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에서 '조선학교 차별반대'를 외치다

조선학교고교무상화정책 배제 취소를 요구하는 히로시마조선고급학교 평화 집회

등록 2018.05.15 11:21수정 2018.05.1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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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집회중인 히로시마조선고급학교 학생들. 거리집회중 히로시마조선고급학교학생들이 '조선학교 차별반대'를 외치고 있다. ⓒ 김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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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원폭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원폭돔. ⓒ 김지운


[기사 보강 : 16일 오전 9시 37분]

5월 13일 오전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 태평양전쟁 종식의 신호탄이 된 미국의 원폭투하로 폐허가 된 히로시마. 그 전흔이 그대로 남아있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은 히로시마를 찾는 관광객들이 꼭 한 번은 찾는 곳이다. 일본은 패전이후 폐허가 된 히로시마를 국제평화문화도시로 탈바꿈시켰다.

450명 참가한 '조선고급학교 고교무상화정책 배제 취소' 평화집회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불과 500미터 정도 떨어진 혼카와공원. 평소에는 인적이 드문 이 곳에 45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일본의 조선고급학교 고교무상화정책제외 취소를 요구하는 '민족교육의 미래를 생각하는 네트워크 히로시마', '히로시마무상화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히로시마무상화재판 변호단', '평화운동센터' 그리고 히로시마조선중·고급학교 학생들과 교직원, 학부형들이다. 오늘 이곳에서 조선고급학교고교무상화정책 배제 취소를 요구하는 평화집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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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카와공원 히로시마조선고급학교 고교무상화정책 배제 최소를 요구하기 위해 모인 집회참가자들 ⓒ 김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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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집회 참가자들 히로시마조선고급학교 고교무상화배제 취소를 요구하기 위해 450여명의 시민단체 및 조선학교 관계자들이 모였다 ⓒ 김지운


'고교무상화제도 배제 취소' 5년여의 재판 끝에 1심 패소

고교무상화제도는 2010년 4월 당시 여당이던 일본 민주당이 도입한 정책이다. 고교수업료무상화법은 공립고등학교가 아닌 조선학교 등의 '각종학교'에도 취학지원금(1인당 해마다 11만 8800엔)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2010년 4월 일본 민주당 정권은 외국인학교를 포함, 전 일본의 고등학교에 고교무상화 제도를 도입했지만 그해 9월 연평도 해전을 이유로 조선학교에 대한 심사는 중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2013년 2월 아베정권이 들어선 후, 북한이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의 밀접한 관계, 그리고 학교 운영이 적정하게 되는지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정책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조선고급학교 10개교 중 오사카, 아이치, 히로시마, 후쿠오카, 도쿄의 조선학원과 학생들이 무상화 배제 취소 소송과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8월 1일 일본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학교법인 히로시마조선학원과 히로시마조선고급학교의 재학생 109명은 '조선고급학교의 무상화를 제외한 정부의 조치를 처분할 것', '5600만 엔의 국가배상금을 지급할 것', '무상화의 지정의무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5년간 17회의 법정 심리끝에 2017년 7월 19일 히로시마 지방재판소의 재판부는 "조선고급학교가 고교무상화법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삼은 처분은 적법하다"라면서 원고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반발, 원고 측은 즉각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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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판결 1심판결 후 재판부의 부당판결을 알리고 있는 원고측 변호단 ⓒ 히로시마조선고급학교 제공


"이길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

한편, 이날 평화집회에 참가한 히로시마조선고급학교 김영웅 교장은 "2017년 7월 19일의 부당판결 후 학교와 109명의 원고들은 이길 때까지 끝까지 싸운다고 굳게 마음다짐하였다"며 "이는 자기들의 명예를 지키며 후대들에게 같은 고생을 시키지 않겠다는 결심이며 민족교육권리를 지키는 투쟁이다"라고 말했다. 

또 집회에 참가한 김지나 학생(히로시마조선고급학교 3년)은 "우리에게는 꼭 지키고 싶고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민족교육이고 우리학교이다. 그리고 피와 땀으로 지켜오신 선대들의 넋이다. 부당판결을 받았지만 단념하지 않고 계속 투쟁해나가겠다"고 대표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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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집회 대표발언 집회에서 1심 판결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는 김영웅 히로시마조선고급학교 교장 ⓒ 김지운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거리집회. 혼카와 공원을 출발해 히로시마평화공원과 원폭돔으로 이어진 거리집회에서 450여 명의 참가자들은 '조선학교에도 고교무상화적용을', '조선고급학생들도 같은 고등학생이다. 차별반대' 등을 외치며 시민들에게 조선학교 고교무상화정책 배제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날 거리집회의 하이라이트는 히로시마조선중·고급부 학생들의 거리공연. 굵어진 빗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리랑 음악에 맞춰 우리의 가락과 춤으로 1시간여를 이어간 거리공연은 많은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거리집회가 힘들 거라고 예상했는데 시민들의 반응도 좋아서 생각보다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처지가 금방 달라질 수는 없어도 일본사람들의 이해를 더 구해서 재판에서도 승리하고 우리의 권리도 획득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황령실, 히로시마조선고급학교 3학년)

"학부모들은 자신의 일과 집안일, 지역 활동도 하면서 항상 학교를 지키는 모임에도 참가합니다. 학부모들의 가장 큰 바람은 아이들이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고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정의는 우리에게 있고 승리는 반드시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결코 아이들의 미래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 (박영자, 히로시마조선학교 어머니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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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집회 평화집회 참가자들이 히로시마의 상징인 원폭돔을 지나고 있다 ⓒ 김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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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공연 중인 히로시마중고급학교 학생들 이 날 학생들은 1시간이 넘는 거리공연으로 히로시마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고교무상화배제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 김지운


전 인류의 공존과 번영, 평화를 기원하며 히로시마의 마음을 아로새긴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 내 히로시마 평화도시기념비(원폭 사망자 위령비). 잘못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일본의 다짐을 70여 년이 흐른 오늘 다시 한번 곱씹어보기를 희망한다.

현재 일본의 '조선고급학교 고교무상화정책 배제 철회소송'은 히로시마 1심 패소(2017년 7월 19일), 오사카 1심 승소(2017년 7월 28일), 도쿄 1심 패소(2017년 9월 13일), 아이치 1심 패소(2018년 4월 27일)중이며, 히로시마조선고급학교는 2018년 5월 15일 항소심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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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평화도시 기념비(원폭 사망자 위령비) "편안히 잠드십시오, 잘못은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 김지운


#조선학교 #히로시마조선고급학교 #고교무상화 #부산동포넷 #부산민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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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거주, 조선학교, 재일동포, 재외동포 관련 뉴스 취재, 다큐멘터리'항로-제주,조선,오사카', '차별' 감독,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총괄사업단장, 이스크라21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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