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보다 뜬 '평양냉면', 동대문이라고 못 만들까

정글 같은 외식 산업에서 살아남기 ‘TEAM 리얼창업생존기’

등록 2018.05.02 11:25수정 2018.05.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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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사업' 설명회 현장 ⓒ 동대문 청년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사업단


#1.
현재 한국, 청년층이 가장 많이 노동하는 곳은 어딜까?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보고서(2017년 10월 기준)에 의하면 식당과 술집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청년층 노동자는 51만4천 명. 청년층 일자리(업종) 가운데 가장 많은 수가 일하고 있다. 이곳이 좋아서 일하는 청년도, 그렇지 않은 청년도 있겠지만, 이 통계를 보면 식당·술집은 청년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이다.

#2.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초중고 학생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장래 희망(진로교육) 조사를 보면, 요리사는 근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2013년 조사 때만 해도 순위권에 없었던 요리사는 2014년 초등학교 여학생에게 3위, 남학생에게 6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2017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5만1494명 대상)에 의하면, 초등학생 희망 직업에서 요리사는 4.9%로 선생님, 운동선수, 의사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중학생 희망 직업에서는 5위(3.2%)였다.

초중학생 희망 직업에서 요리사는 이제 빠질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먹방(먹는 방송)이 방송에 끊임없이 등장하고 유튜브 등의 동영상 채널에서 인기 상위권을 차지하는 지금, 요리(음식)는 꿈 혹은 현실이다. 어쩌면 헬조선(?)에서 요리(혹은 외식창업)은 지옥의 불구덩이를 잊거나 견디게 만드는 아이템이다. 혹은 더 이상 갈 곳 없는 청춘이 머무는 비상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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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사업' 설명회 현장 ⓒ 동대문 청년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사업단


외식 창업, 이제는 팀(Team)이다!

앞선 시대, 요리사나 외식 창업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요리사가 되고 싶은 청소년을 위한 사설 학원 프로그램이 생기고 일부 요리 전문학교는 '스타셰프 양성학과'라는 커리큘럼을 만들 정도다.

영화 <족구왕>(2013년)에서 주인공이 다니던 식품영양학과는 극중 남자들이 전공은 무시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과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호텔(외식)조리, 푸드스타일리스트, 식공간연출 등 조리 관련과는 인기다. 일부 대학의 외식·조리학과 경쟁률은 30대1을 넘기도 한다. 2년 혹은 4년제 대학 조리학과만 해도 230개가 넘고 요리 전문 고등학교와 직업 전문학교, 사이버대학 등을 합하면 그 숫자는 300개 이상이다. 요리 학원을 비롯해 사설 요리 강습 클래스도 계속 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식당·술집으로 몰리는 청년에게 제대로 된 교육과 훈련을 해주고 있을까. 아니다. 요리 기술을 교육하거나 창업 컨설팅을 해주는 곳은 많다. 그러나 이는 기술 습득 중심에 개인 위주다. 가령 외식 창업을 한다고 가정하자. 요리 기술뿐 아니라 경영, 마케팅, 홍보, 회계, 영업 등 다양한 분야가 결합돼야 한다. 혼자 모두를 감당하기 어렵다면 사람이 필요하고, '하나의 팀(One Team)'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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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사업' 설명회 홍보물 ⓒ 동대문 청년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사업단


이에 팀을 중심으로 짤 수 있는 외식 창업 프로그램이 많은 청년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동대문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센터장 최근영)가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서울시, 동대문구청,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이하 해피브릿지),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이하 HBM)와 함께 마련한 '청년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사업'이 그것이다. '팀 리얼창업생존기'라는 이름을 단 이 프로그램은 단계별 창업교육부터 사후관리까지 원스톱 패키지 교육이 이뤄진다.


