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눈으로 보자, 북미회담 궤도는 명확하다

[주장] 트럼프는 제멋대로인 미치광이일까, 아니다

등록 2018.05.28 12:05수정 2018.05.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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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배석한 김영철 부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두번째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영철 부위원장. ⓒ 사진제공 청와대


두 사람이 '세기의 밀당'을 하며 전 세계를 들었다 놓고 있다. 북미정삼회담을 취소하면서 '먹튀' 논란을 받던 트럼프는 일순간에 협상의 고수로 탈바꿈했다. 한 번의 쇼로 대결로 치닫던 상황을 깔끔히 정리했다. 고수들의 놀이판으로 전문가들이 극도의 수난을 겪고 있다. 어설픈 전망을 내놓았다가 비웃음거리로 전락하기 일쑤다.

도대체 북미정상회담 궤도는 정해져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목해야할 지점들이 있다. 사람들이 의외로 쉽게 놓치는 지점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상황을 제멋대로 몰고 가는 미치광이일까. 아니다! 트럼프는 계산에 밝은 장사꾼이다. 장사꾼은 철저하게 이해득실에 따라 움직인다. 맹목적 이념에 좌우되지 않는다. 트럼프가 북미회담에 대해 갖는 이해득실은 뭘까.

미국을 겨냥한 북핵 프로그램은 사실상 완성됐다. 이를 둘러싼 더 이상의 논란은 없다.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에 대한 군사적 공격은 불가능하다. 군사 옵션은 심리전의 일환일 뿐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방치할 수도 없다. 미국인들에게 심어진 북한 이미지는 수틀리면 미국 본토에 핵무기를 날릴 수도 있는 나라다. 북핵을 방치하고 미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온전할 수 없다.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북핵이 동북아에서의 핵 도미노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미국의 핵우산을 전제로 성립된 미일·한미 동맹의 균열로 이어지는 치명적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에게 북미정상회담은 '탈출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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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EPA


북핵 문제를 대해 미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협상을 통한 해결뿐이다. 무슨 말을 어떻게 늘어놓든 이는 엄연한 객관적 사실이다. 미국 정부는 북미정삼회담을 통해 협상을 전격 타결해야 하는 입장이다. 여기에 트럼프 개인의 정치 상황이 가세하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로 위기에 몰린 트럼프로서는 북미정상회담이 절호의 위기 탈출기회일 수 있다. 트럼프 입장에서 북미회담은 생과 사를 가르는 운명의 무대다. 실패하면 죽음의 계곡으로 떨어지고, 성공하면 하늘로 치솟는다.

북미정상회담의 또 다른 당사자인 북한 입장에서 접근해 보자. 4·27판문점 회담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천명했다. 진심일까?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 이를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액면 그대로의 진심이다.


일각에서 잘 못 이해하고 있는 지점의 하나로 핵 개발과 북한 체제 유지의 상호 관계를 들 수 있다. 핵 보유 자체만으로 북한 체제 유지를 보장할 수 없다. 체제 유지의 최종 관건은 경제 발전이다. 북한 경제가 발전하려면 반드시 북미 관계가 개선돼야 한다. 핵 개발은 북미 관계 개선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었다. 협상을 통한 빅딜은 필수였으며, 북미회담은 이를 전격 성사키기는 출구 전략이었다.

트럼프의 북미회담 취소 해프닝에 대한 북한의 대응 과정은 이 모든 사실을 가감 없이 입증했다. 만약 북한이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핵 보유에 집착하고 있다면 트럼프의 회담 취소는 천재일우의 기회였을 것이다. 북한은 모든 책임을 트럼프에게 떠넘기고 판을 깬 뒤 핵 보유를 굳히는 행보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자세를 최대한 낮추면서까지 회담 성사를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전문가들의 말대로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북한의 모습이었다.

'두 가지'를 위한 빅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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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조속한 만남을 희망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오는 5월 안에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후 발표했다. 사진은 1월 8일 앤드류공군기지에서 손 흔들어 인사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1월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국가과학기술원을 방문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 연합뉴스


세기의 드라마 북미회담의 궤도는 명확하다. 북미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 체제 보장·경제 발전 지원'을 서로 맞바꾸는 빅딜을 시도할 것이다. 북미회담의 궤도는 상식의 눈으로 보면 쉽게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굳이 고급 정보가 있어야만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지점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상식의 눈을 감아버리는 자들이 있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자유한국당은 트럼프가 북미회담 취소를 발표하자 곧바로 북한의 행보가 위장 사기 쇼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러한 주장은 자신들이 주관적 희망을 표현한 것일 개연성이 높다. 낡은 보수 세력 입장에서는 북핵을 둘러싸고 관련 당사국들이 첨예한 대결로 치달을 때 입지가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지지율이 고공행진 했던 일본 아베 정부가 트럼프의 회담 취소를 두고 "유감이지만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논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환적 국면에서 낡은 보수 세력은 바보짓만 골라하다가 정말 바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과연 그 같은 바보스런 선택이 낡은 보수 세력에게만 해당하는 것일까? 모두가 긴장해야 할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새사연 박세길 이사가 쓴 글입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북미회담 #한반도 #종전 #평화체제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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