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상당수 '남성' 소행인데... "포토라인 섰던 적 있나"

[스팟인터뷰] 서혜진 변호사 "여성 피해자들, '편파적'이라고 느낄 수밖에"

등록 2018.05.14 18:45수정 2018.05.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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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누드모델 몰카'찍은 동료 모델홍익대 회화과의 인체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유출한 것으로 밝혀진 동료모델 안모(25·여)씨가 12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마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홍대 누드 크로키 모델 불법촬영 사건에 대한 경찰의 빠르고 강력한 대처는 인상적이었다. 수사 의뢰를 받은 지 6일 만에 가해자를 검거했다. '2차 가해' 증거도 직접 수집하면서 '피해자 보호'에 나섰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적절한 조치였다.

그런데 한편에서 여성들이 공분했다. "여성이 피해자였던 대다수의 불법촬영 범죄 처리 과정과는 다르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경찰이 '여성 가해자'를 구속한 상태에서 '포토라인'까지 세우자 분노는 더 커졌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 경찰의 조치가 다르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었다. '동일범죄 동일처벌', '동일범죄 동일수사'라는 구호가 SNS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피해자였을 때 경찰이 수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여성들의 증언들도 속출했다.

성별과 무관하게 '법적 형평성'을 지켜달라는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은 3일 만에 참여 인원 30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역시 "피해자는 여태까지 본 단체가 지원한 어떤 피해자도 받지 못했던 전국적인 지지와 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며 "어째서 이제야 이렇게 이례적인 일 처리와 피해자 보호가 이루어졌는지 물어봐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도 13일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83명 여성의 몰카를 찍은 의전원생은 기소유예를 받았고, 2017년 현직판사는 몰카범죄를 저지르고도 약식 기소 됐다"며 "그런데 이번에 왜 달랐나? 질문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가 남성이었기 때문이 아닌가"며 경찰을 규탄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 이사이자 '영화계 성폭력' 문제 해결에 앞장섰던 서혜진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일상적으로 불법 촬영 위험에 노출되는 여성들로서는 편파적인 수사라고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여성 피해자들은 자신의 사건 처리 과정과 비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몰카 범죄에서 구속 수사는 드물다"며 "피해자가 여러 명이거나 상습범인 경우일 때 주로 구속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회성이고 초범이고 피해자가 많지 않은 사건의 경우는 대부분 경찰이 특별히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을 몰래카메라 근절을 위한 '인식 전환의 계기'로 삼는다면 의도는 나쁘지 않지만, 왜 '드문 사례를 기준으로 삼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포토라인에 세운 것도 "굳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면서 비판했다.

최근 5년간 불법촬영범죄 가해자는 남성이 1만6021명 중 1만5662명으로 98%를 차지한다. 또한 경찰청 통계연보를 살펴보면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영)으로 처벌 받은 4491명 중 구속 수사받은 피의자는 135명에 불과했다.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강력범죄자나 유명인이 섰던 포토라인에 불법촬영범죄 피의자를 세운 것도 전례가 드문 일이다.

서 변호사는 "경찰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은 안다. 그런데 비슷한 사건은 정말 많다. 이런 사건에서만 신속하게 열심히 수사할 것이 아니라, 소외되는 피해자가 없도록 평소에도 수사 의지를 적극적으로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서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이번 홍대 누드 크로키 건의 수사가 이례적으로 느껴진다는 의견이 많다.
"현행범으로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가 아니면 이런 식으로 빨리 수사를 진행하진 않는다. 홍대 누드 크로키 불법촬영 수사에 경찰이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일회성에 초범이고, 피해자가 다수가 아닌 다른 사건에 대해선 특별히 수사에 매진하거나 빨리 수사를 진행하는 걸 목격한 적이 없다. 대다수 (디지털 성폭력) 사건 지원하는 변호사들이 느끼는 부분일 것이다."

- 그간 비슷한 범죄 건에 대해서 구속 수사를 해왔나?
"일단 '몰카' 범죄로 구속되는 일이 많이 없다. 물론 전과가 있거나 피해자가 다수일 때는 구속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자기 회사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를 설치해놨다든지 한두 명 정도가 문제를 삼아 경찰이 핸드폰을 봤더니 수많은 여성들의 피해 사진이 나왔다든지, 이런 경우다. (홍대 불법촬영)과 비슷한 사건에서 전과가 없다면 구속하는 경우는 드물다."

- 한쪽에서는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몰카 범죄는 형량 자체도 낮아서 문제였다. 수사 기관도 경미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사진 하나만 찍혀도 피해자는 살기가 어렵다. 질적으로 매우 나쁜 범죄인데도 그동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사건을 몰래카메라 근절을 위한 인식 전환의 계기로 삼는다면 그 의도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자가 남자를 찍는 '드문 사례'를 기준으로 삼을 이유가 있을까? 남자도 성폭력 피해자 많다고 하지만 여자 피해자가 압도적이다. 조금 더 피해가 일상적이고 많은 부분에서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

- 구속 수사에 이어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껏 몰카 범죄를 저질렀다고 포토라인에 섰던 적이 있나? 굳이 그걸 왜 했는지 모르겠다."

- '법적 형평성'과 관련해 청와대 청원 참가자가 30만 명이 넘었고, '동일범죄 동일수사' 등 여성들의 구호가 거세다. 여성들이 이렇게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법 촬영물 중에 남자들을 찍은 것은 거의 없다. 반면 여성들 중에는 자기가 찍힌지도 모르는 피해자들이 많다. 피해자들은 수사를 원한다. 유포한 사람 찾아달라고 수사기관에 찾아가서 요청을 하는데, 그게 잘 안 받아들여진다. '현실적으로 찾기 힘들다' '사진 복구가 안 된다' 이런 말들만 듣는다.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불법촬영의 피해를 입는 가운데, 경찰의 불법촬영 수사에도 불만이 컸던 상황이다.

그런데 너무나 비교되게 이 사건(홍대 불법촬영)은 빠른 시일내에 조사가 됐다. 기존 불법촬영 피해자들은 이런 사건을 보면서 자기 사건의 처리와 비교를 할 수밖에 없다. '똑같은 피해자인데 왜 더 잘 수사해주는 것 같지? 얘가 남자라서 그런가'라는 생각이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당연히 소외감 느끼고, 편파적이라고 생각이 들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경찰은 이차가해 방지를 위해 자료수집까지 직접 나섰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이런 보호를 받아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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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 청와대 청원 ⓒ 청와대 청원게시판


- 그동안 경찰이 불법촬영 범죄 수사에 너무 수동적이었다는 건가.
"몰카 범죄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다 보니, 수사 기관도 일상적인 범죄로 대하는 것 같다. 그런데 피해자 입장에서는 누군가 나를 몰래 촬영한 것, 그 자체만으로도 평생 불안해 한다. 사이트에 올라있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 다시 사진이 유포가 될지 모르니까. 촬영범죄에 대해서 사회가 그 심각성을 인지해야 하고, 수사기관에도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일단 걸리면 '엄벌'을 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에 대해서 경찰들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은 알겠다. 다만 주목받는 사건에서만 열심히 신속하게 수사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피해자는 정말 많다. 피해자는 경찰이 수사를 열심히 해서 누가 촬영했고 유포해서 찾아주길 바란다. 또 합당한 처벌을 내려주길 바란다. 그런데 서버 찾고, 복구하고 등등의 긴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는 혼자이고, 너무 힘든 상황에 놓인다. 그런 경우 소외되는 피해자가 없도록 수사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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