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수문이 열린 후 흐르는 강물엔 이끼가 없었다"

[현장]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 4대강(금강) 현장조사

등록 2018.05.04 21:31수정 2018.05.04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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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좌안은 모래톱이 만들어지고 물길이 빠르게 흐르면서 강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 김종술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만고의 진리는 거스를 수 없었다. 4대강 사업으로 수문이 열린 곳과 닫힌 곳의 차이는 확연했다. 흐르는 강바닥은 깨끗하고 이끼가 적었다. 반면 수문 개방이 미루어진 백제보엔 녹색 빛이 선명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탁한 강물에선 시궁창 악취가 진동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는 공동으로 지난 4일 오전 10시부터 세종보에서 백제보까지 '4대강 수문개방'에 따른 현장조사에 나섰다. 이날 조사에는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의 생태, 수질(COD, BOD, TN, TP, PH, DO)과 강바닥에 쌓인 저질토(토성, 유기물, TN, TP, 유효인산)를 채취하여 분석에 들어갔다.

현장에는 염형철 물개혁포럼 대표와 오준오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 환경운동연합과 대전환경운동연합,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20여 명의 활동가들과 4대강 독립군으로 활동하는 이철재, 정수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비롯해 방송 3사까지 취재진이 대거 몰렸다.

4대강의 미래는 금강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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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수력발전소 앞에서 시작된 이 날 조사에 많은 취재진이 몰려 열띤 취재를 이어갔다. ⓒ 김종술


현장 설명에 나선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에서는 세종보의 수문이 가장 먼저 열리고 이후 공주보와 백제보의 수문이 추가로 열렸다. 그러나 백제보 인근 시설재배 농가들의 지하수 고갈 민원이 발생하고 백제보가 다시 닫히면서 공주보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오늘 모니터링은 수문개방 이후 금강이 어떻게, 얼마나 변했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고 설명에 나섰다.

염형철 대표는 "16개의 보 중 유일하게 전면 개방 중인 곳은 세종보뿐이다. 낙동강은 정치적인 상황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4대강 수문개방에 따른 모니터링과 분석 등 강의 생태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금강이 될 것이다. 4대강의 미래도 금강의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철저하고 정밀한 조사를 통해 분석 결과를 내놓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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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하류에서 가톨릭관동대학교 학생들이 물속에서 채수하여 취재진에게 보인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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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오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가 세종보 강바닥에서 퍼 올린 준설토를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 ⓒ 김종술


오준오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팀은 한국수자원공사의 협조를 얻어 세종보 우안 수력발전소 아래 지점에서 강물을 채수하고 강바닥 저질토를 채취했다. 오준오 교수는 "우리나라의 하천은 모래하천이다. 4대강 사업으로 담수가 이루어지면서 보이지 않고 물속에 잠겨있던 세종보 모래톱이 보인다. 오늘 세종보부터 강물을 채수하고 강바닥의 저질토를 채취하여 경남과학기술대학교에 의뢰하여 분석을 맡길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장소인 세종보 상류 연안에는 깊은 펄층이 말라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지고 있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 자료에 따르면 수문이 닫히고 우안에 쌓인 펄층이 60cm~1m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잦은 비와 강물이 흐르면서 펄층이 씻기고 강이 조금씩 회복을 하고 있다.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 강 부위원장이 물가에 다가가다 펄층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칠수록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일행의 도움을 받고 나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음은 진흙 범벅이 된 이철재 부위원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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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 강 부위원장이 세종보 우안 상류 펄밭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 김종술


"진흙 펄이 단단해 보여서 손을 씻으려고 물가에 다가가다 한순간에 쑥 빠져들었다. 모래 강에서는 스르르 빠졌던 기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수문 개방으로 모래톱이 보여서 강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위험한 구간이 많아 보인다. 혹시나 강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서 표지판이라도 세워야 할 것 같다."

