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북미정상회담 '문' 열려 있다... 조만간 재개될 것"

'취소 이유'로 의제 조율·메시지 관리 실패 등 꼽아, "트럼프, 11월 중간선거 전 대화 나설 것"

등록 2018.05.25 20:07수정 2018.05.2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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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의 미래 : 남북정상회담의 결과 분석과 남·북·미 관계의 모색' 토론회에서 최근 한반도 정세변화와 미래 전망에 대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실패에 대한 두려움·메시지 관리 실패·미 네오콘의 입김

청와대 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25일 진단한 북미정상회담 취소 이유다. 그러나 그는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라며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과 조만간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를 "특보가 아닌 교수로서의 개인적 분석"이라고 전제했다.

문정인 교수는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의 미래' 토론회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섰다. 예전에 예정됐던 토론회였지만 북미정상회담 취소로 발제 내용이 달라졌다.

문 교수 역시 "북미정상회담이 잘 된다는 전제 하에 글을 썼는데, 원고를 보낸 지 2시간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면서 '날벼락' 같은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한때 '문스타르다무스' 소리까지 들었는데, 제 잘못된 예측 때문에 (별칭 유지에) 한계가 왔다"면서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북미정상회담 '급' 취소된 이유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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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의 미래 : 남북정상회담의 결과 분석과 남·북·미 관계의 모색' 토론회에서 최근 한반도 정세변화와 미래 전망에 대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문 교수가 가장 먼저 꼽은 북미정상회담 취소 배경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는 "표면적 이유는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이지만, 실제 이유는 다르다"라면서 "결국 의제 조율에 실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핵을 어떻게 폐기하고, 그 과정은 어떻게 할지, 핵 폐기 및 보상을 어떤 순서로 진행할 지 등 구체적인 의제에 대한 교감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미국과 북측이 충분한 교감이 없었고 그런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해도 실패가능성이 컸을 것"이라며 "정상회담 실패 시 (미국) 국내정치의 파장도 클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을 좀 갖자'고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두 번째 이유는 북미 양국의 '메시지 관리 실패'였다. '선(先) 핵폐기 후(後) 관계정상화'라는 리비아식 해법을 주장했던 존 볼턴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이나 개인 담화를 통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했던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 등을 '잘못된 메신저'로 지목한 것이다.

문 교수는 "대사를 앞두고 미국이나 북한이나 메시지 관리를 좀 잘 해서 일이 되는 방향으로 해야 하는데, 미국이나 북한이 전부 다 메시지 관리하는 데 실패한 게 아닌가 싶다"라면서 "기 싸움인지 모르겠으나 그 사이에 잘못된 언술을 교환함으로써 사태가 상당히 어려워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 번째 이유론 "미 네오콘의 입김"을 제시했다. 문 교수는 "(북미정상회담 취소 결정) 배후엔 펜스 부통령이나 존 볼턴 안보보좌관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게 아니냐 싶다"라면서 "북측과 대화를 열었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대화에 역점을 두고 예정대로 진행할 것을 주장했을 가능성이 크고, 펜스와 볼턴은 (대화)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뉴욕타임스>에 바로 30분 전 나온 기사에 (이런 내용이) 상세히 나온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네오콘들이 이번 사태에서 승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이외에도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에 전문가-언론인 같이 부른다고 해놓고 언론인만 부른 것"을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할 수 있고, 실제 미국 측에서 제기한 것으로 안다"는 게 요지였다. 다만 "주석에 가깝다"라면서 주요 요인은 아니라고 전제했다.

"북미정상회담 '문'은 열려 있다. 인내심 갖고 힘 합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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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의 미래 : 남북정상회담의 결과 분석과 남·북·미 관계의 모색' 토론회에서 최근 한반도 정세변화와 미래 전망에 대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그러나 문정인 교수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도어(문)는 열려 있다"라며 "돌발적 사태로 가리라 보지 않는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에서 북측에 "마음이 바뀌면 편지나 전화 줘라, 난 기다린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그 서한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발언한 것. 북한이 억류 미국인을 석방하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한 것. 이런 상황들이 '좋은 맥락'으로 읽힌다는 얘기였다.

또한, 문 교수는 북미정상회담 협상 창구였던 '폼페이오-김영철(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라인'이 살아 있는 점, 트럼프 대통령이 미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그동안 정의가 부정확했던 '트럼프 모델'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점 등을 낙관적일 수 있는 이유로 꼽았다.

그는 "가장 낙관적인 건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보내기 전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페이즈인' 즉, 단계적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라며 "비핵화가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현실 인식을 보여준 것이기에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선, '북한이 비핵화의 구체적 행보를 보이면 체제보장·경제지원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그 다음 종전선언과 평화조약을 맺을 수 있다'고 했다"라며 ▲ 일괄 타결에서 점진적 접근으로의 변화 ▲ 선 폐기·후 보상에서 동시교환 가능성 증대 ▲ 미 행정부의 관련 TF 구성 등을 '트럼프 모델'의 요소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문 교수는 '11월 중간선거'라는 미국의 국내 정치적 상황도 낙관의 이유로 제시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포괄적 핵협정을 탈퇴했다. 트럼프 입장에서 이란은 건너오지 못할 다리를 건넜지만 북은 얼마든 협상재개를 통해 11월 중간선거 전에 어떤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 재개를 조만간 할 것이라 평가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마지막으로 ▲ 북한의 자제 ▲ 문 대통령의 지속적인 적극적 역할 ▲ 미국의 전향적 태도 등을 당부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힘을 합치자"고 강조했다. 그는 "(북미정상회담 결렬은) 미국이나 북한 모두에 득이 되지 않는다"라며 "백악관에서도 '잘 될 것', '정상회담 열릴 것'이란 메시지를 여러 군데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망을 갖고 인내심을 갖고 국민들이 힘을 합쳐서 우리 정부에 힘을 실어주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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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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