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모든 화학물질 리스트 적극 공개해야"

[현장] 삼성옴부즈만위원회, 종합진단 결과 및 개선방안 발표

등록 2018.04.25 18:40수정 2018.04.2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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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옴부즈만 위원회 종합진단 보고 삼성옴부즈만 위원회가 25일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종합진단 보고서'를 발표했다. ⓒ 신지수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가 논란인 가운데 삼성옴부즈만위원회가 "삼성전자가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화학물질 리스트를 적극적으로 공개할 것을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삼성옴부즈만위원회(이하 옴부즈만위원회)는 25일 오후 3시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종합진단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철수 옴부즈만 위원장(서울대 법대 교수)은 "지금까지 기업들이 영업기밀을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던 흐름을 차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옴부즈만위원회는 지난 2016년 삼성전자와 삼성 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조정위원회를 거쳐 만든 독립기구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사업장에서 근무한 노동자들에게서 발생한 백혈병 등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삼성전자의 내부 재해 관리 시스템을 확인, 점검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옴부즈만위원회는 이날 "반도체 및 LCD 사업장 근로자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 건강 이상 발생 시 산재 판단을 위해서는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전향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히다"라고 밝혔다.

옴부즈만위원회는 이어 "현행법상 '영업비밀 인정 제외 물질'에 해당하지 않는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라며 "화학물질의 범주를 새로 분류하고 이에 따라 공개대상 정보와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권고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17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에 대한 보고서 정보공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어 삼성전자가 고용노동부 중부고용노동청 경기지청장과 평택지청장을 상대로 낸 '보고서 부분 공개 결정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17일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돼있다고 결론 내렸다. 사실상 삼성의 작업환경보고서 공개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날 옴부즈만위원회의 권고는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보인다.

이철수 위원장은 "논란이 된 보고서(작업환경 측정보고서)는 화학물질 외에도 제품, 공정 등 다른 내용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의 권한이나 판단 능력 밖이다"라면서도 "저희는 화학물질을 중심으로 연구를 했고 그 물질을 국민 앞에 공개하라는 것을 삼성에 요구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옴부즈만위원회 "인과관계 알기 어려워"...직업병 관련 판단 유보

이날 옴부즈만위원회는 반도체 공정과 직업병과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옴부즈만위원회는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최근 3년간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분석한 결과 사업장별 유해인자 불검출률은 기흥·화성 79.9%, 온양 71.6%, 아산 73%였다"라며 "검출된 유해인자 중 법적 노출허용 기준의 10%를 초과한 경우가 없었다"라고 밝혔다.

또 위원회는 "전·현직자를 대상으로 그룹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과거 반도체 공정에서는 근로자가 화학물질이나 소음, 냄새 등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현재 자동화 공정에서는 유해물질 노출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모호한 답변을 내놓은 건 위원회가 각종 자료에 접근할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직업병 피해는 2000년대 초중반에 몰려있지만, 위원회가 분석한 작업환경측정 결과는 최근 3년치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작업환경측정결과는 5년치까지 보관하도록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라면서 "가지고 있는 선에서 드렸다"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직업병 피해자가 나왔던 작업공정 또한 사라져, 질병과 반도체 작업환경과의 인과관계에 대한 조사가 어려웠다. 거기다 위원회가 과거 반도체 공정에서 일했던 퇴직자 정보에 접근할 수 없어, 퇴직자 3명밖에 인터뷰를 하지 못 했다.

조사에 참가한 박수경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직업병 피해자들의 경우) 10~20년 전 일인데 저희들이 작업장에 들어갔더니 이미 자동화로 바뀌어 있어서 과거 상황에 대해 판단할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상 과거 근로자 명단을 얻기 어렵다"라면서 "인과성을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한 사람도 빠지지 않아야 하기에 현직이든 퇴직자든 전체 리스트가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옴부즈만위원회는 '코호트 연구' 기반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에 근무했던 퇴직자와 근무하고 있는 현직자를 전수조사해, 특정 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추적해 각종 요인들과 질병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하는 '코호트 연구'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삼성이 넘겨준 작업환경측정 결과 3년치에 대해서도 옴부즈만위원회는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영향을 미치는 자료를 옴부즈만위원회 권고에 따라 보관하되, 권고기간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법정 의무기간의 2배로 연장하도록 권고한다"라고 밝혔다. 발암성 등의 유해인자는 50년, 유해인자는 30년까지 보관토록 권고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위원회의 발표에 대해 이종란 반올림 노무사는 "전체 보고서를 보지 못 했지만 인과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아니라 앞으로 구체적인 조사, 연구 통해 (인과 관계를) 밝힐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라며 "위원회의 이행 점검 보고서도 나와야 하고 지속적인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 활동가는 "삼성이 준 자료가 매우 제한적인 것 같다. 최근 3년치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는 삼성전자가 지정한 측정기관에 의뢰해 한 것으로 저평가될 수밖에 없는 결과가 나온다고 알고 있다"라면서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말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유해화학물질 리스트라도 삼성전자가 공개하라고 권고한 것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측에 대답을 꼭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옴부즈만위원회가 발표한 '종합진단보고서'는 요약본으로, 300페이지에 달하는 원본은 위원회가 26일 중으로 삼성전자와 가대위, 반올림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옴부즈만위원회는 올해 말쯤 이행 점검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옴부즈만위원회의 발표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옴부즈만위원회가 장기간의 연구와 진단을 통해 제시한 제안을 충실히 검토해, 세부적인 후속조치를 마련해 이행하겠다"라며 "옴부즈만위원회의 추가적인 향후 활동에도 성실히 협력해 더욱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삼성옴부즈만위원회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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