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민병두... 민주당 '사퇴 철회'가 깔끔하지 않은 이유

박원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맡아 공식 행보... "선출직이 너무 무책임" 지적도

등록 2018.05.20 11:47수정 2018.05.2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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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16일 6.13 지방선거 캠프 인선을 1차 확정했다. 박 시장과 더불어민주당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박영선·우상호 의원을 포함해 서울 지역 현역 의원만 20명 넘게 포진한 '매머드급' 캠프다.

공동선대위원장 명단 중엔 민병두 의원(서울 동대문구을)도 포함됐다.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던 그가 두 달여만에 공식 행보를 시작한 셈이다.

민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총과 본희의장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의원직 사퇴까지 선언했던 그에게 기자들이 질문을 던졌지만 별다른 답이 돌아오진 않았다. 민 의원은 아직 언론의 개별 연락에 대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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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직 사퇴를 철회한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14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했다. ⓒ 남소연


사퇴 철회 결정한 민주당 "지방선거 앞두고 더 이상 끌 수 없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4일 민병두 의원의 사퇴 철회를 요구하기로 공식 의결했다. 의결이 발표된 직후 민 의원도 당의 결정을 수용하면서 사퇴서는 두 달만에 폐기처리 됐다. 민주당은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의원직 사퇴 문제를 하루 빨리 매듭짓고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거셌던 미투(#MeToo) 국면이 수그러들고 여론의 관심이 멀어지자 복귀를 타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민 의원의 사퇴 철회를 찬성한 당내 의원들도 선출직에 대한 책임을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4일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전하며 "민 의원이 첫 언론 보도 이후 피해자에 대한 즉각적인 사과를 표명하고 의원직을 사퇴함으로써 국회의원의 권위를 이용하여 사실관계에 영향을 미치려 하지 않으려 한 점, 또 수많은 지역구 유권자들이 탄원서를 통해 사퇴 철회를 촉구한 점을 감안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는 것보다는 조속히 국회로 복귀해 의원직에 충실히 복무해 책임을 다해줄 것을 최고위원회의의 의결로 민병두 의원에게 요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0일 논란이 불거진 후 개별 의원들의 사퇴 만류는 있었지만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민 의원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결정에 참여한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지방선거가 코앞인 데다 국회의장 임기도 끝나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이 문제를 질질 끌 수는 없다"라며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의 사퇴 반대 요구가 컸고 민 의원 의혹에 대한 추가 보도나 추가 증언이 나오지 않은 것도 의결의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일각에선 여론이 잠잠해지자 은근슬쩍 복귀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당 입장에선 언제 이 문제를 결정했더라도 그런 비판이 따랐을 것"이라고도 했다.

당내 일각에서도 "여론 눈치보다 복귀시켰다는 평가 피하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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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 민병두 의원실


하지만 당내에서도 이번 최고위 결정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민 의원이 사퇴를 선언했던 때와 시간만 지났을 뿐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지 않냐는 것이다.

민주당 젠더대책특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미투의 특성상 사실관계를 증명할 물증이 없고 민 의원 입장에선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두 달 전과 지금 바뀐 건 시간밖에 없지 않나. 당당하게 사퇴하겠다고 했다가 미투가 조용해진 이제 와서 마음을 바꾼다는 건 여론 눈치를 보다 슬쩍 돌아왔다는 정치적 평가를 피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역의 사퇴 철회 목소리가 두 달 전부터 계속 있었다면 왜 하필 지금 당 지도부가 그런 결정을 한 것인지 정당성이 약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당 최고위원회의는 이번 결정에 대해 젠더특위와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젠더특위는 미투 바람이 거세게 불던 지난 3월 당이 특위 형식으로 격상시킨 조직이다.

의원직을 건 사퇴 선언과 번복 과정 자체가 정치적으로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 의원 사퇴 철회를 적극 찬성해온 한 최고위원도 "주민과 당원들 요청이 있다면 정치인으로서 사의를 철회하는 게 맞다"면서도 "임명직이면 몰라도 선출직은 내 몸보다 국민과 주민의 의사가 중요하다. 민 의원 사퇴 처리 결정이 왔다갔다 한 데 대해 책임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다. 당 지도부가 반론이 약해지는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번 결정에 대해선 앞으로 지역 주민이나 유권자들이 평가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민병두 측 "미투 국면 잠잠해지자 돌아온 것 결코 아냐...지역민들 요구 때문"

한편 민병두 의원 측은 "'국회의원을 짜르는 것도 뽑은 사람들 마음이어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말이 민 의원 마음을 바꾼 결정적 계기였다"며 "미투 국면이 잠잠해지자 돌아왔다는 비판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민 의원은 여전히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 의원 측은 또 "지방선거가 다가온 상황에서 지역구에 '선장'이 없는 상황이었다. 최고위 의결이란 당의 공식 절차가 있었고 지역구에서도 강한 요구가 있어 사의를 거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 의원은 지난 3월 10일 자신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한 여성의 인터뷰가 <뉴스타파>에 보도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그분이 상처를 받았다면 경우가 어찌되었던 죄송한 마음"이라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바 있다.
#민병두 #미투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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