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이렇게 우아하게 싸우다니" 전문가들 뜻밖 반응

오바마 정부 출신 자누지 "최선희 담화 원인 아니야"... 해법은 "문재인 대통령"

등록 2018.05.25 21:40수정 2018.05.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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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국가미래비전 설정을 위한 국제컨퍼런스 -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 이승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 김준형 한동대 교수, 프랭크 지누지 미국 맨스필드재단 소장, 진징이 중국 북경대학교 교수,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수. ⓒ 권우성


"30년 동안 북한 연구자로 살아왔는데, 북한이 (25일 낸) 김계관 담화처럼 공손하게 쓴 거 처음 봤다. 북미 상황이 교착된 거로 보이지만, 아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과 미국이 이렇게 점잖게 예의 지켜가며 싸우는 건 처음 봤다. 북미의 싸움은 늘 치킨게임이었는데 이번엔 아닐 거 같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트럼프는 굉장히 정중한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고 김계관도 상당히 공손하게 여지를 열어둔 담화를 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전문가들은 놀라워했다. 북미가 서로에게 보낸 서한, 담화가 지극히 공손하고 점잖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현지시각)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며 쓴 말투도 평소 그와 달랐고, 북한이 25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명의로 낸 담화도 그랬다.

하루 사이에 북미를 두고 벌어진 일 때문에 남북미 삼국이 요동쳤다. 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국제 컨퍼런스에서 통일연구원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주제로 잡았지만, 토론은 북미 정세에 집중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된 원인을 찾고 방안을 모색했다.

"최선희 때문,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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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지누지 미국 맨스필드재단 소장이 25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국가미래비전 설정을 위한 국제컨퍼런스 -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프랭크 자누지 미국 맨스필드 소장은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 이유를 '트럼프 대통령'에서 찾았다.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전문가이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초기에 한반도 정책을 총괄한 인물이다. 이런 그가 북미 회담이 취소된 이유가 '최선희 담화' 때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자누지 소장은 "최선희는 펜스에게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고라고 했을 뿐"이라며 "전에 백악관에서 펜스를 놀린 걸 생각하면, 최선희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된 건) 이제야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의 어려움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누지 소장은 "한반도 평화가 이루어지려면 지름길은 없다. 긴 여정 과정이 필요한데, 트럼프는 이런 길에 익숙하지 않다"라며 "(쉽게 생각하다 어렵다는 걸) 깨달아 혼란스러웠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 주위에 북한이 보낸 메시지를 제대로 해석할 사람이 없다는 점도 밝혔다. 자누지 소장은 "사실 미국에 북에 정통한 전문가는 많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라며 "전문가들은 (북한 관련) 정책을 정할 때 그 방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그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북한의 담화를 두고는 "어조 자체가 매우 화해적이었다"라며 "북한이 대화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좋은 신호"라고 덧붙였다.

"해법은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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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징이 중국 북경대교수가 25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국가미래비전 설정을 위한 국제컨퍼런스 -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중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는 북핵 문제에 "동북아 국제정치가 집약됐다"라고 진단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른바 '비핵화 진심'을 파악할 것이 아니라 국제정치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북이 혼자 나서서 완전히 투항하는 형식이 아닌 이상 북핵 문제는 국제정치의 상호작용이 작동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이 실제로 핵을 마지막 한 개까지 포기해도 국제 사회는 믿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로 핵을 한두 개 숨겼다고 해도 비핵화를 완료하고, (북한이) 국제 사회의 일원이 되고 세계은행의 지원을 받는 상황이라면 감춰둔 핵이 과연 필요할까?"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이 진단한 북미 정상회담 취소의 원인은 각기 달랐지만, 북미 화해 분위기를 위한 방안은 비슷했다.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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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한동대 교수가 25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국가미래비전 설정을 위한 국제컨퍼런스 -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국가 관계도 인간관계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믿을 사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기 뜻을 이해해줄 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문 대통령"이라며 "문 대통령이 열심히 두 사람을 찾아서 화해시키는 방법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자누지 소장은 한반도 평화의 운전자로 '문재인 대통령'을 꼽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사이에 좀 더 많은 대화가 있어야 한다"라며 오로지 이기고 싶어 하고, 당장 승리해야 한다고 믿는 트럼프를 다룰 수 있는 건 외교 능력이 뛰어난 문 대통령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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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국가미래비전 설정을 위한 국제컨퍼런스 -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이승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 역시 '운전자 역할론'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문재인정부는 지금이야말로 운전자 역할을 해야 할 때"라며 "당장 북한, 미국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국과 만나 북한 비핵화에 대해 한·중, 미·중 이해가 일치한다는 점을 얘기하고 북한이 협상판에 돌아올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문재인 #김정은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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