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알려주는 진실은?

[주장] 2014년까지의 삼성 설명이 거짓일 수도 있다는 것

등록 2018.05.23 15:02수정 2018.05.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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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7일 인천시 연수구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일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첫 일정인 감리위원회가 오는 17일 열린다. 2018.5.7 ⓒ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다루는 감리위원회 1차 회의가 5월 17일에 열렸다. 다음 날인 5월 18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으로부터 콜옵션 행사 관련 서신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콜옵션의 행사만기인 6월 29일까지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많은 언론이 이번 분식회계 논란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유리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분식회계 논란의 핵심에 2015년 말 시점에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와 관련된 주요 논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1. 시점과 가격의 문제

2018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에 대한 시장에서의 첫 평가이다. 이전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는 회계법인의 계산기 안에서만 있었다. 이제 처음으로 누군가가 자신의 돈을 걸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 2018년 6월 말 기준 콜옵션 행사와 2015년 말 시점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매일매일 새로운 뉴스가 쏟아지는 주식시장에서는 1개월만 지나도 모든 상황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2년 6개월이면 주식시장에서 너무 긴 기간이다. 더구나 변동성이 큰 바이오 주식이라면, 지금 시점의 사건은 2년 6개월 전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콜옵션의 경제적인 의미는 주식가치의 하한선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주식가치가 행사가격이라는 기준선을 넘어섰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러한 콜옵션의 특성을 고려할 때, 2년 6개월의 시차를 뛰어넘는 방법도 있다.

지금 시점에서의 콜옵션의 행사 기준점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총 가치 기준으로 10조 원 정도라고 해 보자. 그렇다면, 2년 6개월 전인 2015년 말의 5.3조 원(4.8조 원 ÷ 91.2%)의 평가가 정당성을 획득할 수도 있다. 지금 10조 원을 넘는 것이 확인된다면, 2년 6개월 전에 5.3조 원으로 평가한 것이 그럴듯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기준점은 얼마일까? 바이오젠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콜옵션 행사금액은 "투자금액의 누적차이의 50% + 이자비용"으로 되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공시 어디에도 그 이자율이 없지만, 역산해 볼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기준으로 행사금액을 3519억 원이라고 공시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현재 시점까지의 증자 현황을 정리하면 아래의 [표1]과 같다. 2015년말까지 이루어진 7차 증자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투자금액의 누적차이는 5226억 원이었다. 바이오젠이 이 중 절반을 사야 하기 때문에 원금기준으로는 2613억 원이 된다. 결국 3519억 원과 2613억 원의 차이가 이자 해당분인데, 이자율을 역산해 보면 단리기준 16%, 복리기준 14%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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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 증자현황 ⓒ 홍순탁


2018년 6월 말 기준으로는 투자금액의 누적차이가 9226억 원이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 보면 원금 기준 4613억 원과 이 원금에 대한 단리 16% 또는 복리 14%의 이자가 가산되어야 한다. 이렇게 계산해 보면 행사금액이 약 7천억 원으로 나온다.

바이오젠이 현재 5.4%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44.6%를 7천억 원을 주고 사는 셈이다. 이 정보가 알려주는 것은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총 가치가 최소한 1.6조 원(7천억 원 ÷ 44.6%)은 넘는다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즉, 콜옵션의 행사여부를 가르는 기준점이 1.6조원이다.

2년 6개월의 시차를 뛰어넘기에는 콜옵션의 행사 기준점이 너무 낮다. 지금 1.6조 원을 넘는다는 것을 알려줄 뿐인 정보를 가지고, 2년 6개월 전의 가치가 5.3조 원이라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2. 주목해야 할 사실 : 행사단가가 낮다는 점

