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성추행 사실 알리자 '자율징계', 2차 가해 저질러"

대구여성단체 "경북대 성폭력상담소장 출신 교수 10년 전 성추행, 가해자 처벌해야"

등록 2018.04.19 14:43수정 2018.04.1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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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K교수가 10년 전 제자를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나자 대구경북여성단첻르이 경북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해자 징계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 조정훈


미투(#Me Too) 운동이 사회 전체로 퍼진 가운데, 경북대 교수가 대학원생인 제자를 1년여 동안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데다 학교 측이 피해자에게 2차가해까지 가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경북대는 해당 교수의 보직을 해임하고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과 전국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는 19일 오전 경북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0년 전 K교수가 당시 대학원생인 제자를 1년 동안 상습적으로 성추행 했다며 당시 사건을 재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K교수는 2007년 경북대에서 전임강사로 재직하다 2009년 10월 조교수로 승진했으며, 경북대 인권센터가 생기기 전 성폭력상담소장을 맡았고, 현재는 인권센터 내 성희롱·성폭력대책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여성단체에 따르면, 경북대 K교수는 2008년 당시 피해자의 담당교수로 있으면서 강제로 키스를 하고 교수 연구실에 들어가면 팔을 붙잡거나 손을 잡고 나가지 못하게 하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 특히 술자리에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성추행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피해자는 주임교수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리고 가해자 징계를 요구했지만 당시 사건 처리를 맡았던 몇몇 교수들이 "경북대 내에는 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이 없다"며, 본부에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임의로 징계위원회를 꾸려 가해자와 함께 동석시킨 자리에서 사과만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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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K교수가 10년 전 제자를 성추행한 뒤 자율징계라는 명목으로 확약서를 작성하고 합의서를 작성했다. ⓒ 조정훈


그러면서 '자율징계'라는 확약서만으로 사건을 덮었다. 당시 작성한 확약서에는 "금번 교내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K교수에 대해 아래와 같이 자율징계 할 것을 확약합니다"는 내용으로 3년 간 기자재 지원 정지와 대학원생 선발 금지, 연구공간 외 공간 제한 등을 담고 있다.

또 추가로 작성한 합의서에는 "첨부한 K교수의 대학원생 성추행 관련 주요 사건에 대해 원만히 합의하였으므로 차후에 이와 관련된 형사소송 또는 손해배상 청구 등 일체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합니다"라고 적었다.


여성단체들은 이런 합의서와 확약서를 작성하면서 당시 교수들이 "학교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피해자를 회유하거나 협박하고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2차 가해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2차 가해자들은 경북대에서 승승장구하여 현재 중요 보직을 맡고 있다"며 "당시 경북대는 사건을 제대로 처리했는지, 처리 결과에도 불구하고 관련자들이 현재의 보직을 맡고 있는지 경북대 본관은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경북대에 '성폭력 범죄는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구조와 조직문화가 있는 곳에서 발생한다"며 "용기 내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는 피해자의 목소리에 위드유(#With You)로 응답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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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회원들은 19일 오전 경북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재발방지와 가해자 처벌 등을 촉구했다. ⓒ 조정훈


여성단체 회원들은 문성학 교학부총장과 박희동 대외협력부총장, 정순기 기획처장 등과 면담을 갖고 피해자의 2차 가해 방지 및 성폭력 실태 전수조사 실시, 가해자 징계 등을 요구했다. 또한 실태파악 및 예방을 위해 사건을 인지하고 처리가 제대로 되었는지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한편 경북대는 이날 오전 긴급 회의를 열고 K교수의 보직을 해임한 뒤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문성학 교학부총장은 "어제 처음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면서 "단과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징계 성격의 패널티를 준 것을 처음 알았다. 진상조사위를 꾸려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경북대 ##ME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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