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잠 못 드는 밤... 우울·걱정 단번에 날려준 남자의 목소리

[가사공감12] 2AM 이창민의 솔로 앨범 <생각이 너무 많아>

18.05.03 15:42최종업데이트18.05.03 15:43
원고료로 응원
대중음악의 가사들이 간직한 심리학적 의미를 찾아갑니다. 감정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까지 생각하는 '공감'을 통해 음악을 보다 풍요롭게 느껴보세요. - 기자 말

귀가 솔깃했다. '생각이 너무 많아'라고 흥얼거리는 이 노래를 처음 들은 순간부터 계속  머리에서 가사가 맴돌았다. 마치 잠들지 못하는 날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빙빙 돌듯, 이 노래가 종일 흥얼거려졌다. 아마도 '생각이 많은 삶'에서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생각 혹은 걱정 때문에 잠 못 드는 밤. 그 날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2AM 이창민의 솔로 데뷔곡 '생각이 많아(작사 김원, 이창민 작곡 김원)'를 통해 걱정이 많아지는 이유와 극복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걱정 없던 어린 시절

최근 발매된 2AM 창민의 솔로 앨범 <생각이 너무 많아> ⓒ 이창민트위터


노래는 걱정 없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작한다. '나 어릴 적엔 걱정이 없었어. 항상 귀염둥이 사랑만 받아왔네'라며. 사실 이렇게 어린 시절을 고백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이 노래 속 주인공에겐 큰 복이나 다름없다. 누구나 '원하면 다해 주던 부모님의 귀한 자식, 행복한 아이'이길 바라지만, 사실 이런 행운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아이는 부모를 걱정하면서 자라고, 어떤 아이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부모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자라고, 또 어떤 아이는 부모에게 학대를 받으면서 자라기도 한다.

행복한 어린 시절, 부모에게 사랑받는 아이였다는 기억은 성인기 안정감의 커다란 힘이다. 하지만, 이런 어린 시절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이창민이 노래하듯, 언젠간 '이젠 모두 지난 얘기'가 되고 아이는 자라나 '우리 집 가장'이 된다. 그리고 어린 시절 탄탄하게 사랑받은 기억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성인들은 많은 생각과 걱정에 사로잡힌다.

사람들의 시선

어른이 되어 생각과 걱정이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창민은 노래 속에서 성인기 걱정의 주요 원인을 차분히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이창민은 '사람들의 시선 작은 기대 내겐 너무 벅차'라고 노래한다. 즉,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걱정을 하는 것이다. 과연 사람들은 나의 행동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이에 관해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그는 눈에 띄는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은 실험참가자를 사람들 속에 앉혀 놓고 다른 이들이 자신에 대해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지를 예측하게 했다. 이 실험참가자는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50%가 자신을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이 실험은 사람들은 실제로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보다 자신이 더 많이 주목받고 있다고 생각함을 말해준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조명효과'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들은 다른 이들이 나를 주목하고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타인의 기대에 맞는 행동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길로비치의 실험에서 드러났듯 이는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종의 자기중심적인 사고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예상만큼 나의 행동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들 역시 그들 자신이 어떻게 타인에게 보이는 지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타인의 시선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어도 괜찮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집착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을 잠 못 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지나간 일에 대한 걱정이다. 때문에 이창민은 '혹시 실수한 건 없을까 걱정해'라고 노래한다. 많은 사람들은 과거에 내가 한 말이, 행동이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을까봐 혹시라도 실례가 되었을까봐 걱정을 한다. 자려고 누워 있어도 불쑥 그런 생각이 떠오르면 잠이 달아나 버린다.

나의 행동이나 실수로 인한 타인의 상처를 걱정하는 것은 남을 배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역시 자기중심적 사고의 일환이다. 이런 마음의 이면에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혹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이 숨어있다. 하지만, 내가 한 말과 행동을 받아들이는 것은 상대방의 자유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 나름대로의 심리적 역동에 따라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해석하고 받아들인다. 인지심리학자들에 따르면 감정은 이 해석에서 비롯되지, 행동과 말 사건 그 자체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내가 고의로 상처를 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면, 상대방의 반응이나 감정에 책임질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실수일까 계속 걱정이 된다면, 솔직히 "그 날 너의 그런 모습이 걱정되었는데 무슨 일이니?" 하고 물어보면 된다. 아마도 그 친구는 다른 일 때문에 속상한 자신의 감정까지 헤아려주는 당신에게 고마워하며 더 친밀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을 잠 못 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지나간 일에 대한 걱정이다. ⓒ 픽사베이