오히려 다른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언론은 콜옵션 행사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행사금액 1.6조 원은 지금까지 나왔던 것에 비해 너무 작은 숫자이기 때문이다. 현재 바이오에피스의 총 주식수는 2068만3705주이다. 1.6조 원을 주식수로 나누어 보면, 주당 가치는 8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설립할 때 주당 5만 원씩 출자해서 만든 회사인데, 설립 후 6년이 넘게 지난 시점의 행사단가 8만 원이 되지 않는다면, 행사단가에 큰 변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 총 가치가 5.3조 원에 해당한다고 했으므로, 주당 가치가 40만 원(5.3조원 ÷ 1268만3705주)을 훌쩍 넘었다고 주장한 셈이다. 2018년 6월의 8만 원(행사단가)과 2015년 12월의 40만 원(주당가치)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금까지 한 설명과 일치하지 않는 숫자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왜 2015년에 지배력을 상실했는지에 대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설명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투자설명서에는 아래와 같이 기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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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투자설명서 124~125p ⓒ 홍순탁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잠재적 의결권의 행사 가능성을 주당가치(삼성바이오에피스 평가액)와 행사단가(투자원금과 누적이자의 합계액)를 비교해서 판단했다. 즉, 주당가치가 콜옵션 행사단가보다 낮다면(외가격 상태) 잠재적 의결권의 행사 가능성이 낮고, 반대로 주당가치가 콜옵션 행사 단가보다 높다면(내가격 상태) 잠재적 의결권의 행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주당 5만 원씩 현금 출자를 해서 만든 회사이기 때문에 설립 시점의 주당가치는 5만 원이다. 연구개발에 주당 1만 원을 비용으로 썼다고 하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당가치는 얼마가 될까? 주당 순자산은 4만 원으로 줄겠지만, 주당가치는 그렇지 않다. 연구개발 투자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 아니라면 주당 4만 원은 아니다. 최소한 투자한 돈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면 주당가치는 5만 원을 넘어야 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우리나라의 다른 바이오기업과 마찬가지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왔다. 연구개발 투자가 헛되이 쓰이지 않고 비임상, 임상1상, 임상3상을 차례로 통과해 나갔다. 2012년 설립시점에서 주당가치가 5만 원이었고, 2015년 말 시점의 주당가치가 40만 원을 넘었다면, 2012년 말, 2013년 말, 2014년 말 주당 가치를 합리적으로 추정해 보면 아래 [그림1]과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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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당가치 변화에 대한 합리적인 추정] ⓒ 홍순탁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서서히 주당 가치가 상승하고 2015년에 급격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2012년부터 2014년까지의 주당가치가 설립시점의 주당가치 5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앞에서 봤던 잠재적 의결권의 행사 가능성에 대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판단을 반영하여 행사단가를 표시해 보면 아래와 [그림2]와 같다. 2014년까지는 행사단가가 주당가치보다 높아야 하고, 2015년에야 비로소 주당가치가 행사단가보다 높아야 하므로 이런 그림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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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주당가치와 행사단가에 대한 삼성의 설명 ⓒ 홍순탁


[그림2]는 지금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했던 설명을 하나의 그림으로 요약한 것과 같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4년까지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기업가치를 증가시키다가 2015년에 바이오시밀러의 판매승인이 이루어지면서 급격히 기업가치가 상승하게 되었고, 주당가치는 2015년에서야 행사 단가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삼성과 설명과 낮은 행사단가는 양립되지 않아

이제 무엇이 불일치하는지 드러난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와 관련하여 우리가 알게 된 사실은 행사단가가 매우 낮다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행사단가가 '5만 원 + 기간이자'라는 사실을 [그림1]에 추가해 보면 아래 [그림3]과 같다. [그림2]와 행사단가의 위치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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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합리적인 주당가치 추정과 확인된 행사단가의 관계 ⓒ 홍순탁


바이오젠의 콜옵션은 원래 내야 하는 단가에 이자만 붙여주면 되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설립시점에서는 이자가 0이기 때문에 주당가치와 콜옵션 행사단가는 5만 원으로 동일하게 된다. 회사의 가치가 최소한 이자보다 빠르게 성장한다면 주당가치가 항상 행사단가보다 높다는 의미이다.

여러 정황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단가가 너무나 낮기에 그 콜옵션은 처음부터 행사가능성이 높았다는, 즉 실질적인 권리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즉, 행사단가가 '5만 원 + 기간이자'라면 설립시점부터 종속회사가 아니라 관계회사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했다는 의미이다. 낮은 콜옵션 행사단가는 2015년에 갑자기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관계회사로 분류했어야 하는 강력한 증거이다.

처음부터 관계회사라면 장부는 어떻게 바뀔까? 현행 회계기준상 자산은 지분법으로 일관되게, 부채는 시가평가를 해야 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이익을 내지 못하니 지분법 관련 손익은 늘 마이너스이고, 지분법주식의 가액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부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장하듯 2015년 말에 1조 8천억 원이 되어야 하니, 어마어마한 손실을 인식해야 한다. 2015년 말 장부는 완전자본잠식을 피할 수 없게 된다.

2014년말 시점의 삼성의 판단이 적절했는지 주목해야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한다는 사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행사단가이다. 행사단가가 너무 낮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그 정보가 알려주는 것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5년 이전부터 관계회사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2012년말, 2013년말, 2014년말 기준으로 주당가치가 행사단가에 비해 낮았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판단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특히, 2014년말은 주당가치가 40만 원으로 폭등하기 직전의 해이다. 그 시점의 주당가치가 6~7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은 상식적이지 않다.

이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의 핵심이 바뀌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4년 시점의 판단이 객관적인 증거에 기초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때문에 우리가 주시해야 하는 지점은 2014년말 시점의 주당가치와 행사단가와의 관계가 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젠 #삼성물산 합병 #이재용 경영권 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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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으로 일하는 회계사입니다 '숫자는 힘이 쎄다'라고 생각합니다. 그 힘 쎈 숫자를 권력자들이 복잡하게 포장하여 왜곡하고 악용하는 것을 시민의 편에 서서 하나하나 따져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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