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당! 당!' 할 수 밖에 없는 후보들

왜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은 정당 공천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을까

등록 2018.05.08 10:43수정 2018.05.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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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받는 예비후보자 편집한 일러스트 입니다. ⓒ 이승익


7장의 선거용지, 유권자는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광역시도지사, 자치단체장, 시의회 의원, 도의회 의원, 각 의회 별 비례대표 및 교육감까지 단 하루, 한 번의 선거로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선출직 공무원을 선택한다는 것은 경제적 비용의 논리로는 설명이 되겠지만, 유권자가 한 명이 아닌 다섯 명을 선택하고 거기에 지지정당을 두 번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무척 난해하고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강요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일곱 장의 선거용지에 다양한 찍기를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유권자 중 대부분은 복잡하고 어려운 선택을 하기보다는 쉽고 간단한 선택에 익숙해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후보자가 많을 수록 인물보다는 지지정당으로 표를 몰고가는 경향이 크다.

경기도의 예를 들어보자. 경기도 산하에는 31개 시·군이 있다. 경기도의회 뿐만아니라 31개 시, 군에는 각각의 시의회가 있다.

즉, 일단 경기도지사와 자치단체장 및 도의원과 시의원을 선출해야 한다. 벌써 네 번 투표한다. 그리고 지지정당에 따른 시·도의원 비례대표를 한 번 더 선출하다. 그래서 여섯 번의 투표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육감선거도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총 일곱 번의 투표를 해야 한다. 자치단체장 한 명도 제대로 선출하기 어려운데 일곱 번의 투표를 한번에 하는 것은 어찌보면 시민들에게 인물보다는 지지 정당을 선택해 투표하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 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유권자는 쉽게 투표를 포기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나의 삶과 가장 직 간접적으로 연결돼 대선과 총선보다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지방선거는 선출해야 하는 수많은 선출직들에 대한 정보도 없을 뿐더러 수십 명의 후보에게서 하루에도 몇 통씩 날아오는 선거 문자에 쉽게 피로감에 빠지게 된다. 이로 인해 투표율이 늘 50% 미만에 머무는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투표율이 저조할수록 정당의 힘은 막강해진다는 사실은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일반 유권자의 투표율이 떨어지는 지방선거에서는 정당의 결속력과 힘 그리고 당원확장에 따라 그 승패가 결정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다. 그래서 이러한 폐해를 보완하고 군소정당의 목소리를 반영하고자 비례연동제를 논의했지만 집권정당과 거대야당의 속보이는 반대로 무산됐다. 이러한 이유로 거대 정당은 지방선거를 당원 결속의 도구로 삼고 충성도에 따라 쉽게 줄을 세울 수 있는 도구로 이용했고 지금도 그렇다. 이러한 지방선거 방식에 대해 지금도 많은 논의가 되고 있는것으로 알지만 경제적 비용의 논리 대부분 묵살되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삼성, 엘지 그리고 노브랜드

가전제품을 사려고 매장을 간다. 지난 수십 년간 티비에서 보고 라디오에서 들었던 익숙한 상표인 삼성과 엘지가 매대 전면에 배치돼 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이름 모를 자체브렌드 상품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같은 모양, 같은 성능임에도 불구하고 가격 차이는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난다. 노브랜드 제품이 오히려 내구성이 더 좋을 수도 있고 사용하기 더 편할 수도 있으며 더 좋은 성능에 훨씬 경제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음에도 소비자는 익숙한 브랜드의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믿을 수 있고 서비스도 잘 되고 비싼 만큼 제 값을 할 것이라는 신뢰 때문이다. 그 신뢰도와 충성도를 위해 대기업 브랜드는 어마어마한 광고를 하고 그 광고비가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된다.

대한민국에서 선거도 이와 다를것 없다. 기호 1번과 2번을 제외한 나머지는 검증도 안되고 알지도 못하며 알고 싶지도 않은 노브랜드 제품인 것이다. 하지만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와 제품을 선택하는 브랜드 방식이 같아서야 되겠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정치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그 정당을 통해 국민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민의를 반영하는 수단이 되는것이라고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왔다. 그러나 신뢰도 최하위의 국회와 정당 정치인, 어떠한 경우에도 믿을 수 없고 믿기도 싫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국민에게 선거때만 되면 매번 머리 숙이고 표를 구걸하는 모습에 신물이 나면서도 우리는 또 반복적으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번엔 잘 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말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말했다.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잘못한 거고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잘못된 것이고 세 번째 부터는 공범이라고. 이 말이 지금 우리가 선출한 공직자들이기에 사회의 구성원 인식과 정치권에 대한 우리의 반성이 됐으면 한다.

