분들을 만났는데, 공통적으로 '정부가 단순 교통사고라 주장하며 제기한 AIS 데이터가 조작이라는 걸 확실히 밝혀줘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해다. 

"3년 반 동안 조사했는데 반론 검증을 안 했을까. <파파이스>에서도 여러 차례 반론 검증을 했다. 레이더의 오차가 있지 않냐는 반론이 있는데 전문가를 통해 검증했다. 실제 침몰 지점과 레이더 상 위치가 750m 떨어졌다는 걸 영화에 넣었는데, 전문가들도 그 정도의 오차는 있을 수 없다고 하더라. 현재의 기술로는 오차가 나봤자 10m 정도다. 

이런 반론들이 청문회에서도 나왔다. 영화에 대해 반론하시는 분들은 우선 세월호 청문회 보시고, GPS에 대해 최소한의 공부를 하신 후 제기하셨으면 좋겠다. 앵커를 내릴 때 소리가 난다는 얘기도 이미 검증했다. 한꺼번에 닻을 내릴 수도, 조금씩 나눠서 제어할 수도 있다더라. 앵커설에 대해 반론 하시는 분들의 근거가 소형 배인 경우가 많은데 세월호는 선실과 객실 거리가 140m였다. 이 정도의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반론을 하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지영 감독)

"AIS에 대해서는 감독이 독학해서 분석할 수준이 된 다음에 영화 제작을 한 것이다. 지금 이 현장에서 질문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영화가 음모론이라고 비판하시는 분도 있을 거라 예상한다. 모든 가설은 입증되기 전까지 음모론의 성격을 갖는다. 근데 입증할 수 없고 부실한 결론, 그러니까 자신의 의지와 생각만 담긴 결과물이 음모론 아닌가? 이 영화를 음모론이라 한다면 정부가 초기에 발표한 침몰 원인이야말로 음모론이다. 현재까지 어떤 종류의 실험으로도 정부의 발표에 들어맞는 현상이 재현되지 않고 있다." (김어준 총수) 

이와 함께 또 다른 강력한 가설로 제기된 '잠수함충돌설'에 대한 반론도 있었다. 김어준 총수는 "그것 역시 당연히 검토가 됐다"며 "(AIS 상 이상 징후가 있으면 전송되는) 특별메시지가 한 번이 아닌 서 너 번 있었고 생존자들 역시 그 정도의 이상 징후를 경험했는데 잠수함이 그만큼 여러 번 충돌했다? 그건 설명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이 영화는 생존자들의 기억과 과학적 근거에 따라 가설을 제기하는 것이지 잠수함설을 기각하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누구의 의도인가

17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진행된 영화 <그날, 바다> 상영보고회 현장. ⓒ 올댓시네마


알려진 대로 <그날, 바다>의 원래 제목은 <인텐션>이었다. 지금은 영어 제목으로 쓰이고 있는 이 단어의 뜻은 '의도, 목적'이다. 이 때문에 영화가 직접 주장하진 않지만 영화를 본 이들 중에선 <그날, 바다>가 곧 앵커설에서 나아가 (누군가의) 고의 침몰을 주장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앵커를 누가, 왜 내렸느냐에 대한 문제는 영화에서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

김어준 총수는 "이 영화가 고의 침몰설을 주장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또한 앵커설이 유일한 가설이라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랬다면 분명하게 영화의 결론을 냈을 것"이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앵커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있다. 닻을 내리는 소리가 크다고 하는데 그걸 누가 알까? 애초에 (세월호와 비슷한) 쌍둥이 배가 있어서 그걸로 실험했으면 했는데 그 배가 팔리지 않았나. 또 인양 후 조사 과정에서 앵커를 잘라냈지 않나. 침몰 당시 어떤 조건이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도 아쉬운 점이 많다. 다만 반론에 대해선 이 영화가 제시한 만큼의 근거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까지 반가울 정도의 반론은 못 만났다." (김어준 총수)

17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진행된 영화 <그날, 바다> 상영보고회 현장. ⓒ 올댓시네마


한편 김어준 총수는 영화의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정우성 섭외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처음엔 전문 성우를 쓸까 했지만 데이터 중심인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감을 갖고 보게 하려면 배우가 좋을 것 같았다"며 "제가 제안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특급 배우의 내레이션 비용이 매우 비싸더라. 그런데 어쩌다보니 자연스럽게 노개런티가 됐다"고 말했다.

"그가 응해줄까 우려가 많았다. 세월호 관련 영화인데 내레이션을 할 수 있겠나 전후설명 없이 짧게 물었다. 2초 간 생각 후 정우성이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성사된 것이다. 그 결정에 매우 놀랐고, 지금까지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금 해외영화제에 나가 있는데 본인이 관객과 만나는 자리를 갖고 싶다고 얘기했었다." (김어준 총수) 

"제작자의 무모함이었는데 성사된 게 믿기지 않았다. 녹음 날 8시간 정도 작업하고 같이 배우와 밥을 먹는데 영화 얘길 하다가 '뉘앙스를 잘못 표현한 것 같다. 다시 녹음해야 할 것 같다'더라. 세월호에 마음이 있는 그 분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아나운서나 성우 분들로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정서가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학생들이 많이 봐주었으면 좋겠다. 세월호의 진실을 끝까지 밝히려고 하는 어른들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김지영 감독)

김어준 세월호 그날, 바다 김지영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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