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김성제 "민주당이 싫어서 나온 게 아니다"

[동행 인터뷰] 솔직한 청년들, 후보가 빤히 보고 있는데도 "아직 결정 안 했다"

등록 2018.05.25 15:15수정 2018.05.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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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제 후보와 대학생들.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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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성제 무소속 의왕시장 예비후보 ⓒ 이민선


무소속 김성제 의왕시장 예비 후보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밝은 표정이었다. 공천 탈락 후유증은 어느 정도 가신 듯했다. 그를 지난 23일 오후 의왕시 부곡동에서 만났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컷오프(공천 배제)에 반발해 과감하게 무소속 출마했다. 공천에서 탈락한 경기도 민주당 현역 시장 중 유일한 무소속 출마자다. 최성 고양시장과 유영록 김포시장, 오수봉 하남 시장도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지만, 실제 출마하지는 않았다.

워낙 바삐 움직이고 있어 '커피 한잔하자'는 말을 쉽게 건넬 수 없었다. 그를 대하는 의왕 시민 반응도 스케치할 겸 잠시 선거 운동에 열중인 그의 뒤를 따랐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여성 둘이 다가오자 김 후보는 거침없이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이런 상황에 익숙한 듯 두 여성도 스스럼없이 김 후보 손을 맞잡았다. 김 후보는 "이번에 사정이 있어 무소속으로 출마했습니다"라며 '한 표'를 호소했다. 두 여성은 김 후보 말에 잠시 귀를 기울이다가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학생으로 보이는 남성 둘이 걸어오자 김 후보는 '놓칠세라' 종종걸음으로 다가갔다.

"8년 동안 의왕시를 이끈 김성제입니다. 백운밸리, 장안지구... 마무리 짓게 도와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두 남성,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게 그들은 대학생이었다. 개발 사업에 관심을 기울일 나이는 아니다. 입이 근질거려 "청년과 관계 있는 공약은 없나요?"라며 대화에 끼어들자 두 학생 "맞아요, 그런 게 궁금해요"라고 합창하듯 외쳤다.


그제서야 김 후보는 "이번에 시장이 되면 청년 취업준비수당 100만 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라고 그들 귀에 솔깃할 말을 건넸다.

두 학생은 '투표를 할 계획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누구를 찍을지 결정했느냐?'라고 묻자 김 후보가 빤히 바라보고 있는데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들은 "(하지만) 청년취업준비 수당은 맘에 든다"는 말을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다.

김 후보가 "저기 있네"라며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의 손 끝을 따라가 보니 아담한 커피숍이 눈에 들어왔다. 선거운동에만 열중한 게 아니라 그는 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커피숍을 찾고 있었다.

"흑색선전으로 힘들었지만, 지금은 민심 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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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제 의왕시장 무소속 예비후보.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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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제 의왕무소속 예비후보 (현시장) 선거운동 모습. ⓒ 이민선


"처음에는 흑색선전 때문에 바닥 민심이 안 좋아 힘들었다. 이 지역 신창현 의원이 지난 8일 마치 내가 비리에 연루된 듯한 내용의 문자를 시민들한테 보내서 그런 것으로 생각한다. 그 뒤에 계속 시민들에게 해명 문자 발송했다. 신 의원은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지금은 민심이 다시 좋은 쪽으로 돌아선 것 같다."

