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책

비혼, 싱글의 삶에 대한 책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외 세 권

등록 2018.05.11 21:32수정 2018.05.1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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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모두 이달에 포진해 있다. TV 홈쇼핑 채널들은 이미 몇 달 전부터 5월을 대비한 선물용 상품을 쏟아내고 있고 인터넷이나 SNS에서도 특가 선물 광고가 툭툭 튀어나온다.

'가정'은 어떤 뜻일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한 가족이 생활하는 집. 가까운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 공동체'로 정의한다.

그렇다면 가족은 누굴까.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짐'이라고 나온다. 여기서 '부부'는 '남편과 아내', 친족은 '촌수가 가까운 일가'를 뜻한다. 몇 촌까지 가깝다고 볼 수 있는지 정해진 것은 없다. 부부가 중심이지만 이마저 '주로'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가족'이라 부르기 위해선 법률로 관계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쨌든 가정을 이루기 위해선 법률이 인정하는 최소 두 명의 사람이 필요하다. 올해 처음 5월 10일을 '한 부모 가족의 날'로 지정하면서 기념일 하나가 더 추가됐다. 한 부모' 역시 '부모 중 한 명과 자녀 한 명'이 최소단위다.

그런데 조금만 둘러보면 우리 주위에 가정이라 부를 수 없는 삶의 형태가 상당히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단, 칠순이 다 된 우리 엄마만 해도 혼자 살고 있고, 엄마네 집의 위 아래층에도 혼자 사는 사람들이 있다. 전자를 '독거노인' 후자를 '일인가구'라 부른다. 그리고 이들의 수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가정의 달'에 이들은 유독 외롭다. 원래 외롭지 않은 사람이 없다지만, 가족 중심의 행사와 소란스러움 속에 혼자 사는 이들은 철저히 소외된다. 자식들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우리 엄마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이 정상으로 간주되는 사회에서 혼자 사는 노인은 스스로 어쩐지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신경 쓸 사람이 없으니 홀가분하다고 느끼면서도, 혼자 살 뿐 자식에게 버림받은 것은 아니란 걸 자꾸 증명하고 싶어 한다. 법적으로 가정을 이룰 수 없는 동성 커플도 소외되긴 마찬가지이다.

반항심인지는 몰라도 '가정의 달'이라 하니 오히려 혼자 사는 사람들에 관심이 갔다. 그래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쓴 책들을 읽었다. 한 권 한 권 읽을수록 덮어놓고 가족, 가정만 외치는 사회가 이들에게 얼마나 불친절하며 심지어 폭력적인지,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노명우 지음, 사월의책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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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노명우 ⓒ 사월의책


자칭 '싱글남 사회학자'인 노명우 아주대학교 교수가 자신의 삶을 사회학의 시각으로 들여다 본 내용을 책으로 썼다. 우리에겐 혼자 사는 이들을 바라보는 두 가지 극단적인 시각이 있다. 화려한 싱글과 궁상맞은 독신. 전자에선 자유와 물질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후자에선 인스턴트 혼밥으로 점철된 일상과 '고독사'라는 쓸쓸한 결말을 상상한다. 하지만 그는 '싱글은 화려하지도 않고, 반드시 위험하지도 않다. 또한 싱글은 화려할 수도 있고, 위험할 수도 있다'(139쪽)고 말한다.

그는 1인 가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다섯 가지 고정관념을 소개하며 참과 거짓을 밝힌다. 첫 번째 통념은 1인 가구의 증가는 결혼을 늦추는 젊은 세대의 증가 때문이라는 것이다. 1921년 여성의 초혼 연령이 19.5세, 남자가 18.2세였던 것이 2010년에 오면 여자 28.9세, 남자 31.8세로 크게 늘어났다. 분명 만혼화 경향은 뚜렷하지만 1인가구는 젊은 세대가 아닌 노인인구에서 확연히 나타나고 있으며 증가하는 추세다.

'2012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1인 가구 중에서 27.3%를 차지한다면, 2035년에는 전체 45%에 달할 예정'(45쪽)이다. 원인은 평균수명의 연장 때문이다.

두 번째 통념은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1인 가구 증가의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장 흔한 통념이지만 사실과 다르다. 전체 1인 가구 가운데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단독 가구를 구성하는 이들의 비율은 점차 감소하고 배우자 별거, 사별 및 이혼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그는 말한다.

지금 당장 모든 미혼 집단이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1인 가구의 증가는 제어될 수 없다.(47쪽)


세 번째 통념은 1인 가구는 가족이 없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내용이다. '기러기 아빠'나 주말부부를 떠올리면 이 통념이 반드시 사실을 설명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네 번째로 결혼을 하면 혼자 살게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도 통념이다. 결혼에는 이혼과 재혼, 배우자 사망 등 여러 변수가 따른다. 따라서 결혼을 한 후에도 얼마든지 1인가구가 될 수 있다.

마지막 통념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세련되고 능력도 있는 화려한 싱글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흔히 '능력 있으면 혼자 살아도 돼'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오히려 1인 가구의 대다수는 화려함보다는 한계 집단에 가까운 삶'(50쪽)을 살고 있다.

'혼자 사는 것'과 '은둔'은 다르며 외톨이가 되는 것과도 다르다. 그럼에도 혼자 사는 이가 늘어나는 것은 사회문제 현상으로 취급된다. 그 이유는 사회-민족-국가-공동체가 긍정적 뉘앙스의 동맹을 이루기 때문이다.

