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침입 범죄 공무원, 어떻게 징계 피했나

[지방정부 이렇게 바꾸자②] 지역정치 좀 먹는 부실한 자체감사제

등록 2018.05.16 18:38수정 2018.05.1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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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제7기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대통령선거에 이은 정치세력교체의 중요한 계기로 볼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지방선거인만큼 지역주민들의 삶, 지방행정과 지방의회의 질을 개선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와 함께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정책과제들을 연속해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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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감사기구 운영실태 감사 보고서2017년 발표된 자체감사기구 운영실태 감사 보고서 ⓒ 감사원


매년 봄이 되면 감사원에서 나오는 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감사 부실을 지적하는 '자체감사기구(지방자치단체) 운영실태 감사 보고서'입니다. 해마다 적발되지 않은 적이 단 한 차례도 없고 도시와 농촌, 영남과 호남 등 지역을 가리지 않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감사원발 봄소식

가까운 몇 년 치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2014년 대전도시공사의 인사위원회는 뇌물수수를 이유로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공무원들을 중징계 해야 함에도 성실근무를 이유로 경징계 처분했습니다. 금품이나 향응 수수 등은 감경대상이 되는 공적이 있더라고 감경할 수 없다는 공무원 징계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제 식구를 보호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같은 해 충남 논산, 태안, 예산의 자체감사기구 역시 징계 감경 조치한 것과 인사관리에 소홀히 한 것과 관련해 감사원으로부터 적발되었습니다.

2017년에도 감사원은 '자체감사기구 운영실태'를 발표하면서 전국의 지자체에서 16건의 자체감사 운영부실 건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 강서구에서 주거침입 및 상해죄로 약식 처분을 받은 공무원을 징계하지 않고 훈계로 종결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또한, 지방재정법을 위반한 지방자치단체가 충청남도에서만 15개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법률과 규정에 아무런 근거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지출한 경우인데, 감사원이 나서기 전까지는 아무런 조치도 없었습니다.

제가 사는 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2017년 수성구청에서 발생한 인쇄 일감 몰아주기와 용역사업 특혜의혹에 대해서 대구시가 감사에 나섰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은 채 해당 공무원은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견책을 받는데 그쳤습니다. 이마저도 과거 받은 표창 등을 이유로 감경되어 사실상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셈이 되었습니다. 한해 전인 2016년 대구 컨벤션센터 엑스코(EXCO)에서는 정산서류를 조작해서 공동주관사에 수익금을 적게 주는 어처구니없는 회계부정과 규정위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대구시가 제대로 된 감사와 처벌을 하지 않아 대구지역 시민사회가 강력히 비판한 일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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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이 대구시장에게 엑스코 비리를 감사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우리복지시민연합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자치단체 자체감사의 실효성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는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단체들도 지자체의 자정능력을 믿지 못합니다. 결국, 감사원이나 중앙부처에 공익감사청구나 주민감사청구를 하는 등 추가적인 사회적 노력과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처럼 지자체에서 일어나는 비리나 위법, 불법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주민들이 지방자치 또는 지역정치에 대해 불신감과 냉소적인 태도를 갖게 되고, 이는 또 다시 문제 해결을 위한 과도한 기회비용 투입이라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지역정치, 지방자치 현실이자 한 단면입니다.

문제는 그동안 현안이 터질 때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체감사제도를 개편하자고 시민사회, 언론, 학계가 지적해 왔지만 단체장들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이를 진지하게 논의한 바는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오래된 미래, 합의제 감사위원회

지방자치단체 자체감사의 독립성과 투명성,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편은 매우 오래전부터 제기된 과제입니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1990년대부터 이 문제는 꾸준히 지적되었습니다. 2001년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단체 감사제도 개편방안(조직기구의 개선모형을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감사원 산하의 감사연구원에서도 두 편의 보고서를 통해서 합의제 감사위원회가 독임제 감사관제보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지방자치단체의 감사제도 개편, 그 중에서도 합의제 감사위원회 도입을 촉구하였습니다. 또한 현행법과 조례를 개정해 더욱 강화된 감사위원회를 도입하자고 주장하였습니다.

시민사회 역시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독립된 감사기구의 설치와 확대를 계속해서 주장해 왔습니다. 이는 태생적으로 자체감사기구가 자치단체장에 종속되어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마냥 선출직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의 선의에 기대어 해결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2010년 공공감사법이 제정되면서 합의제 감사위원회 설치를 위한 법률적 토대가 만들어졌습니다만, 현재 기초·광역 자치단체 가운데 합의제 감사위원회를 운영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그 수가 매우 적습니다. 법률적으로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아가 제대로 된 합의제 감사위원회를 만들기 위해 독립된 인사권, 전문 인력 확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정 확보 등을 보장하는 법률 및 조례의 개정도 필요한 실정입니다.

지역권력감시운동 단체들간의 연대체인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지난 5월 2일 합의제 감사기구의 설치를 포함해 지방행정과 의회를 개혁하기 위한 정책제안서를 발표했습니다. 5월 15일 현재까지 정의당을 제외하고는 정책제안을 수용했는지 아무런 응답이 없습니다.

많은 후보들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을 뽑아주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전은 건물을 짓고 도로를 만드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지역행정과 지역정치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하는 것이야말로 지역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이끌어 내는 기초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는 투명하고, 공정하고, 독립적인 감사기구를 설치하고 그 활동을 보장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여러 정당들과 후보들에게 호소합니다.

"독립적이고 투명한 지방자치단체의 합의제 감사기구 설치를 약속하고 그 약속을 이행하십시오."

[관련 기사]
[기획①] 이재명 시장의 명단 공개, 왜 항의 받았을까
덧붙이는 글 장지혁 기자는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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