꼭 말하고 싶었다는 듯, 그는 묻기도 전에 그간의 상황을 털어놓았다. 김 후보는 신 의원이 자신을 의도적으로 공천에서 탈락시켰다고 주장하며 '신 의원의 횡포에 맞서 정의를 세우겠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자 신 의원은 지난 5월 1일 이와 관련 "대단히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신 의원은 성명에서 "선당후사,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공천배제가 불가피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신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 공천 키워드는 '클린공천'이었고, 현역 시장에게 더 엄격한 도덕성 기준을 적용했다. 시장의 (김 후보) 최측근인 보좌관이 구속되고, 또한 별도의 혐의로 의왕시청이 압수수색을 당한 전력이 있음에도 현역이라는 이유로 공천을 준다면 '정치적 오만'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컷오프 이유가 '도덕성'과 관련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어 8일에는 이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다수의 의왕시민에게 배포했다. 문자 메시지에는 "많은 시민이 김성제 시장 부부와 관련, 검·경의 압수수색을 걱정스럽게 지켜보았고, 마침내 (의왕시) 건설과장과 시장 보좌관이 구속되는 사태에 이르렀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자 김 후보는 지난 16일 "마치 시장 부부가 비리로 조사받아 처벌받는 것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사실과 다른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지적하며, 신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김 후보는 할 말이 많았다.

"관리자로서 정책 보좌관과 공무원이 구속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 이 점 시민들께 정말 죄송스럽다. 하지만 난 그동안 이 문제로 피의자 조사 한 번 받은 적이 없고 기소된 적도 없다. 그런데 신 의원 문자를 보면 마치 제가 비리에 연루된 것처럼 보인다. 저를 낙선시키기 위한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

이 같은 김 후보 주장을 신창현 의원은 25일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성제 시장이 허위사실로 나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기 때문에 명예회복 차원에서 사실을 알리기 위한 문자를 보낸 것이다. 나의 문자가 김 시장을 낙선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허위사실이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무소속,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일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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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제 예비후보 신창현 국회의원 고소. ⓒ 김성제 선본


후보자가 누군지도 모른 채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묻지마 투표'가 아직도 공공연한 지방선거에서 사실 '무소속 출마'는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일이다. '불가능하다 할 만큼' 당선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후보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자신이 있었다. 81%(지난해 말 조사)라는 엄청나게 높은 시정 만족도 조사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 무소속으로 나와서 당선하면 지방선거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되는 것이기에, 굉장히 어렵지만 그런 기록을 꼭 세우고 싶었다. 지금 분위기로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작전 잘 세워서 기필코 성공할 것이다."

곧바로 어떤 작전이냐고 물었더니.

"정공법이다. 내가 그동안 이루어 놓은 일과 미래비전을 잘 알려서 승리할 것이다. 8년 동안 노인 일자리를 4배나 늘렸고 전국 최초로 노인 건강센터도 만들었다. 보육교사 장기근속 수당도 거의 전국 최초로 지급했고 교육 경비 지원도 전국 1~2위를 다툴 정도로 많이 했다. 이번에 당선하면 초중고 무상교복과 무상 생활복(체육복)을 우선 시행할 계획이다. 청년들에게 취업 준비 수당을 지급할 계획도 갖고 있다."

'무소속이라 서러운 게 분명 있을 것 같다?'는 물음에 김 후보는 "제가 민주당에 있었다면 전폭적으로 지지했을 동지가"라고 운을 뗀 뒤 말을 이었다.

"그런 분들이 몇 분 저쪽(김상돈 민주당 의왕시장 후보)으로 갔다. 또 무조건 정당만 보고 찍는 분들이 있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 제가 민주당이 싫어서 나온 게 아니라는 사실, '국회의원 공천 횡포'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나왔다는 것, 당당하게 승리해서 분명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최선을 다해 알릴 계획이다. 명함에도 '사랑하는 더불어민주당에 꼭 돌아가겠습니다'라고 써넣었다. 공보물에도 넣을 계획이다."

김 후보는 공천에서 탈락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지방자치가 중앙 정치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정당 공천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는 "그동안 시장·군수 협의회에서 '기초 의원과 기초 자치 단체장에 대한 정당 공천'을 없애자고 주장해 왔는데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정당 공천제 폐지가 정말 어렵다면) 정치적 이해 관계가 있는 국회의원이 공천을 좌지우지할 수 없게 하는 제도라도 만들어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무소속 김성제 후보가 그의 말대로 당당하게 당선해서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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