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흘렀지만 살인자 전두환 활개 쳐... 답답하다"

[현장] 5·18민주화운동 제38주년기념 서울행사 열려... 유공자들 답답함 토로

등록 2018.05.18 14:22수정 2018.05.1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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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서울기념식에 참석한 정세균 국회의장 38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서울기념식에 참석한 정세균 국회의장 ⓒ 신지수


"38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살인자 전두환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회고록도 썼다. 그게 가장 답답하다."

38주년을 맞은 5·18광주민주화운동 서울 기념식에서 유공자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긴 세월이 흘렀지만 주동자 처벌은 물론 발포 명령체계와 명령자·헬기사격·전투기 출격 대기, 민간인 학살과 성폭행 문제·행방불명자 및 암매장자 발굴 등 풀지 못 한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5.18 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는 18일 오전 10시 서울시청에서 '5.18민중항쟁 제38주년기념 서울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유공자인 최수영씨는 '주동자 처벌'을 가장 큰 숙제로 꼽았다. 최씨는 "민주화 운동의 큰 사건이지만, 5.18 주동자인 전두환 등 당시 군부는 여전히 처벌받지 않고 있다"라며 "민주화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는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5.18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진상규명을 해야한다"라고 덧붙였다.

80년 당시 대학생으로서 서울에서 광주의 현실을 알리다 구속됐던 유공자 김명자 5.18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회 부회장도 "해마다 망월동 묘역 갈 때마다 눈물이 나온다"라며 "38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발포명령자, 암매장, 행방불명 등 밝혀지지 않은 문제들이 많다"라고 했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최병진 5.18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회장도 "광주 5.18민주화운동은 87년 6월 항쟁으로, 2016년 촛불혁명으로 장엄하게 타올랐다"라면서도 "5.18민주항쟁 관련 역사 왜곡은 1980년 신군부의 거짓 선동부터 2017년 전두환 회고록까지 끊임없이 자행돼왔다"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특히 지만원 등 극우일당의 '5.18은 북한 특수군의 대규모 남파작전'이라는 주장이 TV조선과 채널A를 통해 유포됐다"라며 "일베 이용자들은 5.18희생자들에게 '홍어택배' 등 경악할 모욕과 혐오 발언을 일삼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발포 명령자·민간인 학살·성폭행·행방불명자·암매장·헬기사격·북한 특수군 투입설 같은 왜곡 등이 제대로 밝혀지기를 바란다"라며 "이와 동시에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세균 국회의장은 "5.18은 불의한 국가 권력이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빼앗고 인권을 유린한 현대사의 비극이다"라고 했다. 정 의장은 이어 "누군가에게는 슬픔이었고 고통이었을 광주가 이제는 이 땅의 민주주의 실현한 숭고한 역사로 기록됐다"라면서도 "아직 가야할 길과 감당해야 할 슬픔이 다 마르지 않았다"라고 했다.

정 의장은 "역사가 토인비는 '인류의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라며 "과거 기억과 성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야하고 그 출발점은 5.18에 대한 명확한 진상 규명이다"라고 강조했다.

518명 중·고등학생 '5.18골든벨' 참여..."공부하며 너무 마음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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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서울기념식 골든벨 38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서울기념식 골든벨 ⓒ 신지수


기념식이 끝난 뒤, 서울·수도권 지역 중·고등학생 518명이 5.18관련 퀴즈를 맞히는 골든벨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골든벨에는 '임을위한행진곡', 강풀 작가의 '26년'부터 '공소권 없음' 등까지 5.18 관련 문제들이 총망라했다.

학생들의 '5.18 공부열기'는 뜨거웠다. 한 학생은 주변 소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두 눈을 역사교과서에만 고정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직접 정리해 온 5.18 관련 내용들을 친구와 나누는 학생도 있었다.

세화여중 김건이 학생은 "우리나라 역사이니까 한 문제라도 맞춰야 되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역사책이랑 인터넷, 영상 강의 찾아보면서 간단히 정리했다"라고 했다. 김건이 학생이 정리한 A4용지를 보면, '시민군 윤상원 사망', "난 천국에서도 민주화 운동을 할 것이다"라는 말에 빨간줄과 형광펜이 칠해져 있었다.

그는 이어 "공부하면서 너무 속상했다" "희생당하면서도 (광주시민들이) 서로 공동체를 꾸려, 열심히 항쟁하는 게 너무 멋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5.18에 대해 아직도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참된 의미가 기억됐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학교에서 5.18에 대해 배웠지만, 직접 찾아 보니 마음이 더 아팠다는 게 학생들의 이야기였다. 경기 중앙고 1학년 연동규 학생은 "골든벨 나가려고 5.18 관련 영상을 봤는데 충격 받았다"라며 "시민들은 가만히 있는데 우리 군인들이 때렸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라고 말했다. 연동규 학생은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이니 국가에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일베 등에서 하는 왜곡은 조롱이다. 제 주변에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밝혔다.

첫 문제에서 탈락한 최돈찬 서울 오디세이학교 학생도 "밀고 들어오는 탱크를 광주 시민들이 온몸으로 막은 일명 '죽음의 행진'이 가장 마음 아팠다"라며 "그래도 열심히 공부했는데 탈락해서 아쉽다"라면서 패자부활전을 노리겠다고 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서울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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