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표현이 위헌? 헌법은 본 건가

[분석] <역사>색깔론 논란...헌법엔 ‘민주’가 ‘자유민주’보다 4.5배 많아, 교육기본법도 '민주'

등록 2018.05.07 18:11수정 2018.05.0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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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낸 이른바 '박근혜 국정교과서'(고교<한국사>) 단원과 소단원 페이지. 심지어 여기에도 '민주주의'란 표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 윤근혁


교육부가 지난 2일 내놓은 '2020년 중등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에 대해 '위헌론'을 내세우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언론이다.

헌법 펼쳐보니...'민주(주의)' 9번, '자유민주' 2번

이들이 겨냥한 공격지점은 다름 아닌 '민주주의'란 용어 사용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처럼 '자유민주주의'라고 써야 하는 게 맞는데 '자유'를 빼고 '민주주의'라고 쓰는 것은 위헌이란 주장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위헌 근거는 헌법 전문과 제4조에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표현이다. 이 헌법 표현과 달리 역사교과서에 '민주주의'라고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는 '인민민주주의도 민주주의가 들어간 것 아니냐'는 식의 선동을 하고 나섰다.

그래서 7일, 헌법을 찾아봤다. 우선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란 표현이 2번 들어가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민주(주의)'란 표현은 자그마치 9번이 들어가 있다. '민주주의' 표현이 4배 이상 많은 것이다. 저들의 주장대로라면 우리 헌법이 인민민주주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우선 우리 헌법의 핵심인 제1장 제1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용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것이다. 위헌론자들의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공화국이다'라고 해야 한다.

헌법 전문도 마찬가지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표현 앞에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란 표현이 2번 들어가 있다. 저들의 주장대로라면 '4.19 자유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자유민주개혁과...'로 바꿔야 한다.

헌법 제2장 제32조는 "국가는 근로의 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도 민주주의 앞에 '자유'를 넣어야 '인민민주주의'로 오해받는 일이 없게 되는 것 아닐까?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자유민주주의'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때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이다. 그 이전 대부분의 역사교과서는 자유민주주의란 용어가 아닌 '민주주의'란 용어를 썼다.(관련 기사 : '자유' 빼면 정통성 부정? 역대정부 교과서 91% '민주주의' 사용)

당시 역사학계가 반발하자 이명박 정부는 헌법 전문에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란 표현을 근거로 들며 '자유민주주의'가 헌법에 합치되는 것이라 주장했다. 1972년 12월 유신헌법에 처음 등장한 이 글귀를 근거로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란 표현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방은희 역사정의실천연대 사무국장은 "현행 헌법 전문에 쓰여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가 아니라, 독일 기본법에서 말하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the basic free and democratic order)'를 의미한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라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 제2조는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을 다음처럼 규정하고 있다.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교육기본법도 "민주시민, 민주국가"를 교육목적으로 규정

대한민국 교육의 목적은 '민주국가발전을 위한 민주시민 양성'이지, '자유민주국가발전을 자유민주시민 양성'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법에 따라 현행 우리나라 교육의 목표는 '민주시민 양성'으로 되어 있다. 교육과정 총론에도 '민주주의'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사회, 도덕, 정치 교과서는 모두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통일해서 쓰고 있다.

그런데 오로지 역사교과서에서 '민주주의'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한 이해하기 어려운 위헌론과 색깔론 공격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자유'색깔론' 공화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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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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