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 "네이버, 국민 생각 지배... 댓글 개편안 미봉책"

[드루킹과 포털- 인터뷰③] "드루킹? 지금은 포털 빅브라더 시대"

등록 2018.05.01 20:35수정 2018.05.0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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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의혹은 난무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음모론처럼 여겨졌던 '댓글 여론 조작'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이다. 대여섯 명이 모여 단 몇 시간만에 '여론'을 만들어냈다.

조작 가능한 포털 뉴스 여론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해온 정치인들이 있다. 민주당 신경민·박광온 의원과 평화당 김경진 의원이다. 의원들은 이번 드루킹 사건으로 수면 위에 오른 인터넷 여론 조작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 의원의 인터뷰를 차례로 싣는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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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 사진공동취재단


"지금은 권력투쟁의 본질적인 수단이 네이버와 다음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는 사업만 하라. 권력 투쟁의 장이 될만 한 것들은 빼라."(김경진 의원, 2017년 10월 30일 국정감사)

정치인은 여론에 죽고 여론에 산다. 여론이 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여론이 현재 우리 사회에선 네이버 등 포털을 통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네이버 댓글추천수 조작 사건, 일명 드루킹 사건은 이같은 현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2017년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일찌감치 네이버에게 뉴스 사업에서 손을 떼라고 경고했던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광주 북구갑)은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드루킹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의 핵심은 과도하게 집중된 공룡 포털"이라며 "민심에 의한 표로 권력이 창출되는 민주주의 시대에 민심이 조작 가능하다는 것은 마치 군부 쿠데타가 매 순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김 의원은 이어 "지금은 24시간 동안 포털 뉴스 편집자 120여 명에 의해 국민 전체가 생각을 주입 당하는 포털 빅브라더(Big Brother) 시대"라며 "포털 쪽 사람이 자의적으로 기사를 배치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등의 기계로 자동 배치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 25일 네이버가 댓글 추천수를 하루 50개로 제한하는 등 댓글정책 개편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미봉책에 불과하고 기대 이하"라고 평가 절하했다. 김 의원은 "포털사에게 정중히 요청한다. 현재의 댓글 공감순 배열을 없애고 최신순 배열로 바꾼다든지, 최소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도 좀 더 최선을 다해달라"로 촉구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포털 뉴스 댓글 폐지·인터넷 실명제 등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9일 ▲ 포털에게 자동화 기사 배열만 허용하고 ▲ 일정 매출액 이상의 주요 포털은 언론 기반 서비스에 대한 회계 분리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다음은 김 의원과 <오마이뉴스>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네이버·다음 편집자 120명, 국민 전체 생각 좌우하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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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 이희훈


- 드루킹 사건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 포털 뉴스 관련 법안을 내는 등 국회 과방위 소속으로 꾸준히 포털 뉴스의 문제를 제기해왔다.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
"필연적인 사건이었다. 제도가 정비되지 않는 한 무한히 반복될 수 밖에 없는 문제였다는 거다. 옛날에는 권력이 총구에서 나왔다면 지금은 민심에서 나온다. 그런데 그 민심이 형성되는 장이 거대 포털들 아닌가. 국민들은 매일 아침 휴대폰을 켜고 네이버나 다음을 통해 뉴스 기사를 보고, 나름대로 팩트를 파악한 다음 세상에 대한 관점을 형성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네이버와 다음에서 의도적으로 고르고 밀어주는 기사들만 접하게 된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경우 뉴스를 배치하는 뉴스 에디터의 숫자는 70명도 안 된다. 다음은 네이버보다도 더 적다. 그러니까 기껏해야 120명 정도 되는 사람들에 의해 국민 전체의 생각이 지배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대부분 포털 메인 화면에 올라 있는 기사만 보고 있지 않나.

이번에 댓글 여론조작이 문제가 됐는데, 댓글을 다는 사람들도 통계상 0.2%밖에 안 되더라. 천명 중에 고작 2명이란 얘기다. 그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단 댓글 중에 '좋아요' 클릭수가 많은 게 '여론'이라 불리고 있다. 심각한 문제다. '좋아요' 매크로는 여론이 아니라 여론을 한쪽으로 끌고 가는 명백한 조작이다. 민심에 의한 표로 권력을 창출하는 시대에, 민심이 조작 가능하다는 게 버젓이 밝혀진 것이다. 마치 군부 쿠데타가 매 순간 일어나고 있는 것과 같다고 본다. 문제의 핵심은 과도하게 집중되고 포화 상태가 된 '공룡 포털'이다."

- 지난 2월 9일에 포털 뉴스를 규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냈더라.
"일명 '포털-언론 분리법'이다. 기사를 아예 배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냐고 오해하기도 하던데 그런 것은 아니다. 포털의 뉴스 에디터가 직접 뉴스를 배치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프로그램을 돌려 기계적으로 배치하도록 바꾸자는 것이다. 이미 네이버 같은 경우 뉴스 배치를 조작했던 전력도 있지 않나(관련 기사 : 네이버, 축구연맹 청탁받고 '비판 기사' 숨겼다). 사람이 자의적으로 배치하지 말고 일종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자동 정렬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의 동작 원리에 대해선 포털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언론과 포털을 아예 분리하는 방식도 고민할 시점이다. 현재 네이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뉴스가 첫 화면에 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포털에게 뉴스는 이슈를 팔면서 다양한 광고를 셀링하기(팔기) 위한 미끼로서 사용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그런 상업 논리로 괜히 여론만 흐리지 말고, 뉴스를 다루는 홈페이지를 따로 두는 식의 방법도 제안하고 싶다. 예를 들면 '네이버뉴스 닷컴'식으로 서비스를 이원화하도록 법으로 정하는 것이다. 또 일정 매출액 이상의 주요 포털의 경우, 언론 서비스에 기반한 수익을 회계 분리하도록 해 회계 관리를 투명화하는 방안도 법안에 포함했다."

