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계관 "일방적 핵포기 강요하면, 북미정상회담 재고려"

외무성 제1부상 명의 담화 "리비아를 우리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볼턴 직접 언급하며 문제제기

등록 2018.05.16 11:45수정 2018.05.1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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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장 (자료사진) ⓒ 연합뉴스


[ 기사 보강:  16일 낮 12시 40분 ]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16일,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해 "조미(북미)관계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조미수뇌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지만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6자회담이 지속됐던 2008년 12월까지 북측 수석대표를 역임하는 등 핵 문제에 대한 북한 내 실무 최고책임자인 그는 이날 '외무성 제1부상'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튼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핵포기-후보상'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수 없는 비핵화'니,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의 완전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없이 쏟아내고 있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김 제1부상은 "이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있어서 대국들에게 나라를 통채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며 "세계는 우리 나라가 처참한 말로를 걸은 리비아나 이라크가 아니라는데 대하여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핵개발의 초기단계에 있었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볼턴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이 '선비핵화-후보상'이라는 의미로 강조해온 '리비아식 모델'과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넘어 생화학무기 등 이른바 대량살상무기(WMD) 전반의 폐기 문제로 '의제'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거부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제1부상은 "우리는 이미 볼튼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 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고 볼튼 안보보좌관을 직접 겨냥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기간 조미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튼과 같은 자들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되었던 과거사를 망각하고 리비아핵포기방식이요 뭐요 하는 사이비 '우국지사' 들의 말을 따른다면 앞으로 조미수뇌회담을 비롯한 전반적인 조미관계전망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한 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일 트럼프대통령이 전임자들의 전철을 답습한다면 이전 대통령들이 이룩하지 못한 최상의 성과물을 내려던 초심과는 정반대로 력대 대통령들보다 더 무참하게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오늘(16일) 열릴 예정이었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을 한미연합 '맥스썬더'군사 훈련 등을 이유로 무기연기 한데 이어, 6월 12일 열릴 예정인 북미정상회담의 본질 문제인 '한반도 비핵화'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측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파국' 의도는 아닌 듯... 상급자인 리수용·김영철 아닌 외무성 부상이 나서

북한이 핵 문제 관련 회담을 전담해온 인사로 미국 등 국제사회에 잘 알려진 인물인 김 제1부상을 통해 "미국의 이러한 처사에 격분을 금할 수 없다"면서 '북미정상회담 재고려'까지 언급했지만, 이는 판 자체를 깨려는 것 보다는 미국에 대한 공개적인 불만표현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내 강경파에 대한 '단속'을 요구하는 성격이 강해보인다.

'북미정상회담 재고려'를 언급하면서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고, 김 제1부상이 핵문제 실무 책임자이기는 하지만, 리용호 외무상이나 그 위의 외교담당인 리수용 당 부위원장, 또 현재의 남북대화와 북미대화 국면을 이끌어온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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