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새끼 풀어!" '개판'된 국회앞... '개소동'의 전말은?

[현장] 국회 앞에 모인 개 사육 농가들... 한정애 의원 등 향해 거친 말 쏟아내

등록 2018.05.16 17:18수정 2018.05.1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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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데리고 온 개 놓고 실랑이 벌이는 농민-경찰개사육 농민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생존권 보장 집회에서 트럭에 싣고 온 개를 옮기려고 하자, 경찰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 유성호


"집회 방해하면 개를 풀겠다!"

"야! 개새끼들 다 갖다가 풀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KB국민은행 건물 앞, 우리를 열어 개를 풀겠다고 협박하는 개 농장주들과 경찰들 간의 충돌이 있었다. "축산농민의 삶을 빼앗지 말라"라며 모인 200여 명의 농민들이었다. 현장의 경찰은 "애초 500명으로 신고가 들어왔는데, 그것보다는 적게 모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육견(식용견)의 가축 지위 인정' '개사육장 단속 유예' '육견인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기 위해 상경했다.

식용 개를 기르는 농민들을 대표하는 집회는 아니었다. 대한육견협회 영농조합법인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금일 집회는 대한육견협회에서 주최·주관하는 집회가 아니"라면서 "공식 참여하지 않는다 공지한 바 있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저희 대한육견협회는 육견인들의 사회적 이미지 개선을 최우선 책으로 지향함을 알려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집회 시작 전부터 충돌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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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합법화 놓고 충돌한 동물보호단체-개사육 농민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개사육 농민 생존권 보장 집회에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이자, 개사육 농민들이 항의하며 피켓을 빼앗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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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식용 금지법 요구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들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개사육 농민 생존권 보장 집회에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핵심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아래 가축분뇨법)이다. 가축분뇨법 개정에 따라 축산 농가는 적절한 분뇨 처리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합법적인 분뇨 처리 시설을 단기간 내에 갖추는 건 축산 농가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무허가 축사 단속에 걸릴 위기에 놓인 농민들이 항의했고, 국회는 가축분뇨법 시행을 추가로 연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유예기간 연장 대상에서 개가 빠지면서 개 사육 농가들이 크게 반발했다.

일부 개 사육 농가는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지속적으로 반대 시위를 벌여왔다. 특히 지난 4월에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구병)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한정애 의원은 국회에서도 동물권에 앞장 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축분뇨법 개정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법을 강화하는 법률개정안을 주도해 기존의 동물생산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꿨다. 그는 '강아지 공장' 규제에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 의원으로 꼽힌다. 개 사육장을 운영하는 농민들의 분노가 한정애 의원에게 쏠린 이유이다.

이날 집회 시작 전부터 여기저기서 충돌이 일어났다. 동물보호단체에서 활동하는 시민 5~6명이 집회 장소 인근에서 "개·고양이 유기·학대·도살 금지 특별법 제정" 등이 쓰인 팻말을 들자, 일부 농민들이 흥분해 이들에게 달려들었다. 팻말을 빼앗고 훼손하는 등 충돌이 일어나자 보호단체 쪽 시민 한 명이 실신해 응급차가 급히 출동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서로 험한 말도 오갔다. 어떤 농민은 "너희 같은 X놈들 때문에 우리가 살 수가 없어!"라고 소리를 질렀고, 반대 측 시민은 "야 이 개백정들아!" "문재인 대통령님 저 악마들을 쫓아내주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이 급히 이들을 갈라놓고 나서야 어느 정도 진정이 됐다.

경찰과도 집회 주최 측은 수차례 부딪혔다. 특히 일부 농민들이 데려온 개를 집회 장소까지 옮기려고 하자 이를 경찰이 막아서면서 곳곳에서 항의가 일어났다. 안전 문제를 이유로 개를 이동하지 못하게 하자, 농민들은 "네들도 보호단체 돈 받았냐" "힘으로 싸움 걸어!"라며 실랑이가 일었다. 한 농민은 흥분해 개 우리 문을 열려고 하자 경찰이 황급히 손으로 막아서기도 했다. 몇몇 농민은 흥분하여 삿대질과 함께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주최 측은 "애완견과 육견의 차이를 알리기 위해 가져온 것이며 결코 방사하지 않을 것이니 허가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다른 집회 진행자는 흥분해 "집회 방해하면 개를 풀겠다" "야! 개새끼들 다 갖다가 풀어!"라고 외치기도 했다. 다른 쪽에서는 개를 풀어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철조망을 치다가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결국 비교적 작은 개가 갇혀있는 우리 몇 개만 주최 측 차량 근처에 두고, 그 자리를 경찰이 막아서서 지키면서 집회를 진행하도록 협의됐다.

"다음에 올 때는 제초제랑 가스통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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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사육 농민 "집회 방해하면 개를 풀겠다"개사육 농민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생존권 보장 집회에서 트럭에 싣고 온 개를 옮기려고 하자, 경찰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 유성호


애초 1시로 예정돼 있던 집회는 간헐적 충돌 탓에 50분이 지난 시각에야 시작될 수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농민들은 "수입 애완견의 복지를 위해 농민 죽이는 정치인 때려잡자"라면서 일부 국회의원, 특히 한정애 의원을 향해 거친 말들을 토해냈다. "처단하라" "쳐 죽이자" "농민의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 "동물보호단체가 한정애에게 돈을 꽂아줬다" 등 폭언이 쏟아졌다. 농민들은 민주당을 향해서도 "민주당이 폭파되든가 끝장을 보자" "'사람이 먼저다'라면서 국민 우롱하는 민주당은 자폭하라"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비난의 화살은 동물보호단체들을 향해서도 이어졌다. "동물보호단체들 1년 후원금을 합하면 100억 원"이라면서 "그 돈을 자기 팬티에 찔러넣고 있다"고 고성을 질렀다. 이어 "저들이 우리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고, 사이코패스라고 욕하고, 개백정이라고 멸시하는 데 우리가 잘못한 거냐"라면서 "동물보호단체가 선량한 개 사육 농민의 피를 빨아서 우리는 지옥보다 못한 상황이다. 동물보호단체 대표 XXX를 찢어버려야 한다"고 악을 토해냈다. 

제주도에서 온 이승현씨는 "얼마나 힘들면 제주도에서 비행기 타고 여기까지 왔겠느냐"라면서 "한두 명도 아니고 열 명이 올라왔다. 우리에게는 그만큼 생존이 달린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개 사육 농민이 150만 명이다. 딸린 식구까지 하면 대체 몇 명인 줄 아느냐"라며 "대통령님께 말씀드리고 싶은 건 딱 한 가지다. 애완견과 식용견을 구분해달라는 것, 그것 하나다"라고 하소연했다.

농민들은 집회를 계속하는 한편, 대표단을 민주당사로 파견해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로 했다. 대표단이 출발하려고 하자 한 농민은 "다음에 올 때는 제초제랑 가스통도 잔뜩 싣고 오겠다고 전해라!"라고 외쳤다. 집회는 악천후에도 계속되고 있으며, 오후 6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한정애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가축분뇨법 유예에서 개가 제외된 건) 환노위 소위에서 몇몇 의원들이 지적해주셨다. 소나 돼지, 닭 같은 동물들은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의해 어느 정도 규제를 받지만, 개는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더 유예하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의원은 "전세계에서 개를 식용으로 합법화한 전례는 드물고, 문화적으로도 어렵다. 다만 그 분들의 생계를 위해 업종 변환을 자연스레 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데에는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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