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송전탑 소송 시민 집 강제 경매 착수 갈등

[단독] 비용청구 서류 보내지도 않고 법원에는 신청 이유로 밝혀

등록 2018.04.18 17:26수정 2018.04.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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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를 지나는 송전선로. 고리원전과 직선거리로 10km 정도 떨어진 이 곳을 둘러싸고는 765kV, 345kV, 154kV 등 모두 3선로의 고압 송전선로가 지난다. ⓒ 정민규


한국전력이 고리원전 인근 주민과의 송전탑 관련 소송에서 승소하자 변호사 비용을 받아내기 위해 부동산 강제경매 절차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에게는 소송비용 청구 안내도 하지 않았지만, 법원에는 '지급촉구에도 불구하고' 지급하지 않았다는 서류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기장군에 사는 A씨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자신의 집에 대한 부동산 강제경매 절차가 개시된다는 결정문을 받았다. 채권자는 '한국전력공사'(한전)였다. A씨는 지난 2015년 송전탑 건설 과정의 절차적 문제점을 제기하는 행정소송을 냈지만 패소했고, 한전의 변호사 비용까지 떠안게 됐다.

법원이 확정한 변호사 비용은 237만원 가량. 한전은 2017년 1월 19일까지 이 비용을 내라는 서류를 작성했고, 다시 그해 7월 7일까지 내라는 재청구 문건을 작성했다. 2번째 문건에서는 "기한 내 입금하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경매 등)을 실시 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적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한전은 이 서류를 작성해놓고 A씨에게 보내지 않았다. 대신 한전이 착수한 건 경매 절차였다. 한전은 올해 3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부동산 강제 경매 신청서'를 냈다. 신청서에서 한전은 "채무자(A씨)는 채권자의 지급촉구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으므로, 채권자는 소유의 별지목록 기재 부동산에 대한 강제경매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A씨가 받은 최근 받은 결정문은 바로 이 한전의 신청에 따른 것이었다. A씨는 237만원을 한전의 계좌에 입금했지만, 한전은 부동산 경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 비용까지 A씨에게 내라며 비용 청구서를 보냈다. 인지대와 송달료, 경매 예납금 등 명목의 돈만 195만원이었다.

한전 측 "업무 착오로 공문 못 보내"... A씨 "사업에 불편한 소송 낸 시민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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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송전탑 관련 소송에서 패소한 시민에게 납부 안내도 하지 않은 채 부동산 강제경매 절차를 진행해 당사자가 반발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 3월 법원에 낸 부동산강제경매신청서에서 채무자가 법원의 소송비용액 확정 판결 뒤 "지급촉구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신청서에 적은 것이 확인됐다. ⓒ 정민규


A씨는 반발하고 있다. 그는 "한전에서 소송 비용에 대한 별도의 안내가 없어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집을 경매하고 그에 따른 절차적 비용까지 모두 내라는 것은 자신들의 사업을 방해한 것에 대한 앙갚음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전 남부건설처 관계자는 1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업무 착오로 공문을 보내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전이 반드시 이를 고지할 책임이 있는지 등을 법무팀과 상의한 후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법적으로 한전이 A씨에게 꼭 소송비용을 내라고 요구할 필요는 없다. 법적으로는 법원의 소송비용액확정 결정이 있다면 한전은 A씨에게 비용을 강제 집행할 수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도 한전의 행위가 가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현직 변호사는 "아무리 법적 정당성이 있다고 해도 통상 소송비용을 청구할 때는 충분히 안내하고, 그래도 내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러한 절차가 생략됐다"면서 "230만원을 받겠다며 190만원을 들여 소송한다는 것도 가혹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A씨는 "전기 요금만 밀려도 수차례 독촉을 하고 경매 등의 절차를 밟는 것과 달리 이번은 고지도 않고 경매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한전이 자신들 사업에 불편한 소송을 낸 시민을 압박하기 위해 무리한 절차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한전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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