흐르는 물과 고인 물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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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세종보는 고운 모래톱이 만들어지고 물길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 김종술


세종보 좌안 건너편 상황은 정반대였다. 고운 모래와 자갈이 드러난 모래톱엔 작은 물떼새가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강물은 맑고 투명했다. 물속에서는 물살을 타고 모래가 흘러내리는 모습도 보였다. 고운 강모래를 어루만지던 기자들은 카메라를 보고 연신 발언을 쏟아냈다.

공주보 우안 상류 2km 지점인 쌍신생태공원으로 이동했다. 공주보의 수문이 열리고 드러났던 펄밭은 온통 잡초밭으로 변해가고 있다. 반면 모래가 드러난 구간은 잡초가 보이지 않았다. 세종보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강바닥은 모래가 쌓이면서 작은 하중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공주보와 맞닿아 있는 지점부터는 시커먼 펄층이 깊게 쌓여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동한 백제보는 수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상류 강변엔 낚시꾼들이 자리 잡고 매섭게 몰아치는 강바람에 강물은 상류로 역류하고 있다. 탁한 물빛은 녹색으로 물들어가고 강바닥에서 퍼 올린 저질토는 온통 시커먼 펄층이다. 특히 모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미세한 입자의 펄층에서는 시궁창에서나 풍기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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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은 세종보 하류에서 ‘보수문 개방 확대’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김종술


오준오 교수는 "수문이 열리기 전까지 금강은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지천이었다. 수문이 열리고 세종보부터 강물이 흐르면서 스스로 정화되고 안정을 찾고 있다. 그러나 하류로 내려올수록 강물은 탁하고 강바닥 펄층은 미세한 입자의 썩은 오염원이라는 것이 육안으로도 확인되었다. 앞으로 백제보의 수문까지 전면 개방이 되어야만 금강은 옛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염형철 대표는 "4대강 사업할 때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이 온갖 왜곡으로 일삼았는데, 오늘 본 곳에서 명백하게 보를 왜 열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정부도 이제는 수문개방에 결단을 내리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일 것이다"고 요구했다.

안숙희 활동가는 "오늘 세종보에서 봤던 아름다운 모습을 내일 낙동강에서는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모든 수문이 열리고 세종보처럼 모래가 돌아오고 생명이 싹트는 구간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해 본다"고 호소했다.

이철재 부위원장은 "강의 생태계의 특징 중의 하나는 매우 수동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상처받기 쉬운 생태계지만, 반면 회복이 매우 빠른 특징이 있다. 강이 흐르게만 하면 강의 힘으로 회복될 가능성을 세종보나 상류에서 볼 수 있었다. 4대강 사업으로 상처받은 4대강의 길은 강물을 흐르게 하여 강의 민주주의까지 만드는 길이 되어야 한다"라며 "이번 지방선거에 4대강 사업에 찬성했던 사람들이 광역 지자체 후보로 나서고 있는데, 그분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우리 사회가 물어야 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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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상류부터 공주보, 백제보까지 강바닥에서 퍼 올린 준설토와 채수한 강물. ⓒ 김종술


한편, 정부에서는 연내 4대강 보 처리방안 발표를 앞두고 4대강의 보 수문을 개방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수문개방이 원활한 곳은 체류시간 증가, 조류농도 개선, 경관변화 등이 목격되지만, 개방을 하지 않았거나 관리수위를 회복한 보 주변의 경우 예년과 같은 조건이 유지돼 하절기에 조류 발생 등이 우려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금강을 시작으로 5일부터 낙동강으로 장소를 옮겨 수질, 저질토 분야에 걸쳐 진행되며, 수문을 개방한 보와 수문을 개방하지 않은 보를 비교하고 시민에게 그 실상을 알릴 계획이다. 또한, 전향적인 방법으로 수문개방과 철거 등의 해결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팀은 금강에 이어 내일부터는 낙동강에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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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좌안 한국수자원공사 선착장으로 사용하던 곳에 쌓인 펄층에 취재진이 관심을 보이면서 취재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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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상류 강바닥에 쌓인 펄층에서 퍼 올린 준설토를 기자들이 맡아보고 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 #환경운동연합 #금강 수문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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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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