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박람회'만 있냐, '딴짓박람회'도 있다

[프로딴짓러 일기] '제1회 딴짓박람회'를 개최하며

등록 2018.04.27 14:11수정 2018.04.2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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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위한 의미있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계간지 <딴짓>의 발행인인 프로딴짓러가 소소하고 쓸데없는 딴짓의 세계를 보여드립니다. "쫄지 말고 딴짓해!" 밥벌이에 지친 당신을 응원합니다. [편집자말]
"취미가 뭐야?"

상대와 친해지고 싶을 때, 그렇지만 학업이나 직업 같은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울 때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한다. 그래서 취미에 대한 질문은 소개팅 단골 레퍼토리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는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만의 취미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여가시간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밥벌이에 치여 취미를 즐길 여유가 없는 사람도 많다. 평생 일만 하다 은퇴한 중년이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도 당연하다. 흔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놀아봐야 놀 줄 안다'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고 즐거워 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딴짓>매거진을 만드는 프로딴짓러로서 '딴짓'을 예찬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런저런 딴짓을 하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이해하기 쉽다. 굳이 직업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맛보기로 이런 저런 아이스크림을 조금씩 떠먹고 나서야 어떤 아이스크림이 가장 맛있는지 알아보는 식이다.

지금은 딴밍아웃 전성시대! <제1회 딴짓박람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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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딴짓박람회> ⓒ 최게바라 기획사


하여, 이번에는 이런저런 딴짓을 조금씩 맛볼 수 있을 만한 장을 만들었다. 최게바라 기획사가 주최한 <제1회 딴짓박람회>다. '딴짓'이라는 가벼운 이름에 '박람회'라는 진지한 명칭을 덧붙였다. "채용만 박람회가 있는 게 아니다. 딴짓도 박람회가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딴짓박람회는 4월 28(토)~29(일) 신촌 연세로 거리에서 여는 축제다.

딴짓박람회에서는 공방 체험뿐 아니라 춤을 배울 수도, 악기를 배울 수도, 연극이나 판소리, 동화구연을 배울 수도 있다. 17개의 공방 운영자들을 섭외해 1시간 이내로 거리에서 체험을 할 수 있는 판을 벌였다.


토요일에는 신촌 거리 한복판에서 1시간씩 춤도 배울 수 있다. 한국하와이문화협회, 보스톤살사, 한국라인댄스협회, 신촌이지댄스가 함께 해 준 덕분이다.

일요일에도 1시간씩 악기를 배울 수 있다. 디제잉, 퍼커션, 기타, 우쿨렐레 수업을 준비했다. 춤을 배우는 것도, 악기를 연주해보는 것도 무료다. 현장에서 접수가능하다.
 
공방도 다양하다. 거리에서 드로잉, 석고방향제와 쥬얼리 제작, 캘리그라피, 가죽공예, 사진, 타로, 마술을 배울 수 있다. 여러 딴짓을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장인 셈이다. 지우개똥 만들기나 뽁뽁이 터뜨리기처럼 아무 의미 없는 딴짓을 하는 놀이터도 있다.

딴짓박람회를 연다고 하니 최게바라 기획사로 함께 하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스무살이협동조합에서는 사람들에게 하늘을 보는 시간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하늘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신촌 거리에 설치된 해먹에 누워 하늘을 보는 시간이다.

밍기적에서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낙서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했다. 낙서를 제멋대로 마음껏 해볼 수 있다. 드림포레스트에서는 박스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영화를 보는 '딴짓 영화관'을, 한갓지다에서는 '뜬금없는 한복대여소'를 운영한다.

'계획대로' 보다 '하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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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딴짓박람회> 프로그램 안내 ⓒ 최게바라 기획사


사실 <딴짓> 매거진에서 이야기하는 '딴짓'은 단순히 취미가 아니다. <딴짓>은 밥벌이의 고단함에도 스스로를 위한 무언가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잡지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낮에는 편의점에서 일하지만 밤에는 연극 연습을 하는 배우, 디자인과 빌딩청소일을 함께 하는 프리랜서, 가끔 살사 댄서로 공연을 나가는 보험판매원들이다.

'딴짓'은 취미를 뛰어넘는 삶의 방식, 라이프스타일의 한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서는 최소한 '취미'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딴짓박람회>에서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취미 말이다.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어릴 때 많이 들었던 질문이지만 어릴 때보다 지금 대답하기가 더 어렵다. 진로에 대한 고민은 십 대만 하는 게 아니다. 삼십 대도 하고, 사십 대도 한다. 가끔 환갑이 넘어서도 내가 그 고민을 계속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고작 삽십년을 조금 넘게 살았을 뿐이지만 이제까지의 내 삶은 초반에 짠 거창한 계획에 의해 흘러가기보다 우연에 의해 휘청거렸다. '계획대로'라는 말보다는 '하다보니'에 어울리는 일상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어른이에게 <딴짓박람회>를 적극 권장한다. 딴짓을 한 스푼씩 맛보고 나면 자신에게 맞는 딴짓이 무언인지 어렴풋하게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다 보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박초롱 시민기자는 최게바라 기획사 문화예술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딴짓 #딴짓박람회 #신촌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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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딴짓매거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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