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장악 재판 날 "지금 재판 그대로 들으면 안 된다"

원세훈·김재철 모두 무죄 주장...국정원 직원 "좌파 연예인 퇴출 요구해"

등록 2018.05.04 17:03수정 2018.05.0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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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도착하는 김재철 MBC사장 김재철 MBC사장이 2013년 3월 26일 오전 자신에 대한 해임안이 논의될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MBC 언론장악 혐의를 받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자신의 첫 공판에서 "지금 재판을 그대로 들으면 안 된다. MBC는 그런(권력에 장악될) 회사가 아니다"라며 "MBC 사람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는 MBC 언론장악 혐의(권리행사방해, 국정원법 위반)를 받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 전 사장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원 전 원장과 김 전 사장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검찰은 국정원 측이 'MBC 정상화 문건'을 김 전 사장에게 전달했고, 김 전 사장이 이를 그대로 이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2011년 3월 MBC <PD수첩> PD 8명을 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할 수 없는 부서로 인사 조치하거나 김미화씨 사퇴를 요구하는 등 MBC에 관한 권리행사 및 업무수행 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사장은 2012년 MBC 파업에 참여한 직원들을 업무와 무관한 곳으로 보내는 등 노조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원 전 원장 측은 "방송개입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고, 김 전 사장 측 또한 "(원 전 원장과의) 공모가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전 사장은 재판부가 잠시 휴정하자 취재진에 다가와 "법조 출입 기자냐. 저는 경찰 기자도 하고, 한국기자상도 받았었다. 열심히 하다보니 쭉 올라가네"라며 "김재철 엄기영 등 5명을 욕하면 보도본부에서 '나쁜 사람'이었다. 전 MBC 핵심이었다. 저는 욕먹어도 상관 없다"고  말을 건넸다.

"좌파 퇴출, 압박 수시로 있었다...원세훈에게도 보고됐을 것"

그러나 증인으로 나온 MBC 담당 국정원 정보관의 말은 달랐다. 권아무개씨는 "문화계 특정인물을 퇴출시키거나 압박하라는 지시가 수시로 있었다고 하는데 맞는 이야기인가"라는 검사의 물음에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제 생각으로는 (퇴출작업 등이) 원 전 원장에게 보고됐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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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소환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적인 국내 정치공작을 지휘한 의혹을 받고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9월 26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돼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그는 원 전 원장이 '종북', '좌파'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했다는 부분에도 "그렇게 알고 있다. 정보관들은 정부 정책이나 정부에 반대의견을 갖고 반대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인식했다. 이념적인 좌파, 종북 개념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MB 국정원이 좌파 연예인으로 불렀던 방송인으로는 코미디언 김미화·김제동씨, 배우 김여진씨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권씨는 검찰 측이 "MBC 정보관으로 있으면서 김구라, 김미화 등이 실제 국가보안법에서 의미하는 종북세력이라고 생각했나"라고 묻자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한과 접촉했다던가 지원받았다는 부분을 확인한 적 없다"고 답했다.

이날 공개된 '좌파 연예인 활동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에는 국정원이 연예인들은 '포용 불가', '포용 가능'으로 구분해 퇴출 시기와 방법 등을 기재해놓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원 전 원장 측은 검찰이 증인에게 신문을 하는 와중에도 "신문사항에 없는 내용을 묻는다", "사실상 법정에서 수사하는 게 아니냐"며 제지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에 "증인이 실제 경험했던 것 위주로 물어봐달라"면서도 "변호인도 자꾸 이의제기를 하면 재판이 길어진다. 진짜 반대신문권이 침해됐을 때 얘기해달라"고 중재했다.
#원세훈 #김재철 #방송장악 #MBC #좌파연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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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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