지난 4월 10일, 18일 두 차례 사업설명회를 가졌으며 신청자 가운데 20명을 선발, 5월부터 4개월은 기초 비즈니스 역량과 실전 감각을 키우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9~11월까지는 실전 창업 준비 과정, 12월에는 실전 비즈니스에 들어간다. 선발된 인원에게는 교육비뿐 아니라 메뉴 개발 재료비도 지원된다. 현장실습 및 상권 조사 등의 일련의 과정도 전문 멘토가 함께 한다. 특히 창업팀에게는 총 5천만 원의 창업 지원금이 주어지며 팀당 최대 1억 원의 사회적 금융 융자가 연계될 예정이다. 동대문구 관내 창업 공간 지원도 검토 중이다.

이 인큐베이팅 사업이 여느 창업 과정이나 교육과 구분되는 차별점이 있다. MTA(Mondragon Team Academy)라는 혁신적인 창업교육 방식을 도입했다. MTA는 핀란드에서 출발한 교육방법론을 스페인 몬드라곤대학이 받아들여 전 세계로 확산한 팀창업 교육 방식이다. 1950년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작된 몬드라곤협동조합도 이 같은 교육 방식을 통해 현재 스페인 10대 기업에 들 정도로 성장했다. 이 교육 방식은 핀란드에서 25년, 스페인에서 10년 이상 적용돼 왔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HBM이 MTA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각자의 경험을 믿는 프로그램이다. 경험은 창업의 중요한 소스다. 서로에게 스승이 되고 가르침을 받는다. 필요하다면 '같이' 해보면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학생 없이 모두가 기업가'(No student, Teampreneur) '교실이 아닌 어디든 비즈니스 공간'이라는 모토를 갖고 있다."

원종호 HBM 연구원의 얘기다. 모든 사람이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고, 그것을 나누고 쌓는 과정을 통해 혼자가 아닌 팀으로 창업을 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교실에 갇힌 교육이 아닌 실전 현장 위주로 진행되는 점이 장점이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사회적경제와 맥이 닿는다. 개인보다 팀의 힘을 믿는다. "평범한 사람들이 팀을 이루었을 때 큰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팀 창업에 방점을 둔 이유다. '국수나무'라는 널리 알려진 외식 브랜드를 가진 해피브릿지가 인큐베이팅 과정에 적극 참여한다는 점도 외식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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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사업' 설명회 현장 ⓒ 동대문 청년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사업단




현장에 직접 부딪히고 실전하라!

"배우겠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 교육이 아닌 창업이다. 즉, 실전이다. 이 과정은 외롭게 혼자 창업하게 만들지 않는다. 혼자 창업하면 힘이 든다. 개인 창업이 관심이라면, 나 혼자 잘 할 수 있다면 이 과정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MTA방법론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팀을 유지하면 좋을지 알려준다. 팀 창업의 핵심은, '팀워크를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하는가'이다."
 
문성환 동대문 청년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사업단장은 이 과정의 핵심이 교육보다 실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프로그램은 러닝(Learning), 두잉(Doing), 플라잉(Flying) 등 총 3단계로 진행되며, 보다 체계적이고 실제 창업현장을 경험할 수 있다.

"외식 창업은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지만 그만큼 실패 확률도 높고 노동 강도 역시 매우 세다. 청년들이 패기와 열정으로 많이 도전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실패하면 돈과 건강 모두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작은 실패부터 조금씩 경험하면서 창업을 위한 기초 근육을 키워나가는 교육이 필요하다."
 
경제성장으로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외식산업은 급성장세를 보였다. 통계청의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를 보면, 월 평균 식사비는 2008년 28만 원에서 2015년 32만 9000원으로 17.5% 올랐다. 외식 창업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에 맞물려 사업체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외식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다. 국세청 개인사업자 폐업 현황(2016년 9월 기준)을 보면 음식점 폐업률은 전체 폐업의 21.6%로 가장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외식업 현실을 더욱 파고들면 그 열악함은 더한다. 호텔이나 일부 고급 레스토랑을 빼고 외식업계 80% 이상인 일반음식점 종사자들은 매일 최소 10~12시간 이상 일한다. 노동일도 주5일보다 주6일이 일반적이다. 주방의 노동 환경도 열악하다. 위험한 불을 직접 다뤄야 하는 것도 어려운데 연기도 마셔야 한다. 또 남들 먹을 때 일하고, 식사시간도 짧고 불규칙하다.

