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할 경우 국회동의', 한국당 속내가 훤히 보인다

[주장] 남북 정상간 합의 국회 비준동의, 다시 한 번 생각하자

등록 2018.04.24 15:24수정 2018.04.2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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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2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제 며칠 뒤 역사적인 남북정상 회담이 열립니다. 지난 반세기 이상 지속되었던 한반도 긴장을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저는 이 회담에서 정상 간에 중요한 합의가 이루어지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후일 역사는 그 합의가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었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걱정하는 것은 이 합의의 '국회 비준동의 절차'입니다.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이루어지면 국회 동의절차를 밟을 것을 준비팀에 이미 지시한 바 있습니다. 그 취지는 정상 간 합의를 정권 변동과 관계없이 지킬 수 있도록 법적 효력을 부여하자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 간 합의가 정권이 바뀐다고 휴짓조각이 되도록 놓아 둘 수는 없습니다(관련 기사 : 남북정상 합의, 국회 비준동의? 청와대가 따져봐야 할 것들).

저는 한 달 전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의지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국회 비준동의 절차에는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아직 전문가들 중에는 저와 같은 의견을 내놓는 사람들이 적습니다. 대부분 '비준동의 절차를 취해 정상 간 합의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자'는 원론적 의견이 있을 뿐입니다. 제가 보기엔 이런 의견은 제 우려를 잘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것 같습니다. 이에 다시 한 번 제 의견을 확실히 할 필요를 느낍니다.

'국회 비준동의 절차'에 다시 생각해봐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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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은 지금 이러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 22일 국회 본청 야외 계단에서 '민주당원 댓글 공작 규탄·특검 촉구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 ⓒ 김성욱


첫째, 야당이 정상회담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할 때 정상간 합의는 정쟁의 대상이 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그 합의를 찬성함에도 극우보수 세력을 등에 업은 야당이 반대하는 경우 어떻게 할 겁니까.

합의의 운명을 국회에 맡겨야 하는 겁니까? 지난 23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경우 국회 동의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겠습니까. 국회 동의 절차가 만만치 않을 거라는 예고가 아니겠습니까.

둘째, 남북 정상간 합의에 비준동의 절차를 적용하는 것은, 국가 간 조약과 같은 법적 효력을 부여하겠다는 것이지만, 남쪽만 법 규범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이상한 합의가 될 수가 있습니다.

원래 합의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한다면 쌍방에게 공히 적용될 때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국회 비준동의)을 택하면 남쪽에겐 정상 간 합의가 법률과 같이 구속력이 있지만 북쪽에겐 없을 수도 있습니다. 국가 간 조약에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조약은 처음부터 참여 당사국이 법적 구속력을 전제로 합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쪽이 그 합의에 대해 국회 동의를 받더라도 그것은 남쪽의 국내문제일 뿐 (정상 간 회담 과정에서 합의가 없는 한) 북에게 같은 절차(같은 효력)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자칫 남북이 함께 이행해야 할 합의가 남쪽만 구속하는 이상한 규범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 국회 비준동의 절차가 없으면 정상 간 합의는 법적 합의가 아닌 정치적 합의로 평가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세계사적으로 보아도 역사를 바꾼 정상간 합의는 바로 조약으로 체결되지 않았습니다. 얄타 회담, 포츠담 회담 등을 기억할 겁니다. 이런 정상간 회담은 비록 정치적 합의였지만 세계 역사를 바꾸었습니다. 그것들은 합의 이후 구체적 조약을 통해 실천되었습니다.

저는 남북 정상 간 합의도 이런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정상 간에 역사적 합의를 하고 그것을 이행하는 과정에선 남북의 내부적 동의(남은 국회 동의 혹은 국민투표)를 받는 것입니다. 그러지 않고 국회 동의절차를 앞세우면 합의마저 못하거나 합의가 이루어져도 동의 여부에 따라 폐기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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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남북 정상 간 합의가 일관성 있게 이행되는 여부는 국회비준 동의를 통한 법적 구속력 부여에 의해 결판나는 게 아닙니다. 저는 이것을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속력을 부여해도 외부적 요인(북미 관계의 악화)이나 내부적 요인(남쪽의 정권변동 혹은 북의 내부사정)에 의해 하루아침에 휴짓조각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남북 정상의 역사적 합의가 향후 구체적 결실을 보기 위해선 내외부 불안요인을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쪽의 정권 변동입니다. 만일 이명박이나 박근혜 같은 대통령이 집권하면 남북 합의의 효력은 그날로 끝날 수 있습니다. 남북 합의의 지속성은 그것을 준수할 수 있는 권력의 안정성에 있습니다.

정상회담 준비팀이 이상의 우려를 다시 한번 검토하길 바랍니다. 역사적인 합의가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성공적인 회담을 학수고대하는 바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박찬운씨는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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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로스쿨에서 인권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지난 20년 이상 변호사 생활을 해왔으며 여러 인권분야를 개척해 왔습니다. 인권법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오랜 기간 인문, 사회, 과학,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의 명저들을 독서해 왔고 틈나는 대로 여행을 해 왔습니다. 이 공간을 통해 제가 그동안 공부해 온 것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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