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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가서 '버스킹' 하는 한국 스타들, 꼭 그래야만 하나

[TV 리뷰] JTBC 예능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 2>를 보고 느낀 단상

18.05.15 16:48최종업데이트18.05.1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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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이 음악 비즈니스의 다양한 모습을 보며 갈등을 겪다가 자신들의 음악도 찾고 서로의 사랑도 확인하는 영화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좌절. 사랑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인기'가 주는 함정. 영화가 보여준 갈등과 엔딩의 행복 못지않게 기억에 남았던 것이 음악을 바라보는 젊은 뮤지션들의 열정이었다.

그런 기억이 어느 방송 기획자의 뇌리에도 남았었나 보다. 그 영화에서 제목을 따 왔을 것으로 짐작되는 예능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이 시즌 1을 지나 시즌 2를 힘차게 달리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믹스하고, 마스터링까지 해서 음반으로 듣는 정제된 음악이 아니라 날것 그대로의 음악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 <비긴 어게인 2> 포스터 ⓒ jtbc


우리가 듣는 음악이 처음부터 아름답게 정제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요리 프로그램이 날 것을 다듬고 숙성하여 다른 재료를 가미해서 요리로 완성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음악도 그런 과정을 거치는 고단한 작업임을 보여준다. 연주할 곡을 선정하고, 감성에 따라 가편곡하고, 함께 맞춰보고, 다시 고치고. 이렇게 완성해 가는 과정.

<비긴 어게인 2>는 이런 과정에서 변화하는 뮤지션들의 감정선을 쫓아간다. 이를 따라가는 시청자들은 출연진의 마음, 특히 그들이 가진 긴장과 조바심을 이해하게 된다. 막연하게 음악의 길을 동경했을 시청자들은 감정이 이입되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낯선 곳에서의 공연, 그 떨리는 경험

한국 가수들이 해외로 떠나 '버스킹'을 하는 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낯선 곳에서의 공연'이다. 그래서일까,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출연진들이 공통으로 하는 고민이 있다. '우리의 음악을 과연 저들이 들어주고 좋아해 줄까?'

시즌 1과 2를 막론하여 매 에피소드는 연주하는 곡만 제외하면 거의 똑같다. 낯선 곳에서 연주하게 되는 출연진들, 긴장 속에 준비하지만 낯선 곳이 주는 두려움에 잠긴다. 그러나 음악이 시작되면 긴장이 서서히 풀리고, 이들의 음악을 현지인들이 즐긴다. 이런 모습에 뮤지션들은 감동한다. '우리의 음악이 통했어!'라는 듯이.

JTBC 예능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2' 중 한 장면 ⓒ JTBC


물론 <비긴 어게인 2>에 나온 모든 노래와 연주는 훌륭하다. 음반산업에 오래 몸담았던 내 귀에도 듣기 좋다. 야외임에도 음향을 잘 잡았고 악기와 보컬의 밸런스도 좋다. 한국에서 단단한 팬심을 가진 뮤지션들이라 노래는 물론 연주도 수준급이기에 퀄리티는 의심할 구석이 없을 정도다. 이런 그들이 해외라는 낯선 곳에서 잘 정비된 공연장도 아닌 야외서 버스킹이라니. 나는 현장에 있는 관객들이 부러울 정도였다.

지난 시즌도 그렇고 출연진들이 심심치 않게 '초심'이라는 단어를 내뱉는다. 웬만하면 흔들리지 않을 인기를 얻고 있는 그들이 왜 하필 해외까지 가서 길거리 음악인 취급 받으며 버스킹을 해야 할까? '그 초심, 한국에서 찾으면 안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유럽에서 한 공연, 빠져드는 관객들, 그리고...

이들이 방송팀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유럽의 거리에서 공연하는데 마지막 마침표를 찍어주는 요소가 있다. 현지의 좋은 관객이다. 유럽의 멋진 곳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여유로운 유럽인들. 물론 관광지이기 때문에 여러 인종이 섞여 있지만, 화면이 주로 비추는 곳에는 유럽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호기심으로 발걸음을 멈추었겠지만, 서서히 공연에 빠져든다. 편집과 자막으로 그런 모습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때론 인터뷰를 통해 어떻게 들었는지 감상을 물어본다. 어떤 관객은 서툴지만, 한국어로 인터뷰에 응한다. 다들 음악이, 목소리가, 연주가 좋았다고 칭찬한다. 영어 노래뿐 아니라 한국어 노래에도 공감했다고 칭찬한다. 뮤지션의 반응도 감동 그 자체다. 자신들의 음악을 이해해준 관객들에게 감동하였다며 고마워한다.

프로그램은 이 부분을 공들여 편집해 보여준다. 기획 의도가 여기에 방점이 찍힌 듯하다. 음악의 본고장에서 현지인들에게 들려주는 음악. 그들에게도 통하는 한국 음악. 이제 K Pop을 넘어 K Music으로 향한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2' 중 한 장면 ⓒ JTBC


물론 자신들의 공연을 진심으로 즐겨준 이름 없는 관객들에게 보내는 감사임은 분명하지만, 그렇게만 표현한다면 각 뮤지션의 개인적 경험에 그칠 뿐이다. 그래서인가 프로그램은 이런 개인적 경험을 다중의 경험으로 치환시켜 시청자들에게도 뿌듯하게 다가온다. 시청자 게시판에 감동과 뿌듯함을 얻었다는 소감이 많다.

그렇게 보여준 영상, 음악, 메시지는 분명 즐거움과 감동을 준다. 그런데 출연자가 한국과 비교해 초라할 수 있는 그런 무대에서의 공연에 만족해하고, 해외의 이름 없는 관객들이 보내는 헌사에 감동하는 모습은 조금은 씁쓸하다. 굳이 '문화 사대주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렇다.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공연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프로그램의 의도가 이와 같은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였다. 본고장에서 인정받는 우리의 음악. 그런 마음도 자부심일까? 마치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 해외 스타들에게 '김치'와 '강남스타일'을 아느냐고 물어보는 장면을 보는 느낌이었다.

이미 인정받은 우리의 음악

낯선 곳으로 유명 뮤지션들을 데리고 가 버스킹을 시킨 프로그램은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을까? 음악은 만국 공통어? 한국의 음악이 세계에 통했다? 물론 많은 사람이, 특히 외국인들이 좋아해 주고 인정해주는 건 의미가 크다.

그렇지만 결국 내가 즐겨 듣는 음악이 좋은 음악이다. 남들이 인정하니까 좋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나의 기호가 아닐까? 물론 한국의 뮤지션이 유럽에서 인정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개인적으론 '현장에 유럽인들이 인정하니 우리 음악이 통했다'라고 이야기하는 듯해 다소 마음에 걸렸다. 이런 은유는 지웠으면 좋겠다.

출연진들은 이미 한국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아온 뮤지션들이었고,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어왔다. 굳이 해외의 평가를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가 인정하는 좋은 음악, 뮤지션들이다.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호평에만 매몰되지 말고, 쓴소리와 불편한 심경이 담긴 의견도 제작진이 잘 들어보았으면 한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2' 중 한 장면 ⓒ JTBC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강대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오피니언뉴스에도 게재됩니다.
비긴 어게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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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을 지나며 고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을 답사하며 얻은 성찰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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