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운하라고요? '크루즈'도 다니는데

항구도시 포항의 명소, 포항운하 여행

등록 2018.05.16 10:46수정 2018.05.1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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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거대한 제철소가 보이는 포항운하. ⓒ 김종성


왠지 든든한 느낌이 드는 이름을 지닌 형산강은 경상북도 경주와 포항을 품고 흐르는 63km의 물줄기다. 남한에서 동해안으로 흘러드는 하천 중 가장 큰 강이다. 형산강 하구 동해 바다와 포항 송도가 보이는 영일만 입구에 포항운하관(포항시 남구 희망대로 1040)이 높다랗게 서있다. 포항고속버스터미널에서 1.5km 거리로 가깝다. 

포항의 명소 포항운하의 기점이자 유람선을 타는 곳이다. 이곳에서 운하 산책로를 따라가면 죽도시장, 송도, 동빈내항, 영일대해변, 환호공원까지 약 7km에 걸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계속 이어져 있다. 항구도시 포항을 잘 느낄 수 있는 여행길이다. 


화물선이 아닌 시민들의 발길이 오가는 포항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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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운하의 기점이자 유람선을 탈 수 있는 포함운하관. 앞에 '트릭 아트' 그림이 그려져 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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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운하를 지나는 유람선. ⓒ 포항운하관내 사진촬영


포항운하관 선착장에서 크루즈를 타면 운하, 동빈내항을 지나 송도 앞바다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크루즈'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너무 앙증맞은 작은 어선 같은 배다. 하긴 포항운하는 큰 배가 지나갈 수 없는 아담한 물길이다.

유람선을 타면 선착장에서 포항운하, 동빈내항과 송도해수욕장 앞바다를 돌아보는데 40~50분 정도 걸린다. 송도 앞 바다 위를 날듯이 달릴 땐 파도를 맞기도 하며, 쾌속선처럼 빠르게 달리는 작은 배의 장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유람선에서 새우깡을 손바닥 위에 놓으면 어디서 날아오는지 갈매기들이 아우성을 지르며 과자를 향해 날아온다.

사람도 중독 시킨 과자 맛은 갈매기도 어쩔 수 없나보다. 새우깡 덕택에 가까이에서 본 동해바다 갈매기는 무처 귀엽게 생겼다. 서해바다 갈매기와 목소리와 부리색깔이 다르고, 저마다 얼굴에 큰 점이 나있다. 7월~9월엔 야간에도 운항한다. (유람선 안내 누리집 http://pohangcruise.kr/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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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운하에 사는 새우깡을 좋아하는 갈매기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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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철제 작품이 늘어서 있는 포항운하. ⓒ 김종성


관광용 배가 다니고 산책하기 좋은 길이자, 동네와 동네 사이를 이어주는 길이기도 한 포항운하. 1970년대 매립한 지 40여년 만에 1600억 원을 들여 포항시에서 복원한 물길이다. 강물과 바닷물이 반반 섞여 있으며 강폭이 약 20m에 달하는 국내 첫 도심운하다. '철의 도시' 답게 크루즈를 타고 지나가는 공원에는 철로 만든 '스틸 아트' 조각 작품들이 멋지게 늘어서 있다.


1970년대 초반 현재 포항운하가 지나는 물길을 매립하고 주택을 지었다. 그런데 형산강과 동빈내항을 잇는 이 물길이 막히자 동빈내항의 물은 탁해지고 악취가 심해지면서 오염돼갔다. 2014년 포항시에서는 옛날처럼 동빈내항에 물이 흐르게 해 수질을 개선하고, 사람들을 끌어들여 주변 관광과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로 포항운하를 조성했다. 매립됐던 형산강 하구 물길은 운하로 되살아나 배가 다니고 관광객과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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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들이 하기에도 좋은 아늑한 포항운하. ⓒ 김종성


운하길 중간에 앉고 싶은 예쁜 벤치와 무인 도서관도 있어 산책이 더욱 즐겁다. 운하 양편에 예쁜 가로등을 켜놓아 해가 저물어도 거닐기 좋은 곳이다. 가로등이 밝혀주는 운하길과 운하를 건너는 작은 다리들을 걷는 기분이 더없이 평화롭고 아늑했다.

저녁녘 포항 여행지는 영일대해변(북구 두호동)이 유명하지만, 포항운하는 고즈넉한 밤나들이 장소로 좋다. 포항운하관 4층 옥상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야경도 좋다. 경주에서 포항으로 흘러오는 형산강과 영일만, 화려한 불빛으로 치장해 SF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포항제철소, 포항운하의 밤풍경이 무척 이채롭다.   

먹거리, 볼거리가 풍성한 죽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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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이 오일장같이 북적이는 죽도시장.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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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은 물론 농산물도 풍성하다. ⓒ 김종성


운하와 이어지는 항구(동빈내항) 사이에 동해안 최대 장터라는 죽도시장(포항시 북구 죽도동)이 있다. 바로 옆 동네 송도는 소나무가 많아 생긴 이름이고, 죽도는 대나무(죽)가 많이 자라던 섬이다. 포항은 섬과 섬 사이를 매립하여 만든 도시인지라 끝에 '섬 도' 로 끝나는 지명이 많다.

죽도시장은 수산물은 물론 농산물도 풍성한 장터로 시장통 구경을 하며 돌아다니다 길을 잃을 정도로 큰 시장이다. 큰 문어, 상어고기가 흔하게 보이는 수산물 시장은 새벽 5시에, 채소시장은 무려 새벽 3시에 장을 시작한다니 별세계 같이 느껴지는 곳이다.

그런 부지런한 사람들이 모여 생계를 꾸리는 곳이니만큼 시장 분위기도 활기차다.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아 매일 매일이 오일장같은 장터다. 시장통을 지나갈 때 들려오는 상인 아낙들의 'ㅇㅇ 사이소~'하는 호객행위는 너무 정다워서 자꾸만 돌아보게 한다. 장사가 잘되는 시장에서 볼 수 있는 현상 중 하나가 사진이다. 장터 사진을 찍다보면 경계하는 곳도 있는데, 죽도시장 상인들은 홍보 많이 해달라며 대게 찌는 장면 등을 보여주고 설명까지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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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내 대게거리에서 맛볼 수 있는 대게요리.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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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시장내 엄마 손맛나는 뷔페식당. 게장도 있다. ⓒ 김종성


큰 시장이라 골목골목에 맛집도 많다. 포항을 대표한다는 물회, 과메기에서부터 수제비 골목, 보리밥 골목도 있다. 시장 안에 새로 생겨난 대게·회 거리에선 대게 찌는 냄새가 여행자를 유혹한다. 크고 작은 골목들을 헤매다시피 구경하며 돌아다니다 '시장식당'을 알게 됐다. 시장이 크다 보니 주로 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 뷔페식당이었는데, '가성비'가 너무 좋아 소문이 나는 바람에 외지인들도 찾아온단다.

4500원에 제육볶음, 게장, 된장찌개, 잔치국수 등으로 풍성한 식사를 할 수 있다. 밥도 쌀밥, 보리밥이 있는데 모두 집에서 먹는 듯 '엄마 손맛' 나는 음식이다. 상인들이 일하는 오전 6시에 식당을 열어 오후 4시면 문을 닫는다. 죽도시장안 상인들에게 한식 뷔페 식당을 물어보면 잘 알려준다.
덧붙이는 글 지난 4월 21일에 다녀왔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송고했습니다.
#포항여행 #포항운하 #죽도시장 #시장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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