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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발매 자체 감격" 손열음-'모차르트 대가'의 협업 계기

[간담회 현장] 피아니스트 손열음, 네빌 마리너 경과 만든 < MOZART > 발매

18.04.20 10:33최종업데이트18.04.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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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함과 깊이가 공존하는 게 최상의 예술이라면 모차르트의 음악이 그 대표일 것이다. 완전무결함으로 천상의 것을 전하는 모차르트 음악을 가장 잘 표현해줄 두 사람이 만났다.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2016년 타계한 지휘자 네빌 마리너 경(1924~2016)이 그 주인공이다.

손열음은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모차르트 협주곡 최고연주자상'을 받았다. 그때 연주한 협주곡 21번은 유튜브에서 천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 지휘자 겸 바이올리니스트 네빌 마리너 경은 영화 <아마데우스>의 음악을 맡았던 모차르트의 대가다.

손열음이 2년 만에 공식적으로 내놓는 < MOZART >가 20일 전세계 동시 발매를 앞두고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의 한 공연장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진정한 신사' 네빌 마리너 경, 음반 작업 중 별세

손열음(왼쪽)과 고 네빌 마리너 경. ⓒ 크레디아


"선생님이 워낙 친절하신 분으로 소문나 있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정말 따뜻하셨다. 리허설을 위해 선생님 자택에 갔을 때도 1층까지 마중 나와 주시고 끝나면 1층까지 배웅해 주셨다. 작업 때도 선생님이 주장하시는 건 전혀 없었고 제가 먼저 말하길(해석 방향을 먼저 제안하길) 바라셨다. 감동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 2016년 4월 함께 한 공연으로 처음 만났다. 한국을 찾은 마리너 경과 그가 이끄는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와 함께 손열음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연주했다. 그날 연주가 끝나고서 마리너 경이 "너 모차르트 좋아하고 잘하고 싶으면 지금 레코딩을 시작해야 50살쯤에는 끝나지" 하며 전곡 녹음을 권유했고 그 시작을 함께 하자고 손 내밀었다.

손열음은 설레는 마음으로 영광스러운 제안을 받아들였다. 당장 그해 여름, 두 사람과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는 런던에서 녹음을 시작했다. 협주곡 21번을 먼저 녹음했는데 그해 10월 2일 마리너 경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당시 92세였다.

"원래 계획은 K.467(21번)과 K.246(8번) 협주곡 2개를 먼저 녹음해서 첫 앨범을 내는 거였는데 그해 6월에 K.467 하나를 녹음하고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제가 너무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작업이 중단됐다. 고민 끝에 결국은 소나타 K.330, 변주곡 K.264, 환상곡 K.475 등 솔로곡으로 나머지 트랙을 채웠다. 지금 들려드린 C단조 판타지(K.475)는 마리너 경을 추모하는 의미로 담게 됐다. 선생님께서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모차르트의 대가'가 젊은 음악인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해주는 데서 크게 감동했다는 손열음은 "제가 했던 레코딩 작업 중에 단연 가장 쉬웠다"고 회상했다. 그만큼 의견과 성향이 잘 맞았던 것. 마리너 경의 타계는 그에게 큰 슬픔과 충격이었지만 미완성인 채로 결국 앨범을 완성한 것에 대해 손열음은 감사한 마음이 컸다.

손열음은 "이 음반이 세상에 나온 것 자체가 감격적"이라며 "중간에 음반사와의 관계 등 계획이 너무 많이 바뀌었는데 결국 잘 나오게 돼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0월 7일 예술의전당에서 앨범의 발매 기념 공연 '손열음의 아마데우스'를 연다.

