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냐, 명성이냐, 휴양지냐
북미회담 후보지에 도사린 위험

[미리 가본 북미정상회담 후보지]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마리나베이샌즈-센토사 중 어디?

등록 2018.05.15 21:52수정 2018.05.15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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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는 발표가 나온 뒤 정상회담장이 어딘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 11일 싱가포르 최대 일간지 <스트레이트 타임즈>(The Straits Times)가 샹그릴라 호텔(Shangri La Hotel), 마리나베이샌즈(Marina Bay Sands), 센토사(Sentosa), 세 곳을 유력 후보지로 보도한 뒤 한국 언론들 역시 같은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세 곳이 과연 어떤 곳인지, 그리고 가능성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세 곳을 방문했다.

[후보①] 샹그릴라 호텔, '위치'가 강점... 국제회의 유치 경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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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는 샹그릴라 호텔 전경 ⓒ 이봉렬


첫 번째로 거론되는 곳은 샹그릴라 호텔이다.

2002년 이후 매년 아세안과 유럽의 국방 관계자들이 모이는 아시아안보회의(Asia Security Summit)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데, 이 회의는 회의 장소인 호텔의 이름을 따서 '샹그릴라 대화'(Shangri-La Dialogue)라고도 불린다.

국제행사를 유치한 경험이 많다는 것은, 의전 관련해서 무리 없는 준비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2015년 열린 중국과 대만의 정상회담 장소도 바로 이 호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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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릴라 호텔 전경. 시설 자체는 크게 내세울 게 없다. 평범하다. 평범한 것이 정상회담에는 오히려 장점일 수 있겠다.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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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릴라 호텔 내 오솔길. 두 정상이 손 잡고 저 오솔길을 걷다가 저 곳에서 단 둘이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상상된다.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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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바로 앞 도로. 주거 지역이라 한적하고 길이 하나 뿐이라 통제가 용이하다. 위치 하나만 보면 최적지다. ⓒ 이봉렬


이 호텔의 또 하나의 장점은 호텔 자체의 시설이 아니라 '위치'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상업 지역인 오차드 로드와 가까우면서도 한 블록 정도 떨어진 주거 단지 안에 있어서 한적한 분위기다. 호텔 앞의 4차선 도로 하나만 양쪽으로 폐쇄하면 호텔로 접근하는 다른 길이 없어 보안과 경호에 상당히 유리하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미국 대사관과 가깝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을 만하다. 2k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아 차로 5분이면 닿을 수 있다.

[후보②] 마리나베이샌즈, 싱가포르 랜드마크지만... 치명적 단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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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상징인 멀라이언 공원에서 바라 본 마리나베이샌즈.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이긴 하지만 너무 쉽게 테러의 표적이 될 수가 있다. ⓒ 이봉렬


그 다음으로 거론되는 곳은 마리나베이샌즈다. 2010년 개장한 이후 단숨에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떠올랐고, 할리우드 영화에도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건물로 자주 등장해 유명세로는 따라갈 곳이 없다.

게다가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리조트 운영회사인 라스베이거스 샌즈가 개발에 참여했는데, 그 대표가 트럼프의 후원자라는 인연 때문에 회담 장소로 거론된다(건설은 쌍용건설이 맡았다).

하지만 마리나베이샌즈는 치명적인 약점이 너무 많다. 일단 위치가 너무 개방적인 곳인 데다 주변에 건물을 가로 막는 다른 건물이나 지형이 없어 만에 하나 있을 지 모를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불과 2년 전인 2016년 8월 5일 마리나베이샌즈를 겨냥해 로켓 테러를 공모한 테러 용의자 6명이 체포된 적이 있다. 용의자들은 싱가포르에서 66km 떨어진 인도네시아의 바탐 섬에서 로켓으로 마리나베이샌즈를 공격하려다가 사전에 발각됐다.

게다가 마리나베이샌즈 주변은 비즈니스 단지라 수많은 금융 회사 건물들이 마천루를 이루고 있고, 마리나베이샌즈 자체가 복합리조트 건물이라 관광객과 쇼핑객 등 유동 인구가 너무 많다. 정상회담을 위해 통제가 가능한 곳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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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베이샌즈 맞은편의 금융가 건물들. 건물이나 도로를 통제하기엔 안아야할 부담이 너무 크다. ⓒ 이봉렬


다만 건물 자체에 컨벤션센터가 마련돼 있고, 평소에도 수많은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라 프레스센터로 이용될 가능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

[후보③] 센토사, 온전히 휴양지로 조성... 김정은 무대로는 부적합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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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토사. 섬 전체가 호텔과 테마파크, 휴양시설, 그리고 카지노로 구성된 휴양지다.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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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토사 안에 있는 테마파크. 이런 분위기에서 정상회담은 좀 어렵지 않을까. ⓒ 이봉렬


마지막으로 거론되는 곳은 센토사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워터파크, 아쿠아리움 등 놀이시설과 리조트 호텔 단지와 카지노, 이름난 해변까지 온전히 휴양지로 조성된 섬이다.

섬이기 때문에 들어가는 입구만 통제를 하면 보안이나 경호에 큰 어려움이 없는 곳이고 호텔도 대부분 새로 지어 시설이 훌륭하다.

하지만 카지노를 중심으로 휴양을 하는 섬이라는 점이 사회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본격적으로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는 장소로 적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세계적인 회담을 치러낸 경험이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현재까지 후보지로 오른 세 곳에 대해 분석해 보자면 샹그릴라 호텔이 회담 장소로 가장 가능성이 높다.
#북미정상회담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 #마리나베이샌즈 #센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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