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지역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들이 청와대 노숙하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규직 약속을 거부하는 발전5사에 정규직화 촉구

등록 2018.04.20 16:41수정 2018.04.2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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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데 발전5사는 오히려 비정규직 강화와 노조 관리 대응 방안을 담은 용역서를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고 있는 것을 반드시 무효화 시키고 정규직화 될 때까지 이곳을 지키겠다."

지난 19일 서울 청와대 앞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비닐을 이불 삼아 철야 농성을 펼친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 이태성 사무처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연대회의는 19일 청와대 앞에서 발전 5사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즉각적인 외주화된 발전사 현장 노동자들의 정규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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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에 있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에 근무하는 한전산업개발발전노조 등 비정규직연대회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청와대앞에서 신속한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지난 19일부터 노숙 철애 투쟁을 벌이고 있다. ⓒ 신문웅(연대회의 제공)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전 5사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발전5사의 현장에서 지난 5년간 발생한 중대 사고의 97%가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에 집중되어 있다"며 발전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강력히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19일 소식지를 통해 "국민에게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공기업인 발전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산업재해가 만연하다"며 "지난 5년간 발전소에서 346건의 사고로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죽었고, 이 중 337건(97%)은 하청노동자의 업무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사망사고 40건 중 37건은 하청노동자들에서 일어났다.

또 연대회의는 "전국의 발전5사에  간접고용(비정규직)된 노동자들은 보일러와 터빈 등 발전소 전체 설비를 일상적으로 정비하는 경상정비에 2893명,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사용한 후 생기는 유해가스를 처리하는 설비를 운영하는 연료환경설비운전에 2406명 등 총 5200명 이상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시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교대 근무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앞에서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연대회의 비정규직 노동자 ⓒ 신문웅(연대회의 제공)


이태성 사무처장은 "서부발전의 경우 필수안전수칙 위반 시 위반자 벌칙과 함께 작업조 퇴출까지 명시하고 있다"며 "산재 예방을 한다는 명목이지만, 계획정비기간에는 한 달에 100시간이 넘게 잔업을 해야 하는 문제적인 구조를 봐야 한다. 저임금 때문에 과중한 잔업으로 생활비를 채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어불성설로 하루속히 발전사가 안전사고의 책임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대회의가 청와대 앞에서 노숙 철야 농성에 돌입하게 된 배경에는 최근 이들이 입수한 발전5사의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컨설팅'의 내용이 문제가 됐다. 해당 컨설팅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국정철학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가이드 라인에 국민의 생명·안전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노동자는 직고용 대상으로 명기되어 있음에도 발전5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는 업무는 '생명·안전업무가 아니다'는 취지의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대회의 소속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속한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신문웅(연대회의 제공)


함께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박태환 한국발전노조 위원장은 발전 5사의 용역보고를 접하고는 "경상정비, 환경관리 업무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를 운영하는 데 거의 무관한 것으로 적시돼있어 놀랐다"며 "전기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서 발전소 모든 업무를 하는 노동자는 직접고용 해야 한다. 직접고용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연대회의는 19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연대회의 속한 각급 노조들이 교대로 노숙 철야 투쟁을 벌이고 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말하며 인천공항을 방문한 지 1년이 되는 오는 5월 12일에는 전조합원 총력 상경투쟁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발전5사 #비정규직 #한전산업발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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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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