공천에 목을 메는 자치단체장 예비후보자들

많은 선택을 한 번에 하는 부담과 정당에 대한 인지도가 곧 당선의 당락을 좌우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공천을 받느냐 못 받느냐는 예비후보자들에게는 타 후보와의 본선 경쟁보다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로인해 지방자치단체장뿐만 아니라 모든 지방선거 예비후보자의 행보는 시민으로 절대 향하지 않는다. 늘 구호는 '시민과 함께, 시민을 위해 일하겠습니다'라고 하지만 말이다.

자치단체장 예비후보자의 경우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역별 정당협의회 및 시·도 중앙당과 정당대표에게 목을 메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자치단체장 예비후보자의 행보를 담은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전 성남시장, 지역구 국회의원 및 영향력 있는 중앙당 사람들과 함께 있는 사진에서 자치단체장 예비후보와 시·도위원 예비후보들은 늘 병풍처럼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시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시민에게 지금 필요한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시·군·구가 지금 어떻게 계획돼야 하는지는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공천이 없다면 그리고 기호 1, 2번을 달 수 없다면 선거에 나오나마나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들도 어짜피 정당인들과 이해관계인이 아니라면 아무도 지방선거 투표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천 후에는 어떨까? 공천 때까지 눈치보던 정당 관계인과 이해관계인은 줄서기에 바쁘다. 여기에 갑과 을의 관계가 다시 성립되고 선거운동 기간에 시의 발전과 계획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 정당에서 내려준 프레임 그대로 반복하는 앵무새가 된다. 지방자치는 없고 정당 자치만 남아있는 것이다.

이 모든 사실에 대한 책임은 우리 시민에게 있다고 본다. 누가 뭐래도 그 책임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시민은 없다. 시민이 감시하지 않았고 시민이 투표를 소홀이 했고 그로 인해 그들만의 잔칫상을 지켜만 봐왔고 그들의 꼴 같지도 않은 작태를 외면하기에 바빴다. 이제 우리 시민 스스로 부터 변해야 하지 않을까? 후보자들이 당이 아니라 시민을 바라보게 하려면 말이다.

당! 당! 당당할 수밖에 없는 후보들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정치와 관련되는 것들은 무조건 피하고 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치에 관심 있고 세상을 바꿔보려는 사람도 많고 이들은 적극적으로 그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당에 가입한다.

바로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당원이라고 부른다. 당원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다. 이 당원들은 선거에서 셀 수 있는 표로 집계되고 이러한 당원들의 표는 선거율이 떨어질 수록 그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흔히 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항상 승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원의 조직력이 강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투표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이 없으면 고정표가 없고 투표율이 50%가 되지 않는 지방선거의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하는 것은 웬만한 지지세력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가능한 일 일수밖에 없다. 이제 왜 그토록 후보들이 당에 집착하고 충성하고 당의 입장에만 일하는지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그들에게 과연 우리가 한 표를 행사하는것이 옳은지는 반드시 생각해 봐야한다. 당만보고 당원의 힘만믿고 당선했다면, 그 당원들과 당의 힘에 당선자는 움직일 수밖에 없다. 당당하고 소신있게 일을 처리하는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당선시키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당원들과 공천을 내려준 당의 끊임없는 요구와 시정방향의 지시는 결국 시민을 보고 시민과 함께 하겠다는 약속과는 늘 거리가 멀고 괴리감을 가질 수 밖에 없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지방정부 집권 초기에 잡음과 고소, 고발건이 많고 시정운영에 반대세력도 많아지며 결국 당선 후 1년 내에 대부분의 자치단체장들은 기존의 관행을 그대로 따라가며 조용히 지내고 매번 관광버스와 행사장의 손 흔드는 인형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이유는 당선과 동시에 4년 후를 준비해야 하는 후보이기 때문이다.

정당의 이념과 사상 그리고 정책적 집행력은 매우 중요하고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거나 추진력을 불어 넣어 준다는 것에는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의 행정운영자이며 집행권자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제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제대로 된 도시를 만들어가는 자치단체장을 만나보고 싶다.

당신의 소중한 한 표가 고리를 끊을 수 있다. 목소리 내어 외쳐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냥 조용히 생각하고 상식적인 생각 수준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만 판단해 달라는 것이다. 6월 13일 소중한 한 표로 우리 함께 당, 당, 하며 당에 의존하는 이들을 심판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613지방선거 #지방선거후보자 #자치단체장 #투표독려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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