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복종' 서약 안한 페미니스트 신부... 영국 왕자와 결혼하다

영국 해리 왕자-메건 마클 '파격 결혼식'... 혼혈 신부에 흑인 주교 설교

등록 2018.05.20 12:07수정 2018.05.2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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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해리 왕자와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의 결혼식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영국 해리 왕자와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의 결혼식이 열렸다.

19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인근의 윈저성 왕실 전용 예배당 세인트 조지 채플에서 열린 결혼식은 영국 BBC를 비롯해 주요 방송으로 생중계되며 전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번 결혼식은 영국 왕실의 금기를 깨는 파격으로 더욱 화제가 됐다.

신랑 해리 왕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손자이자 찰스 왕세자의 차남으로 영국 왕위 계승 서열 6위다. 그가 12살이던 1997년 어머니 다이애나 빈이 프랑스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인 마클은 흑인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명문 노스웨스턴대학 연극과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엘리트이자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된 법정 드라마 '슈츠(Suits)'로 스타덤에 올랐다.

마클은 해리 왕자보다 3살 연상이고 데다가 이혼 경력이 있다. 또한 여성·난민 인권, 환경 문제 등에 관심이 많아 유엔, 월드비전 등에서 홍보대사를 지낼 만큼 '사회운동가'로서도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다.

해리 왕자와 약혼 후에도 정치적 발언을 삼가는 왕실의 금기를 깨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여성 혐오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보수적인 영국 왕실이 외국인이며 흑인 혼혈에 이혼 경력이 있는 여배우 며느리를 받아들이는 것부터 둘의 결혼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둘은 2016년 지인의 소개로 만나 사귀기 시작했고 지난해 11월 약혼했다. 술과 파티를 즐기며 왕실의 '사고뭉치'였던 해리 왕자가 마클을 만난 후 단정한 생활을 하는 등 둘의 연애는 숱한 화제를 뿌렸다.


남편에 '복종 서약' 안 한 페미니스트 신부

메건 마클이 출연하는 미국 법정드라마 '슈츠'의 한 장면. ⓒ USA네트워크


결혼식 하객은 유명 인사들로 가득했다. 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부부,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부부, 마클과 함께 '슈츠'에 출연 중인 패트릭 J. 애덤스와 가브리엘 막트 등이 초대를 받았다.

다만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등 정치인은 제외됐다. 정치적 오해를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 왕실의 설명이지만 해리 왕자가 왕위 계승 서열 6위에 불과하다는 이유도 있다.

윈저성 밖에는 '세기의 결혼식'을 보기 위해 10만 명에 달하는 군중이 몰렸다. 다만 딸의 결혼식을 준비하는 사진을 파파라치에게 팔았다가 논란이 된 마클의 아버지는 결혼식에 불참해 신부 마클은 시아버지 찰스 왕세자의 팔짱을 끼고 입장해야 했다.

또한 마클은 왕실 결혼식에서 전통적으로 이뤄지는 '남편에 대한 복종 서약'을 하지 않고 왕자비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다짐하는 짧은 연설로 대신하며 결혼이 평등한 남녀의 결합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주례는 영국 성공회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맡아 결혼식을 진행했지만,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성공회 주교에 오른 미국 출신의 마이클 커리 신부가 설교에 나선 것도 파격으로 꼽혔다. 

커리 신부는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말을 인용하며 "사랑의 힘, 사랑이 가진 구원의 힘을 발견해야 한다"라며 "사랑은 다른 어떤 것들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낼 수 있다"라고 설교했다.

설교가 끝나자 흑인 위주의 합창단이 '스탠 바이 미'(Stand by me)'를 부르자 결혼식은 축제 분위기로 한껏 들떴다. 마클이 왕실에 입성하면서 영국 내 흑인 사회에 대한 처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BBC는 "영국 왕실로서는 이번 결혼이 아주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혼혈인) 마클의 왕실 입성은 최근 영국에서 다양한 인종적 배경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는 데 따른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클이 영국의 인종 문제와 관련해 실제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이날 결혼식만큼은 그동안 우리가 지켜봤던 것과 차별화되고 왕실의 미래를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해리 왕자 #메건 마클 #영국 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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