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문 대통령, 도보다리에서 족집게 과외했을 것"

[제정임의 문답쇼, 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록 2018.05.07 13:13수정 2018.05.07 13:14
1
원고료로 응원
경제방송 SBSCNBC는 지난 2월 22일부터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 2018년 시즌 방송을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부터 1시간 동안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방송 영상과 주요 내용을 싣는다. - 기자 말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 틀림없이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할 텐데 그거 들어주지 않으면 당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경제지원도 기대할 수 없고 북미수교도 기대할 수 없고 평화협정은 더군다나 꿈도 꿀 수 없을 거다. 새로운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통해 생활수준을 높여주겠다고 북한주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려면 완전한 비핵화를 100프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걸 남북정상선언에서 먼저 받고 들어가면 트럼프 대통령이 훨씬 적극적인 자세로 북미정상회담을 하려고 할 거다...' 이런 얘기를 도보다리에서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연이어 통일부 장관을 지내고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의 대북정책 자문을 맡고 있는 정세현(73) 한반도평화포럼 대표가 3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해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과제를 진단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판문점 도보다리 단독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를 받아들이도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족집게 과외'를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 전 장관은 완전한 비핵화가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이 요구해 온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을 의미하는 것으로, 북한이 이를 수용한 것은 중대한 성과라고 말했다. 

한반도 냉전해소 이끌어 낼 '제2 몰타선언' 

a

지난달 27일 발표된 판문점선언은 동서 냉전을 해소한 몰타선언처럼 한반도의 냉전을 끝낸 ‘제2의 몰타선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하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정 전 장관은 이날 나온 판문점선언이 1989년 동서냉전 해소에 합의한 미·소 정상의 몰타선언에 이어 한반도의 냉전을 해소한 '제2의 몰타선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우리가 전쟁공포 없이 살 수 있는 시대, 과도한 군사비를 교육과 복지 등에 돌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시대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남북정상회담의 의의를 평가했다.


그는 일각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이 없다'는 등의 비판이 나온 것과 관련, "비핵화의 반대급부로 제시해야 할 북미수교와 평화협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할 수 없는 것으로, 북미정상회담에서 구체적 일정이 합의될 것"이라며 '절차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에서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 구호로 남북정상회담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도 "경제규모가 우리의 35분의 1이고, 1인당 국민소득이 18분의 1밖에 안 되는 실패한 체제에 나라를 갖다 바칠 대통령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북한의 핵 도발 자극한 미국의 군산복합체

정세현 전 장관은 그동안 북한이 핵 도발의 수위를 계속 높여 온 데는 미국이 북한과의 약속을 의도적으로 깬 탓도 있다며 군산복합체(군부와 군수산업, 정계 등의 이익공동체)의 이해관계 때문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은 세계 4대 미국 무기 수입국이며,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누적 미국무기 수입 금액은 세계 1위였다. 정 전 장관은 "북핵 공포가 조성되면 미국의 태평양함대 등 관련 군사예산이 증액되고, 우리도 꼭 필요하지 않은 무기수입을 늘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무기 판매에 도움이 되는 북핵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

전 전 장관은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 등으로 미국이 북한과의 합의를 깼기 때문에 그동안 북한이 핵도발의 수위를 높여온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실제로 2005년 남북한과 미·중·러·일이 참여한 6자 회담에서 북한 핵폐기와 한반도 평화협정체결 등을 교환하는 9.19선언이 나왔으나 이튿날 미국 재무부가 북한의 자금세탁문제를 들어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를 동결하면서 합의이행이 무산됐다. 또 2006년 북한이 핵시설인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면 미국이 24톤(t)의 대북식량지원을 하기로 했으나 냉각탑 폭파 후 식량지원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악마화' 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의 책임은 부각되지 않고 북한이 거듭 약속을 어긴 것으로 알려졌다"며 "전과자의 설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북핵 문제 해결로 재선에 유리한 입지를 만들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 때문에 실무선에서 과거와 같은 일을 반복할 가능성이 줄었다고 진단했다.

'통일비용 과다'는 '분단비용 해소'를 모르는 소리  

정 전 장관은 통일 후 우리가 북한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통일비용 과다설' 때문에 젊은이들 사이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있는 것에 대해 "분단비용이 없어지고 경제 도약의 기회가 생기는 것을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그동안 무기수입 등 과도하게 지출돼  온 군사비와 외교예산 등 분단비용이 줄기 때문에 순수한 통일비용은 국내총생산의 2% 정도인 390억달러(약 40조원)"라며 "약 2~3년 후 풍부해진 노동력, 시장 확대, 풍부한 지하자원 덕에 남북한 통합해서 연간 11.25%의 성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엄청나게 많은 일자리가 생기기 때문에 청년실업 문제도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a

정 전 장관은 남북의 대치상황이 해소되면 과도한 무기수입 등 ‘분단비용’이 줄어들고 경제적 도약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통일비용’을 부담스러워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1945년 중국의 북만주에서 태어난 정 전 장관은 한의사였던 아버지가 광복 후 귀국을 강행, 생후 100일 만에 강보에 싸인 채로 소련군의 횡포가 극심했던 국경지대와 북한을 거쳐 38선을 넘어왔다고 한다. 그는 "아마 평양역에서 노숙한 최연소 어린이였을 것"이라며 "이후 그 분단을 해소하기 위해 일했으니 통일은 속된 말로 내 팔자고, 운명"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정세현 #남북회담 #제정임 #문답쇼 #SBSCNBC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말은 곧게, 생각은 깊게, 사랑은 맑게, 삶은 가볍게!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