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도 넘은 요구"... 전문가들 "북미정상회담 깨지지는 않을 것"

미국의 일방적인 의제확대 지적, '문 대통령 중재자 역할 부상'도

등록 2018.05.16 18:31수정 2018.05.1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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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16일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 것에 이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정상회담 재고려'를 언급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1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그동안) 미국이 해도 너무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북미정상회담 전, 미국이 일방적으로 의제를 확대한 부분이다.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이 '선비핵화-후보상'의 의미로 '리비아식 해법'을 언급하고, 대량살상무기(WMD) 전반의 폐기 문제와 북한의 인권문제 등을 말하며 일방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북측에서도 담화를 통해 공식적으로 불만을 표명하며, 미국에 경고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국의 '중재자' 역할은 중요성이 더해졌다. 당장 다음 주로 예정된 22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담화에서 드러낸 불만을 한미 정상이 논의하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그동안 한국이 드러내놓고 북미정상회담 의제에 간섭할 수 없었는데, 의견을 내고 나아가 조율까지 할 기회가 생겼다고 분석한다.

"존 볼턴 해도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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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ABC 방송 인터뷰 갈무리. ⓒ ABC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의 발언을 가장 문제 삼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남북고위급 회담 불발이나 김계관의 담화문이나 모두 미국에 던지는 메시지"라며 "볼턴의 의제 끼워 넣기가 도를 넘어섰다"라고 일갈했다.

홍 연구위원은 "폼페이오가 방북한 뒤 나름대로 일관성 있고 정리된 이야기를 했다면, 볼턴은 엉뚱한 말을 해왔다"라며 "최근 북한의 모든 매체에서 미국이 북의 인권문제를 걸고넘어지는 것에 경고성 발언을 했다"라고 짚었다. 북한에서 인권문제는 북한 체제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존엄 문제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존 볼턴 등 미국 측이 북한 내 핵무기를 해체한 뒤 해외로 이송해 폐기하는 방안부터 인권문제까지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확정적으로 이야기했다"라고 꼬집었다.

홍 연구위원은 또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장소가 싱가포르라는 것도 북한이 사전 경고를 하는 데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양이라면 북한이 자신의 세트장을 통제할 수 있는데 싱가포르는 그게 아니다"라며 "북미정상회담을 전 세계에서 생중계하고 회담에서 발언한 내용을 바로 보도할 텐데, 북측에서는 사전에 의제 조율을 확실히 해놓고 가지 않으면 돌발변수가 많다는 우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절절히 이해해"

김준형 한동대 교수 역시 "북한 말이 절절히 이해 간다"라며 "선의를 보여주면 선의로 답해야 하는데 미국이 너무 밀어붙였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이긴 국면처럼 트위터를 날리고 하지 않았냐"라며 "미국이 리비아식 해법 등을 말하며 백 번 떠들었다면 북한은 처음 담론 싸움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존 볼턴은 북핵 폐기 방식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말해와 북한으로서는 강한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계관 제 1부상의 담화는 북측의 내부 정치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지금까지 북이 풍계리 핵 발전소 폐기 등 선제적 조치를 해왔는데 미국의 태도가 일방적이었다"라면서도 "북한 지도부도 내부 정치를 해야 하지 않겠나. 일방적으로 무장해제당한다거나 굴욕한다는 이미지를 주면 안 됐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북한은 미국과 협상 국면에서 완전한 비핵화 의지라는 중요한 카드를 먼저 썼는데, 이쪽에서 상응하는 조치를 하지 않으니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중재,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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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가득한 통일대교북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비난하며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중지한 16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이 안개비에 휩싸여 있다. ⓒ 연합뉴스


북한의 날 선 반응에 남측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중재자' 역할론을 꺼냈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강력한 의사를 전달하기 바랐을 것"이라며 "우리는 명확하게 군사적 긴장을 완화했다고 해석하는데, 북한이 한미군사연습을 용인했다고 해도 모든 것을 용납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이 (한미군사훈련 관련) 가이드라인을 정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김 교수는 "한미정상회담 의제가 생겼다"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우리가 먼저 꺼내면 간섭이 될 수 있는 문제였는데, 지금은 우리가 대책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라고 내다봤다.

홍 연구위원 역시 "우리가 고위급회담을 다시 요청하면 북이 응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잘 이야기 좀 나누라는 메시지도 담겨있으니 우리도 중재를 잘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 판 깨지지 않아"

전문가들은 이번 담화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이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담화를 발표한 주체가 김계관 제1부상이라는 것도 한몫했다. 조 연구위원은 "김계관의 공식직함으로 봤을 때는 북미 정상회담 판을 크게 깨지는 않겠다는 의미"라며 "판을 깨려고 했으면 리용호 외무상이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대미협상을 담당했고 6자회담 수석대표를 한, 대미 라인 관계자인 김 제1부상의 입을 통해 미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담화가) 중앙통신발이고 김계관 담화니까 북미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 등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발표가 담화 형식을 띠었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통일부가 구분한 '북한의 발표, 보도 형식'에 따르면, 담화는 '일정한 문제에 대한 견해나 태도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말로써 상대방에게 입장을 표명하는 점이 특징'이다.

성명이 '중요 대내문제, 대외관계 또는 국제적 사건에 대한 견해와 입장을 표명하는 국가적 문서'로 '가장 공식적이고 격이 높은 발표 형태'인 것에 비교하면 격이 낮은 방식이다. 게다가 이는 기관 발표일 때의 분류방식이다. 이번 담화는 외무성의 대표 성명이나 담화가 아닌 김 제1부상 개인의 담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미정상회담이 불발되면 사면초가에 놓인다는 말도 나왔다. 그의 재선에 한반도 비핵화가 중요한 만큼 미국 역시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트럼프 역시 이 판을 깨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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