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빼면 정통성 부정? 역대정부 교과서 91% '민주주의' 사용

[발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대 <역사> 교과서 분석 결과 나왔다

등록 2018.05.03 22:14수정 2018.05.0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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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부 시절 나온 고교<역사> 교과서 내용. ⓒ 윤근혁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들 정부 시절 나온 역대 중고교 <역사교과서> 서술 내용의 91.0%에서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거의 쓰지 않은 것이다. '민주주의' 용어 사용 빈도가 수치로 계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 시절 교육부가 검정한 중고교 <사회> 관련 22권 교과서 전체가 모든 서술 내용에서 '자유민주주의'란 용어 대신 '민주주의'란 용어를 쓰고 있는 사실도 수치로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의 검정교과서 22권 100% '민주주의' 용어 사용

3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작성한 '역대 역사교과서의 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서술 현황'과 '2015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의 과목별 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서술 현황' 문서를 입수해 살펴봤다.

이 문서를 바탕으로 두 용어를 서술한 횟수를 분석해보니 1954년 1차 교육과정 시작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뺀 나머지 정부 시절 나온 역사교과서에서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모두 554번 사용됐다. 이에 반해 '자유민주주의'란 용어는 55번 쓰였다. 교과서 서술 내용의 91.0%에서 민주주의 용어를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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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역사교과서의 서술 횟수. ⓒ 윤근혁


눈길을 끄는 것은 박정희 유신헌법 선포 즈음인 1973년에 나온 역사교과서도 '민주주의'를 11번 쓴 반면, '자유민주주의'를 1번 썼다. '민주주의 서술 비율'이 91.7%에 이르렀다.

이 당시 국정교과서로 나온 고교 <국사>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민주주의에 입각한 근대적 임시 헌법을 갖추었다."
"우리 사회는 6·25 사변 후에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972년 개정된 유신헌법에 처음으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하지만, 박정희 정부는 물론 이후 정부에서도 여전히 역사교과서에 '민주주의'라고 썼다. 이 같은 현상은 2011년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2011년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민주주의 용어 대신 '자유민주주의'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을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이어받는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3일 낸 논평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역사교과서에) 등장한 시기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이라면서 "그해 뉴라이트 성향의 한국현대사학회가 지금까지 사용해온 '민주주의'라는 용어 대신 '자유민주주의'로 바꾸도록 요청함에 따라,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사회과 교육과정'을 고시하면서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로 바뀌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교육부조차도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나온 역사교과서를 뺀 나머지 사회계열 모든 교과서에는 '민주주의'를 사용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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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의 과목별 서술 횟수. ⓒ 윤근혁


교육과정평가원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학 <사회①>, 중학<사회②>, 고교 <통합사회>, 고교 <사회·문화> 등 모두 22개 검정 교과서에 '민주주의' 용어는 모두 76번 나왔다. 이에 반해 '자유민주주의' 용어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조차도 '자유민주주의' 배신?

당시 박근혜 정부 교육부는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바꿔치기'하면서 <역사> 교과에 한해서만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에 '자유민주주의' 용어 사용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이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은 문재인 정부 들어 폐기됐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지난 2일 논평에서 "자유를 삭제하여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했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말 대신 '민주주의'라는 말을 쓴 선행 정부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였다.

백옥진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자유민주주의'는 이명박 정부에서 처음으로 역사 교육과정에 강요했던 용어"라면서 "우리나라 다른 교과의 교육과정과 세계 여러 나라 교과서에서 쓰는 '민주주의'란 용어를 버리고 '자유민주주의' 용어를 강요하는 것은 수구 정치세력의 부당한 역사교육 간섭"이라고 지적했다.
#역사교과서 #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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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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