"네이버 댓글 개편안? 미봉책일 뿐 기대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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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 이희훈


- 포털 여론 조작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25일 네이버와 다음이 댓글 추천수·공감수를 제한하겠다는 개편안을 내놨다.
"정말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본다. 제시한 기준도 기대 이하다. 댓글 달기를 기사당 몇 건 식으로 제한했던데(네이버의 경우 댓글 추천 한도를 50개로 제한했다), 차라리 아예 한 건으로 제한하든지, 더 기준을 강화했어야 했다. 물론 새로 내놓은 방침으로 인해 조작하는 사람들이 더 힘들게 되긴 하겠지만, 또 금방 뚫을 수 있는 방안도 나올 것이다. 본질적인 대책이 전혀 아니다."

- 대안이 있을까.
"이번에 문제가 된 댓글의 경우 댓글 공감순이 아니라 최신순 배열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왜 그런 것들이 고민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포털사에게 정중하게 요청한다. 법으로 막자는 의견도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니 당장이라도 포털사에서 할 수 있는 것들만이라도 제대로 해달라. 조작 가능한 댓글 여론이 보편적 사고라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으니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달라. 최소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도, 민주주의를 사는 국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라도 좀 더 최선을 다 해달라."

- 어떤 국회의원들은 네이버나 다음의 문제를 제기 하는 것이 두렵다는 말도 하더라.
"정치인에게 여론이 얼마나 중요한가. 포털을 비판하는 말을 하고 기사가 나가봤자 포털에선 배치가 안 되니 괜히 힘 빼지 말자는 말도 하더라. 하지만 누군가는 싸워야 할 것 아닌가. 네이버나 다음 경영진에 얘기한 적도 있지만 포털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것이 결코 네이버와 다음에 어떤 유감이 있어서가 아니다. 바꿀 건 바꿔야 한다는 소신일 뿐이다."

- 포털 뉴스를 현재의 인링크(in-link, 기사가 포털 사이트 내부에서 보여지는) 방식에서 아웃링크(out-link, 기사를 누르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로 바꾸자는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정말로 찬성한다. 오늘날의 기자들은 실은 다 '네이버 기자'들일 뿐이다. 기자일 하면서 그런 생각 안 드나. 포털이 뉴스를 두는 한 언론사는 없어지고 '네이버·다음 언론사'만 남는다. 이렇게 돼버리면 다양한 언론사들의 목소리는 묻히고 네이버에서 뽑은 언론사의 기사만 독자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인링크가 아닌 아웃링크로 전환돼야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언론사들이 함께 존속할 수 있다고 본다."

"포털 뉴스 댓글 폐지도 찬성...지금은 '포털 빅브라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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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추천수 여론 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필명 드루킹)의 공범 박모씨(필명 서유기)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 이미 위헌 결정이 난 바 있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아직 위헌 결정문을 뜯어 보진 않았지만 기준을 조금 완화한다면 입법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까지 못 한다면 실명으로 쓴 댓글을 우선 순위로 배치하는 방법도 있겠다."

- 신경민 민주당 의원 등 포털 뉴스의 댓글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그것도 방법이다. 법안으로 올라온다면 적극 찬성하겠다. 이렇게 얘기해 보자. 예전에는 여론에 가재도 있고 게도 새우도 있고 다양한 생물종이 있었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 생각이 다양했다는 것이다. 각각 다른 신문을 보고 다른 뉴스를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포털이 뉴스를 제공하고 댓글 서비스가 포털로만 몰리면서 국민들의 생각이 겨우 몇 가지로 카테고리화돼서 갇히고 있다. 결코 건전한 세상이 아니다. 바야흐로 포털 빅브라더(Big Brother) 시대다. 24시간 포털에 의해 생각을 주입 당하는 포털 빅브라더 시대."

- 정치권에도 드루킹 여파가 여전하다. 민주평화당도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과 함께 지난 23일 드루킹 특검 연대에 합류했다.
"김경수 의원 본인도 특검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나. 그는 이 사건의 중요한 공적 인물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특검을 받아버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사태 초기에 경찰 스스로 국민들에게 비웃음을 살만한 언동도 했다. 특검을 해야 한다고 본다."

-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사와 특검을 통해 밝혀지지 않겠나."

- 과방위 소속이다. 이번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국회가 더 해야 할 일이 있을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짧은 시간 안에 나올 수 있는 가능한 대안들이 다 나온 것 같다. 더 중요한 건 앞으로 최적의 법을 만들고 시행하는 것이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도 적극적이시니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자유한국당 쪽도 문제 인식은 비슷하지 않나. 핵심만 빨리 뽑아 국회가 할 일부터 해야 한다."

[드루킹과 포털- 인터뷰①]신경민 "제2의 드루킹 막으려면 포털 댓글 폐지해야"
[드루킹과 포털- 인터뷰②]박광온 "법으로 드루킹�네이버 모두 처벌하자"

#김경진 #드루킹 #네이버 #다음 #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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