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GMO 공약',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GMO 완전표시제 시행' 20만 청원에 부정적 답변한 청와대

등록 2018.05.10 10:01수정 2018.05.10 10:01
2
원고료로 응원
취임 1년을 맞이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83%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 1년 지지율이 60%였고 탄핵국면에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이 25%였다니 이는 역대급이긴 하다.

지지율을 견인한 건 남북회담이었다. 그러나 이번 지지율 조사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외교 분야가 아닌 내치(內治)이지 않을까 싶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지지율이 80%를 웃돈 반면 교육, 경제, 복지에 대한 지지율은 점차 하락하는 추세라고 하는데 그중 교육 부문은 대입정책에 대한 극도의 혼선 때문에 30%대에 머무는 지지율을 나타냈다고 한다. 경제 분야도 그에 만만치 않게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당시 경제 분야에 경제민주화 등 많은 공약을 내 걸었을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당장 대통령을 교체하는 데 급급해 그 많은 공약사항들이 무엇이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않은 시민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대통령의 공(公)약이 공(空)약이 되어서 될 일인가.

a

GMO완전표시제 청와대 답변 규탄 기자회견 GMO완전표시제 국민청원에 참여한 57개시민단체들이 전날 나온 청와대답변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손연정


수많은 경제 공약 사항 중에는 GMO표시강화와 GMO식품의 학교급식 퇴출도 있었다. GMO표시제강화는 아이쿱생협, 경실련 등 소비자단체는 물론 국내 농업계의 오래 된 숙원사업이었다. (GMO식품이란 유전자변형농산물로 만든 식품을 말한다)

취임 후 조용히 1년을 기다렸지만 GMO완전표시제에 대한 정책입안은 감감무소식이었고 결국 57개 소비자단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3월 12일부터 시작된 한 달간의 국민청원 동안 20만 청원을 달성하기위해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거리로 행사장으로 바삐 뛰었다. 마치 20만 청원을 달성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잠시 공무에 바빠 잊었던 GMO완전표시제를 기억해 내 '아차~ 그걸 잊고 있었군'하며 당장 공약을 실천할 것으로 착각했기 때문이었을까?

결국, 우리는 20만 청원을 달성했고 조금 안도하며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청와대 답변을 기다렸지만 결국 GMO표시제로 인해 물가가 인상되고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는 이전 정권의 답변과 한 치도 다름없는 답변을 받았을 뿐이다. 고작 그 답변을 들으려고 그 고생을 하며 20만 청원 달성을 위해 뛰었나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a

청와대답변 규탄 퍼포먼스 GMO를 GMO라 말하지 못하고 non-GMO를 non-GMO라 말하지 못하는 침묵을 강요당하는 현실을 퍼포먼스로 표현하고 있다 ⓒ 손연정


이번 청와대 답변의 핵심은 (촛불정권답게 소비자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결국 국내에 유통되는 GMO농산물은 없다는 말이었다. 그럼 식용GMO수입국 1위라는 영광스런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에서, 그 많은 식용GMO는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연간 200만 톤 이상 수입되는 식용GMO(대두, 옥수수, 카놀라 등)는 흔히 먹는 간장, 식용유, 당류 등에 쓰였음에도 이들은 GMO식품이 아니라는 결론인데 이는 가공 후 GMO단백질이 남아있지 않다는 식품업계의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당연히 학교급식에 GMO식품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왜, 수입GMO콩으로 만든 간장이 GMO식품이 아닌가. 왜 우린 홍길동도 아닌데 GMO간장을 GMO간장이라 확인할 수 없는가. 왜 국내 농업을 살리고 식량 주권을 얘기하면서 정작 수입농산물과 가장 큰 변별력을 보일 GMO식품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인가.

GMO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내 돈 내고 내가 먹는 식품이 GMO식품인지 아닌지 정도는 알고 먹겠다는 것이다. 그것을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까지 걱정해가며 이정부가 막아야 할 일인가. 정작 정부가 걱정하는 것이 국민의 호주머니인가, 아니면 GMO식품을 대부분 수입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 식품업계의 사정인가.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이번 답변은 박근혜 정부의 식품표시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의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GMO표시강화를 결국은 거부하겠다는 답변을 내놓고 식품산업협회와 시민단체 간의 논쟁을 통해 개선방안을 만들겠다는 것은 이전의 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의 국민공론화를 떠오르게 한다. 그 역시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공약사항에 위반되는 결과가 도출되어 많은 촛불시민들을 실망하게 했다.

국산품을 애용하고 기업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논리로 국민을 겁박하던 시대는 저물었다. 언제까지 기업의 이익이 소비자의 이익보다 우선하는 시대를 살아야 하는가. 소비자는 21세기를 사는데 정책입안자는 아직도 20세기에 머무르고 있는듯하여 통일한국의 미래가 암울하기 그지없다. 
#GMO완전표시제 #GMO #유전자변형농산물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