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건 돈이 아니었다

[서평] 1만 원보다 1시간이 중요하다,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등록 2018.05.09 08:28수정 2018.05.0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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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작가 브로니 웨어가 써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책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5가지>는 저자가 삶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는 환자나 노인들을 돌보는 간병인 일을 하면서 나온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을 때 쏟아내는 후회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한 후회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이다. 마지막 순간 사람들은 못 번 돈을 아쉬워하는 것이 아니라 못 살아본 시간을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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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 서해문집

자신을 '생계형 마르크스주의자'라 일컫는 이 책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의 저자(임승수) 같은 자유인 혹은 작가적 기질이 있는 사람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시간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못 번 돈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한 시간을 너무나 아까워한다.

'생계형 마르크스주의자의 유쾌한 자본주의 생존기'라는 재밌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을 읽다보면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주요 주제이기도 하다.

저자는 시간의 관점으로 삶을 통찰하고, 사회와 경제를 본다. 돈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이며, 그 배후에서 작동하는 '본질'은 시간이다.

시간의 관점에서 분석한 자본주의의 민낯을 알려주고 진흙탕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의 주인이 되어 진짜 행복을 찾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 그러고 보면 내 생계를 유지하게 해주는 직업 또한 돈을 벌기 위해 나의 시간(삶)을 갖다바쳐야 하는 것이지 싶다.

'시간'의 관점으로 삶과 사회를 보다

이 사회에는 타인이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부모가 원하는 삶, 회사 사장이 원하는 삶, 스승이 원하는 삶, 남편이 원하는 삶, 아내가 원하는 삶, 애인이 원하는 삶, 남들이 보기에 그럴싸해 보이는 삶...

안타깝게도 타인의 욕망이 투사된 삶에는 나의 욕망이 들어설 곳이 없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사는 사람은 노예일 뿐이다. 설사 타인의 욕망이 바람직한 것이라 할지라도 - '1만원보다 1시간이 중요하다' 가운데  


물론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시간 혹은 일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게다가 많은 한국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이끌려 살아오다보니,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체를 발견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저자는 용기를 내어 다양한 시도를 했을 때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발견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만 아니라면 망설이지 말고 과감하게 딴짓을 하라고 조언한다.

책속에 이해하기 쉽게 소개되어 있는 저자의 '인생책' <자본론(1867)>에도 경제를 돈이 아니라 시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카를 마르크스(1818~1883)가 써서 사회주의에 대한 책으로 '오해'받기 쉬운 <자본론>은,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에서 왜 이렇게 엄청난 빈부격차가 발생하는지, 그런 불평등이 어떻게 '시간'이라는 요소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소름끼치도록 예리하게 파헤친 고전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시간의 주인으로 사는 느낌을 아는가? 감히 얘기하는데, 나는 안다. 매일매일 작가로서 하루의 시간을 온전히 나 스스로 통제한다. 이 해방감과 충만함을 맛본 사람은 다시 시간의 노예로 돌아갈 수 없다. 다시 태어나도 이 삶을 살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내가 규격품의 삶을 거부하고 불량품이 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다 - '자신만의 답을 갖고 있던 사람들' 가운데


대다수 한국 사람들은 돈이 되지 않는 시간은 낭비이며 쓸데없다는 식으로 취급한다. 거리 공연하는 청년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꿈을 가진 21세기 대한민국 청년들은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느 순간 다음과 같은 질문에 부딪친다. "그거 해서 얼마 버는데?" 기업의 논리, 자본가 계급이 내세우는 논리를 마치 불변의 진리인 양 받아들인 사회의 흔한 현상이다.

어쩌면 거리공연을 하는 청년들은 이제 거리공연의 순간들을 젊은 날의 추억으로 묻어두고 생업을 찾아 나섰을 수도 있다. 아마도 그쪽의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거리공연을 했던 시간은 무의미한 것일까? 단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오히려 자신의 삶에 이런 종류의 시간조차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훨씬 불행한 것은 아닐까? 나와 주변인들의 삶을 찬찬히 살펴보면 돈벌이가 되는 시간보다 그렇지 않는 시간에서 삶의 의미, 보람, 감동, 행복을 얻는 경우가 더 많다. 국가나 기업이 원하는 인생이 아닌, 나 자신이 주인이 되어 행복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여러 면에서 공감하게 된다.
덧붙이는 글 임승수(저자) | 서해문집 | 2018-04-20
제 블로그에도 송고했습니다.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 생계형 마르크스주의자의 유쾌한 자본주의 생존기

임승수 지음,
서해문집,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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