이런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불구, 요리직군에서 노동조합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나마 해외에는 열악한 조건의 요리사들이 서로 힘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든 경우가 있다. 요리사는 일반 회사원 다음으로 숫자가 가장 많은 노동자 군임에도 영세하기로는 제일이다. 5인 이하 사업장이 대부분이고 폐업하는 비율도 가장 높다. 4대 보험 가입이나 산재 처리도 쉽지 않다.

임금은 그 열악함에 하나를 더 보탠다. 최저 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10년이 지나도 연봉 3000만 원이 쉽지 않다. 표준임금도, 요리사를 대변하는 산별노조도 없다. 비정규직 비율(83%)도 높다. 미디어에서 만나는 셰프나 요리사의 세계는 표백제를 뿌린 세계이다.

그렇다면 청년들의 외식 창업은 마냥 권할 것이 아니다. 이런 냉철한 현실을 알려주고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팀 리얼창업생존기'는 중요한 시도이다. 혼자 정글에서 살아남기를 방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기획됐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춰 현장 중심의 실전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단순한 요리 기술이 아니라 실전을 통해 비즈니스 감각을 키우고 창업을 위한 기초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목표이다. 아울러 디자인 씽킹, 비즈니스모델캔버스 등 비즈니스 교육도 함께하며 현장 전문가를 초청해 청년들의 비즈니스에 대한 피드백도 함께 나눌 예정이다.

문 단장은 "MTA라는 교육 방식을 통해 기초 근육을 키운 청년들에게 해피브릿지의 외식 창업 경험과 지식을 접목시켜서 단순 외식 창업이 아닌 외식 브랜드로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외식 브랜드들이 성장해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로 성장하는 것까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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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사업' 설명회 현장 ⓒ 동대문 청년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사업단




외식 창업에서 사회적경제가 자란다

이번 청년외식 창업인큐베이팅 사업의 특이점 중 하나는 지방자치단체(서울시, 동대문구청)와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동대문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 민관협치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서울시 상향적·협력적 일자리창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올해와 내년 각각 3억 원의 예산으로 진행된다.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 외식창업이 탄력을 받는다면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 구성까지 가능한 그림이다.

동대문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청년 중심으로 활동을 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동대문구에는 대학이 많고, 만 31세 이하 청년들 인구 비율이 서울시 자치구들 가운데 가장 높다. 센터는 이에 사회적경제 영역에 청년이 많이 들어오고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쌓고 있다. 청년 창업 인프라를 만드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최근영 센터장은 "동대문구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비즈니스를 통해 만들어 가는데, 그 중의 하나가 청년외식창업"이라며 "혼자서는 못 살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고, 창업도 혼자 하면 생존이나 유지가 쉽지 않다. 지역 기반으로 청년 외식 창업을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로 엮어서 생존을 시킨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구는 사회적경제 그룹을 만든다는 합의를 바탕으로 하나하나 이행 전략을 짜고 있다. 센터는 5월 중 답십리로 이전할 예정이다. 동대문구가 짓고 있는 건물에 입주해 메이커스 공방을 비롯해 봉제, 디자인 등 청년이 활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센터의 단계적 전략이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처음 꺼낸 말은 '평양냉면'이었다. 시인 백석이 사랑한 평양냉면이 역사적인 회담의 문을 열었다. '정전협정' '한반도 비핵화' 등 큰 의제만큼이나 음식이 화제였다. 언젠가 동대문구 청년 외식창업이 빛을 발하는 날, 정상회담에서 만찬 음식마다 지명이 붙었듯, '동대문'이라는 수식을 단 음식이 역사적인 자리에 등장하는 날도 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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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사업' 설명회 현장 ⓒ 동대문 청년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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