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율 40%' 부산 기초의원선거, 올해는?

[우리동네 청정지대] 2030세대의 정치 무관심? 구조적으로 따져본다

등록 2018.05.16 18:06수정 2018.05.1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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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는 2030 청년 7명과 함께, 청년조례, 공간 그리고 문화 도시재생을 중심으로 인터뷰 항목을 제작해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 2030세대 시의원 및 지역구 예비후보들에게 인터뷰 제안 및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는 부산 동구(시의원 1, 구의원 1), 동래구(시의원 0, 구의원 2), 남구(시의원 2, 구의원 7), 연제구(시의원 2, 구의원 3), 금정구 (시의원 0, 구의원 4) 예비후보 총 22명에게 제안했고, 그중 13명이 서면 또는 대면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 항목은 청년취업, 청년정치, 청년 복지 및 공간, 도시재생, 구·시의원의 역할과 후보 자신이 생각하는 지역 내 주요 이슈 등 다방면으로 꾸렸다. 이번 기사에서는, 현재까지 이어져온 지방선거와 지역 정치 풍토, 청년 정치와 구·시의원의 역할에 대한 후보자들의 고민을 들여다본다. 이후 후속 기사로 우리 동네 2030 후보들의 문제 인식과 공약을 비교·분석할 예정이다. - 기자 말

2030 세대가 지역 정치에 관심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지역과 우리들의 삶이 격리돼 자연스럽게 생긴 거리감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2030의 '정치혐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다.

부산 연제구 시의원 예비후보 김문노(26, 민중당)씨는 거리에서 '청년 정책을 제안해달라'고 이야기를 할 때, "저는 정치 뭐 그런거 안 해요" "제 이야기가 정책으로 되기나 하나요?"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듣는다고 한다. 동구 시의원 예비후보 양화니(34, 민주당)씨도 "명함을 돌릴 때 다른 연령대에 비해 2030 후보들에게 반응을 안 보여주는 것 같다"라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꺼려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연제구 구의원 예비후보 이의찬(25, 민주당)씨는 "정치 혐오는 2030 세대의 열악한 사회환경을 개선하지 못한 '정치권'에 대한 불만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남구 구의원 예비후보 박소연(38, 민중당)씨는 주민을 만날 때 "정치는 '그놈이 그놈이다' '부정과 비리' '어른이 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접한다"라고 전했다. 

견제 없는 부산 정치판


많은 후보들은 2030 세대의 정치혐오와 낮은 정치 만족감이 소극적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부산 시민이 적어낸 투표용지는 오답에 가까웠던 듯하다. 올해 2월 기준으로 부산 현직 기초의원 47명 중 18명, 40%에 이르는 의원들이 '뇌물 및 정치 자금법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는 기존의 정치에 대한 혐오와 배신감 그리고 무력감을 일으키는 사례가 되기도 한다.

지역 정치권의 권력을 견제하는 세력이 여기 저기에 분포했다면, 현직 기초의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사례도 어느 정도 예방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까지 지역의 정치 환경은 '거대정당' 독점 구조로 이어져 왔다. 2014년 지방선거 결과 부산에서는 비례의원을 제외한 광역시의원 47명 중 45명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다. 구의원 158명 중 새누리당은 92명, 새정치민주연합은 58명이었다. 소수정당은 극소수였다.

이렇듯, 매번 시의회와 구의회 내에서 지방자치단체를 감시해야 하는 의원들이 '무조건 찬성' 또는  '무조건 반대'에 충실한 거수기에 그쳐버리는 물리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원인은 어디에 있는 걸까. 검시관을 자처한 '우리동네 청정지대'는 '범인'을 찾기 위한 첫발을 떼기 위해 죽어있는(?) 지방선거를 해부해 보고자 한다. 

2인선거구? 3·4인 선거구?... 그들만의 선거구제도

간단하게 이야기 하면, 2인선거구는 지역구 내 득표율에 따라 2명을 선출하는 것이고, 3·4인 선거구는 3·4인을 선출한다. 2014년 지방선거 결과에서 보여지듯, 2인 선거구가 많을수록 돈이 많고 힘이 센 '거대정당' 소속 후보 당선 확률이 높다. 반면, 3·4인 선거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당선자가 많기 때문에 지역구 내의 다양한 주민조직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소수정당의 진입이 훨씬 수월해진다.

올해 부산선거구획정위원회는 4인 선거구 7곳을 신설하려고 했지만, 부산시의회에서 이를 무산시키고 2인 선거구를 14곳으로 쪼갰다. 아쉽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부산시의회 다수를 독점하는 거대 정당의 압력으로 인해 유권자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는 문을 넓히는 게 어렵게 됐다.

1-가, 1-나, 2-가, 2-나? 투표용지 안에 숨어버린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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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6.4지방선거 당시 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1-가. 무엇을 의미할까. 앞쪽은 정당번호, 뒤쪽은 동일 정당 후보들의 순서다. 정당이 같은 선거구에 2명 이상의 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 그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사이의 기호는 해당 정당이 '1-가, 1-나, 2-가, 2-나' 등으로 부여된다. 공천 시기만 되면, 후보자들은 정당 안에서 뒷번호(가, 나)를 잘 받기 위해 아웅다웅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2014년 '한국 정당학회'의 2014년 기초의회의원선거의 기호효과 분석에 따르면, '가' 후보의 경우, 여타 기호의 후보에 비해 평균 득표율과 당선율 이 각각 16%p와 13%p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가'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후보자 득표율이 평균 8.86%p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당선율 측면에서는 '가' 후보가 여타 후보에 비해 당선율이 114배나 높게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다.