걱정을 유발하는 또 다른 원인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이를 통제하고 싶은 마음이다. 사람들을 가장 불안하게 하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미래는 늘 예측불가능하다. 이창민이 노래하듯 '내일 일을 밤새워 고민'하고 '잘 하고 있는 걸까' 겁이 나지만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는 그 때가 되어 봐야 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결과 역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필요한 자세가 바로 '체념'이다. 프랑스의 상담가 모드 르안은 '체념'이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 즉 인간의 유한성, 불확실한 미래 등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깨끗이 단념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할 수 있는 것을 그만두는 '포기'와는 다른 개념이다). 그리고 이런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인내하며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할 때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내일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것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즉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인 현재를 사는 것이다. 내일 일과 결과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미래를 통제하지도 못할뿐더러 지금 현재를 충분히 누릴 수 없게 한다.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대해서는 체념한 채 지내는 것. 어쩌면 꼭 필요한 삶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유연하지 못한 정체성

한 가지 정체감을 고집하는 것 역시 걱정을 그만두지 못하게 한다. 어른이 되면 누구나 다양한 정체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직장에서의 정체감과 가정에서 부모나 자식, 형제자매로서 가지는 정체감,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의 나의 모습은 서로 다르다. 걱정거리 역시 각 정체감에 따라 다르게 생겨난다.

하지만, 이창민이 '울고 싶은 날이라도 웃고 있는 그런 난 연예인' 노래하듯, 많은 사람들은 직장에서의 문제를 집에서 고민하고, 집에서의 걱정거리를 직장에서도 생각한다. 이는 집에서도 직장에서의 정체감을 유지하고, 반대로 직장에서도 가정에서의 정체감을 이어가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유연하게 때와 상황에 맞는 정체감에 집중하는 것은 지금 해결할 수 없는 쓸데없는 걱정을 줄여준다.

다만, 이 노래를 부른 이창민처럼 연예인일 경우 일하지 않을 때도 사람들이 자신을 '연예인'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어 유연한 정체감을 갖기가 더욱 힘들다. 때문에 연예인과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나를 그냥 나 자신으로 대해 줄 수 있는 친한 친구나 가족과 함께, 혹은 온전히 혼자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시간을 통해 울고 싶을 땐 울면서 연예인이 아닌 나 자신의 모습을 확인해야 한다.

이 노래에서는 '생각이 너무 많아'가 10번 넘게 반복된다. 이 반복만큼이나 생각을 '멈추는 법을 몰라서 자다 깨다 몇 시간째 천장만 보는' 것은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오죽하면 성경에는 무려 365번 가량의 '걱정, 고민, 근심하지 말라'라는 표현이 나오며, 불교에서는 100을 다 채우고도 넘치는 108가지의 번뇌를 이야기 했겠는가. 어쩌면 걱정을 하지 않는 것, 생각을 하지 않고 사는 것 자체가 인간에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생각이 많고, 걱정이 많아 잠 못 드는 게 나 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안심이 된다. 이창민이 '때론 힘들어도 어쩔 수 없나봐'라고 노래하듯, 생각과 걱정으로 머릿속이 복잡한 상태 자체를 체념하고 나면 오히려 편안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누군가 날 토닥여 줬으면 해'라는 생각이 드는 날 이렇게 말해보자. '다 괜찮다고.' 이렇게 생각이 많고, 걱정을 하고, 고민을 하고, 또 이 걱정을 멈춰보려고 노력을 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거라고. 그게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이니 '다 괜찮다고'.

'생각이 너무 많아' 가사

또 잠이 오지 않아
난 벌써 몇 시간째
눈 감은 채 잠 못 이루네

혹시 실수한 건 없을까 걱정해
내일 일을 밤새워 고민해
잘 하고 있는 걸까 겁이 나서

울고 싶은 날이라도
웃고 있는 그런 난 연예인

생각이 너무 많아
생각이 너무 많아
사람들의 시선 작은 기대
내겐 너무 벅차
생각이 너무 많아
또 잠이 오지 않아
난 벌써 몇 시간째
눈 감은 채 잠 못 이루네

때론 힘들어도
어쩔 수 없나 봐
이제 난 어른이 돼버렸나 봐
누군가 날 토닥여 줬으면 해
다 괜찮다고

생각이 너무 많아
생각이 너무 많아
자꾸 밤을 새우고
고민해도 바뀌지 않는데
생각이 너무 많아
멈추는 법을 몰라서
자다 깨고 나면 몇 시간째
천장만 보네 yeah

(생각이 너무 많아)
많아 언제쯤 편안해 질까
(생각이 너무 많아)
너무 많아 ye eh
벌써 몇 시간째 눈 감은 채
잠 못 이루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개인블로그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이창민 생각이너무많아 걱정 걱정을줄이는법 가사공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