모차르트 좋은 이유? 다면적이고 아이러니해

▲ 손열음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20일 음반 < MOZART >를 발매했다. 그가 2년 만에 공식적으로 선보인 앨범이다. ⓒ 크레디아


▲ 손열음 < MOZART > 음반에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과 바리에이션 한 곡, 피아노 소나타 두 곡이 담겨 있다. ⓒ 크레디아


"모차르트는 하나의 단면만을 묘사하지 않고 항상 이중적이고 다면적이고... 한번에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해낸다. 모든 드라마가 굉장히 아이러니하고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그래서 좋아한다. 서사적인 면도 강해서 아무리 짧은 음악이라도 그의 곡은 모두 오페라 같다. 드라마와 스토리를 전달해내는 음악이 제게는 흥미롭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천의무봉이라 표현하는데, 완벽하게 완성된 것 같은 그 매무새가, 그 자체의 미학이 탁월하다. 모차르트는 정말 딱 떨어지는 음악을 했다."  

손열음은 자신의 저서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에서도 밝혔듯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모차르트를 좋아한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위와 같이 답한 것. 손열음의 명성을 드높인 곡이자 이번 앨범에도 수록한 협주곡 21번에 대해서도 그는 생각을 밝혔다. "21번은 조금이라도 무거워지면 공기 중으로 뜨려고 항상 노력해야 하는 곡이다. 간결함이 유지되지 않으면 재미가 없는 곡이다"고 설명했다.

모차르트와 마리너 경의 교집합 같은 게 있다면 무엇일까. 이 질문에 그는 "정격연주의 흐름에서 모차르트가 진지하고 아카데믹하고 복잡하게 해석된 경향이 있었는데 네빌 마리너 경의 해석은 가뿐하고 사뿐하고 쉽게 앞으로 나아간다는 기분을 준다"고 답했다. 이어 "모차르트는 발이 땅이 아니라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 들어야하는데 마리너 경은 그런 면을 잘 실현했다"고 덧붙였다. 모차르트에 대한 두 사람의 해석이 통했던 셈이다.

손열음은 모차르트 협주곡 중에 22번과 24번도 굉장히 좋아한다고 밝혔다. "모차르트 협주곡 25개 중 단조는 딱 2개가 있는데 24번이 그 중 하나"라며 "단조 곡들은 모차르트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갑자기 딱 하는 그런 곡"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장 나중 레퍼토리로 남겨두고 싶은 작곡가는 누구일까. 이 물음에 그는 베토벤을 꼽았다.

"연주를 해도 해도 계속 달라지고 계속 재밌는 게 베토벤 같다. 베토벤은 살면서 '진화한 인간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 사람이 이 사람이 되었지?'란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한다. 베토벤의 음악은 거울을 보는 것 같다. 나의 지금 상태가 보인다."

순간순간에 집중, 마음으로 선택

▲ 손열음 손열음은 자신의 저서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에서 "모차르트는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라고 밝히기도 했다. ⓒ 크레디아


첫 발을 뗀 손열음은 모차르트 전곡 녹음에 대한 소망을 품고 있을까? 이 물음에 그는 본인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는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고 그때그때 할 수 있는 걸 하는 사람"이라며 "모차르트 음악도 하나하나가 그 순간에 모든 걸 끌어내는 모먼트에 집중하는 음악이라서 연결되는 건 없는 것 같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저는 레퍼토리를 계획하고 준비하기 보단 그때그때 끌리는 걸 선택한다. 순간순간에 오는 감정이 없으면 소스가 부족하단 느낌이 확 온다. 그러다보니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크다."

게으르고 두 가지 일을 못 한다는 손열음은 항상 한 가지 일에 열중하는 타입이다. 하지만 최근엔 평창대관령음악제 신임 예술감독으로 위촉돼 오는 7월에 열릴 음악제 준비와 연주 준비 두 가지를 병행 중이다. 그는 강효, 정명화-정경화 자매에 이어 평창대관령음악제의 3대 예술감독으로 활약하게 됐다.

▲ 손열음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오는 20일 음반 < MOZART >를 발매한다. 이 음반에는 지난 2016년 10월 타계한 네빌 마리너 경이 지휘하는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와 함께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과 바리에이션 한 곡, 피아노 소나타 두 곡이 담겨 있다. 손열음은 자신의 저서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에서 "모차르트는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라고 밝히기도 했다. < MOZART >는 손열음이 2년 만에 공식적으로 발매하는 앨범이다. ⓒ 크레디아



손열음 네빌마리너경 모차르트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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