이 정도면 '로또 선거'라고 볼 수 있겠다. 사실, 오래전부터 투표용지 순서의 배치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는 문제들이다. 교육감선거에서는, 가로순환배열 투표용지의 도입으로 기호 효과가 확연히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기초의원 선거도 교육감선거처럼 투표용지를 변화시키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겠다. 그리고 후보자의 '기호'보다,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는 유권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럴만한 시간이 있을까.

후보는 많은데 시간은 적다... 여전히 적은 여성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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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지방선거 여성 정치인 확대 촉구 기자회견 중인 부산여성총연대 회원들. ⓒ 부산여성총연대


대선후보를 투표하기 위한 선거운동기간은 22일. 시·도지사, 구·시·군의 장, 시·도의회 의원, 구·시·군의회 의원, 교육감후보와 비례대표들의 선거운동기간은 14일이다. 대통령은 1명을 뽑으면 되지만, 동시지방선거 때는 최소 7명 이상을 뽑아야 한다.

그래서, 공약을 미처 다 이해하지 못하고 말미에 당색을 보고 뽑거나 가족의 이야기를 참고해서 뽑는 경우도 많다. 우리 동네의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가졌지만, 조금 서툰 후보들에게 14일이라는 시간은 짧디 짧다. 유권자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이 후보가 알찬 살림꾼일지, 아니면 정치꾼일지 14일 만에 분별해 내라고 하는 건 '미션 임파서블'이다.

지난 총선에도 당헌당규에 여성의 대표성 확대를 위해 비례 50%, 지역구 30% 여성할당이 명기돼 있음에도 여성 공천율은 10.5%에 불과했다. 그리고 중앙선관위가 제공하는 후보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제6회 지방선거 구·시·군 의회, 시·도의회 후보 중 여성후보 비율은 15%, 올해 지방선거 여성 예비후보자 비율은 20%였다.

경력단절, 유리천장, 독박육아 등 총체적 난국을 우리 동네 엄마 아빠들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후보. 남성 중심적인 문화에서 여성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의 분위기로 변화시킬 수 있는 후보들이 많이 나오려면, 세상에 남녀가 반반이듯 여성후보 비율도 50%가 돼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기초의원은 왜 필요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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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7표... 투표 체험 지난 5월 14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남1문 입구에서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가 마련한 '무관심 탈출 박스'에서 시민들이 투표체험을 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방탈출 게임에 착안해 투표소 형태로 제작된 이 시설은 박스 안에서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된 퀴즈를 6분 13초 이내 풀고 박스를 탈출하는 방식으로 6월 13일까지 운영된다. ⓒ 연합뉴스


"구의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주민들에게 세금이 어떻게 쓰여지는지 알려내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주민들이 알게 되고 관심이 생기고 정치와 가까워집니다. 정치가 바로 생활이 되는 것이니까요." - 남구 구의원 예비후보 박소연씨

"국회의원이 우리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속속들이 알 수 있을까요? 부산시의원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구 의원은요? 저는 구 의원을 넘어 '동의원' 정도까지는 필수적으로 뿌리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남구 구의원 예비후보 손상우(36, 우리미래)씨

"국회에서 만든 법률은 주민들의 필요와 의견을 직접 반영하기가 어렵고, 그 내용 역시 국가나 광역 단위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법률에 따라 조례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더 필요하고, 더 많은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 연제구 구의원 예비후보 이의찬씨

후보들의 대답을 통해 알 수 있듯 만날 교과서에서 나오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진짜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위로 쏠려 있는 권력을 가져다가 아래로 옮겨줄 수 있는 '프로메테우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부족하더라도 2030세대를 대표할 수 있고, 열려있는 자세를 가진 우리 동네 청년 정치인들이 승승장구 하는 모습이 이제는 나와야 한다.

배트맨이 떠나버린 고담 시티가 되지 않으려면, 다음 시대의 주역들이 다이내믹 부산(dynamic busan)을 만들어 가는 것이 부산시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간 2030 세대의 숨통을 조여온 문제들 을 직접 느껴본 우리세대 후보들의 진출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외면하도록 만드는. 자연스럽게 모르게 만드는 지방선거의 문제점들이 차츰 개선돼야 하겠다.

[지난 기사]
'부산 청년'이 생각하는 지방선거 쟁점, 두 가지
덧붙이는 글 안녕하세요. 바람직한 지역내 정치풍토의 정착을 위해, 부산 2030 청년후보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동네 청정지대'입니다. 첫 번째 기사 에서는 청년들이 관심있게 봐야 할 쟁점. 두 번째 기사 에서는 청년들이 지방선거 투표와 기초의원에 대해서 이해해야할 부분. 세 번째 기사에서는 우리동네 청년후보들을 집중 조명하는 릴레이 기사를 게재할 예정입니다.
#청년 #정치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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