사회-민족-국가-공동체의 긍정적 뉘앙스 동맹이 강하게 지배하면, 사회-민족-국가-공동체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비켜나 있는 사람은 비정상적인 상태, 위험한 비정상정으로 취급되기 마련이다. (76쪽)


저자는 모든 사람은 집단에 소속되려는 욕구만큼이나 개체가 되려는 욕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모두가 단독인이 되는 '단독인의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독인의 사회란 달리 말하면 '모두가 혼자 살라고 선동하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를 통합하는 힘과 개체가 되려는 힘이 균형을 이루는 사회, 개체가 되려는 힘을 갖고 싶어 하는 개인이 가족 환경이나, 집단의 소속 여부와 상관없이 자기 뜻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236쪽)를 의미한다.

모든 이가 단독인이 되기 위해선 가족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의 사회안전망 시스템이 확충되어야 한다. 그가 제시하는 것은 '자기만의 방'과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이다.

분명한 사실은 모두가 다 함께 단독인이 되기 위해서는 단독인을 위한 독립자금 역시 모든 사람에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단독인이라는 홀로서기에 성공한 사람은 더 이상 위인이나 특별한 영웅의 모습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239쪽)


<싱글 레이디스> 레베카 트레이스터 지음, 노지양 옮김, 북스코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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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레이디스> 레베카 트레이스터 ⓒ 북스코프


미국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레베카 트레이스터가 방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100명 이상의 비혼 여성을 인터뷰하며 쓴 책이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결혼 신화'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원인부터 시작해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읽은 공주가 등장하는 동화의 결말은 대부분 결혼이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가운데 희극은 역시 결혼으로, 비극은 주인공의 죽음으로 끝난다. 많은 미국 소설에서 남편의 존재 여부가 여성의 운명을 결정하고 존재를 정의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러한 '결혼 문화'에 세뇌당한 건 아닐까.

저자는 미국에서 가정이 중요시 된 건 초기 식민지시대의 사회상과 관련이 깊다고 본다.

초기 식민지 시대 미국은 유럽처럼 확립된 정부가 없었기 때문에 가정을 사회 통제의 기관으로 삼는 데 주력했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은 교회를 다니고 땅을 소유한 남성이 '통치하는' 가정 내에서 살아야만 했다. 1650년대 뉴 헤이븐의 칙령을 보자. "가정에 속하지 않거나, 어떤 친족관계 안에도 귀속되지 않은 사람들은 이 사회의 불편과 무질서의 원인이 되므로" 각 가정의 '통치자'들에게 "이러한 독신 남녀의 태도와 행동거지와 행위를 관찰하는" 의무를 부여한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라면 어떤 가정의 하녀 신분이라도 유지해야 했고 독립성을 띤 모습으로는 그 세계에 발붙일 수 없었다. (74쪽)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혼 여성에 대한 편견이 사실과 다르다는 근거를 대며 일관된 자세로 그들의 삶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오랜 세월 부를 소유한 남성의 통제 하에 살면서 단단하게 굳어진 여성상과 결혼관을 뒤흔들기 위해서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개인의 삶의 행복과 무관한 통치방식의 하나였을 뿐이며, 혼자 사는 삶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우에노 지즈코, 미나마타 기류 지음 / 조승미 옮김 / 동녘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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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우에노 지즈코 ⓒ 동녘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일본 도쿄대학교 대학원의 우에노 지즈코가 사회학자인 미나시타 기류와 나눈 대담을 정리한 책이다.

두 저자는 결혼을 이렇게 설명한다. 남녀 사이의 사랑, 즉 '이성애'만을 정상으로 두고 여자와 남자가 상대방 없이 자립해서 살 수 없게 만들어온 제도라고.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남자가 돈을 벌어오고 여자가 집안일하며 아이를 돌보는 지금의 결혼 형태는 인류 역사에서 결코 보편적이지 않았다.

그런 사고방식과 결혼 형태는 남성이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을 받았고 여성에게 일하는 것을 허용치 않았던, 근현대 고도성장기에 만들어진 예외적 사례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점차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두 세기 범위로 생각해보면 지금 일어나는 비혼 현상도 실은 평범한 사건일 수 있어요. 전근대에는 인구의 20퍼센트 정도가 비혼 남녀였고요. 이런 현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모두 결혼하는 사회가 오히려 한때였고, 보기 드문 시대라고 볼 수 있죠. 역사적으로 보면 일시적 시대고, 두 번 다시 안 올 수도 있어요. (55쪽)


이 책은 변화된 사회상에 어울리지 않을 뿐더러 모두에게 고통만 주는 보수적인 결혼관 및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판하면서 그런 낡은 틀을 깰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별 다른 고민 없이 관습과 규범에 따른 게 아니라 온전히 자발적 의지로 결혼하고 출산했는지. 결혼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혼자서도 괜찮아> 쿄코 지음, 이마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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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사서도 괜찮아> 쿄코 ⓒ 이마


혼자 살기위한 본격 실용서. 마흔이 넘기까지 19년 동안 혼자 살아온 저자가 직접 부딪히며 배운 삶의 비결과 조언을 담은 책이다. 부동산에 갈 때 주의해야 할 점과 여성이 혼자 살 집을 구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저축과 소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집 꾸미기와먹고사는 방법 등 세세한 내용을 친절하게 소개한다. 독립을 결심했거나 이제 막 혼자 살기 시작한 이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 고독한 사람들의 사회학

노명우 지음,
사월의책,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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