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막은 '투스카니 의인', 아들은 선행상

[인터뷰] '투스카니 의인' 한영탁씨의 20년 동업자 이상열씨

등록 2018.05.15 09:30수정 2018.05.1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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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고를 보도한 YTN영상 일부. ⓒ YTN



지난 주말, 고속도로에서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을 자신의 차량으로 일부러 가로막은 한 의인의 훈훈한 미담이 큰 화제였다. 이 소식은 남의 일에 연루되길 꺼리며 외면하는 요즘 세태에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공개된 동영상에 따르면 사고는 이렇다. 지난 12일 오전 제2서해안고속도로 하행선 조암나들목 부근을 달리던 코란도 승용차가 갑자기 분리대와 충돌한 후 멈추지 않고 계속 질주한다. 뒤따르던 투스카니 승용차 운전자는 갑자기 속도를 높였고 코란도 앞을 막아선다. 곧이어 코란도는 질주를 멈췄고, 투스카니 운전자는 옆에서 서행하던 화물차 운전자에게 망치를 건네받아 코란도 승용차의 유리창을 깨고 운전자를 구해낸다.


미담의 주인공은 한영탁(46세, 인천)씨. 중앙분리대와 충돌한 후에도 멈추지 않는 차량에 뭔가 문제가 있었음을 직감한 한씨. 일단 앞 차를 세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코란도를 앞질렀다. 그런데 직감한대로 차창으로 얼핏 보인 운전자는 의식이 전혀 없어 보였다. 다행히 한씨가 막아낸 코란도 차량은 충돌하고서야 멈춰섰다. 지병으로 인해 의식이 없던 50대 운전자는 119구조대가 올 때까지 한씨가 돌봤다.

그렇다면 자신을 몸을 던져 착한 교통사고를 유발한 의인 한씨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20대 때부터 같은 직장에서 함께 크레인 기사로 일하다 최근에는 한씨와 동업을 시작했다는 이상열씨는 1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고가 난 줄도 몰랐죠. 영탁이가 덤덤한 말투로 '형, 교통사고가 있었어요'라며 말문을 열었죠. 녀석은 우선 나를 안심부터 시키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내용을 듣고 보니 그의 평소 성격과 행동으로 볼 때 '역시 영탁이구나'하는 생각이 떠오르더라고요."

20여 년을 직장동료로 지내다 최근에 경기도에서 함께 크레인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씨는 같이 사업을 함께 헤쳐나가기로 한 파트너가 한씨라서 더욱 든든하단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서까지 사람을 구한 의인이 내 곁에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저로선 이제 막 크레인사업을 함께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동업자인 영탁이가 다치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긴 했어요. 그래도 건강한 음성으로 전화를 해줘서 그나마 무사하다는걸 느낄 수 있었어요. 다치지 않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이 '착한 사고'의 주인공인 한씨는 세 자녀를 두고 있단다. 평소 그의 인생 목표는 '항상 어려운 사람을 위하여 살자'는 것. 그래서일까.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아들이 인천시장 선행표창을 받았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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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5일 아들의 인천시장 선행표창에 함께 한 한영탁씨. ⓒ 한영탁


이씨는 "20년 동안 영탁이를 옆에서 지켜봤는데, 어려운 사람이 1순위라면 2순위는 가정입니다. 젊었을 때부터 함께 커다란 크레인으로 교량이나 건물을 함께 올렸는데, 위험한 작업에도 늘 남을 배려하는 것이 우선이었지요. 또 크레인 작업상 바쁜 작업일정에도 가정도 잘 챙기는 친구입니다"라며 "집에서 든든한 아버지인 그가 국민에게 큰 선물을 했고 아들에게도 다시 한번 훌륭한 아버지라는 선물을 한 것 같아 더욱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고가 난 지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병원에도 가지 않아 월요일(14일) 겨우 등 떠밀어서 병원을 보냈습니다. 검사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다니 다행이고요"라고 웃는다. 오늘도 한 씨는 "몸이 추슬러 질 때까지 휴가라고 생각하고 집에서 쉬라"는 이씨의 명령(?)에 불복하고 출근을 감행했단다. 이씨의 작은 소망이다.

"영탁아, 지난 20년을 함께했고 앞으로 함께할 20년도 서로 우정 변치 말고 최고가 아닌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자. 함께해서 행복하고 든든하다. 저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이 세상에서 영탁이처럼 남의 어려움을 먼저 들여다 보셨으면 합니다."

한편 인천지방경찰청은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를 막은 한씨에게 감사장을 주기로 했고, 현대자동차는 그에게 파손된 투스카니 대신 신형 승용차를 무료로 기증하겠다고 전했다. 이씨는 한씨의 이번 달 월급에는 특별보너스까지 계획하고 있다.

또, 15일 오전에는 LG 복지재단(대표이사 구본무)에서 한영탁 씨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이 상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희생한 의인을 대상으로 LG 측에서 지정하며, 지난 2015년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70여 명이 수상했다. 선행의 내용이나 사회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하여 최대 5억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한씨의 교통사고 처리비용도 과실을 따지지 않고 코란도 소유주가 가입한 교보AXA 측에서 지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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