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라 일했더니 최저임금 깎겠다고요?

[주장] 최저임금 개정안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최악인 이유

등록 2018.05.28 15:17수정 2018.05.2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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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줬다 뺐다 국회는 재벌 편인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중공동행동 공동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 일부 등을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처리를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이주노동자는 아파도 눈치껏 일해야 한다

한국에 1월에 왔으니 공장에서 일한 지 다섯 달쯤 됐다. 무슨 말인지 몰라 눈치껏 하려고 했지만 공장장이나 사장은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일주일 전에 이유도 모르고 사장에게 얻어터졌다. 입원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어떻게 처리됐는지 모른다.

토요일엔 아침부터 배가 살살 아팠다. 그래도 꾹 참고 일했다. 점심에 식사할 기운도 없어 공장 2층에 붙어 있는 기숙사에 누웠다. 동료들에게 아파서 오후에 일할 수 없다고 했는데, 공장장은 이때다 싶었던가 보다. 삿대질하며 뭐라고 고함을 치더니 한국에 올 때 들고 왔던 여행용 가방에 옷가지들을 마구 집어넣었다. 손짓으로 봐서 나가라고 하는 것 같았다. 멀뚱멀뚱 하고 있는데 고함을 치던 공장장은 가방을 기숙사 밖으로 패대기쳤다. 가방을 챙기려고 하자, 싫다는 사람 몸을 공장 밖으로 힘껏 밀쳤다.

사장은 근로계약서에는 기숙사 제공이라 해놓고 쫓아냈다. 나가라고 해놓고도 근무처 변경은 안 된다 했다. 사내 폭력으로 사장을 신고한 적이 있다고 몽니를 부리고 있다. 그렇게 퇴사 처리도 안 하면서 출근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Md. R 이야기다. 사실 사장은 R을 기숙사에서 쫓아낼 뜻도 없고, 퇴사시킬 생각도 없다. 다신 일 못하겠다는 소리 못하게끔 엄포를 놓는 중이다. 한마디로 군기 잡느라 그러고 있다. R이 쫓겨나는 장면을 기숙사에 있던 동료가 동영상으로 찍었다. 멀리에서 찍었는데도 떠밀리고 짐승처럼 질질 끌려가는 모습 너머로 험악한 말이 들렸다.

죽어라 일했더니 생사 문턱에 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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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가 경기도 여주의 한 농장에서 일하며 열악한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 신지수


파키스탄에서 온 알리는 지금 병상에 누워 생사를 장담 못한다. 4월은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자정 넘어서까지 일하는 날이 대부분이었고, 일이 많지 않았던 5월에도 매일 밤 평균 9시에 일을 마쳤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특근했고, 점심시간은 따로 없었다. 먼지가 풀풀 날리고 화공약품 냄새가 코를 찌르는 공장 안에서 교대로 먹으면서 제품이 나오는 걸 살펴야 했다. 그래도 부인과 11살인 딸아이를 생각하며 사장이 시키는 대로 일했다.

쉬고 싶어도 눈치가 보였고 병원에 가겠다는 말을 할 엄두를 못 냈다. 결국 몸이 견뎌내지 못했다. 지지난주에 공장에서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심근경색이었다. 병원에서는 심장 기능도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당뇨와 급성폐렴까지 겹쳐 있다고 했다.

쓰러진 알리가 건강한 모습으로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어난다 해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회사에서는 산재 보험을 들었지만, 심근경색이 과로 등의 업무로 인한 것임을 근로복지공단이 인정해 줘야 한다. 업무 연관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수천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한국에 왔는데, 죽어라 일만 한 결과는 참담한 실정이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이 멋진 말을 한 무함마드 알리는 권투선수로 링 위를 평정했지만 링 밖에서는 평생 편견과 싸워야 했다. 파키스탄에서 온 알리도 한국에서 또 다른 싸움을 해야 할지 모른다.

근로기준법 제50조 ②항은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제53조 ②항은 설령 당사자 간에 합의가 있어도 "1주간에 12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제52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에 든 사례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이 아무런 소용이 없음을 보여준다. 이주노동자들은 사측이 시키면 잔업과 야근, 특근을 해야만 한다. 쉬고 싶다는 말이라도 뻥긋 했다간 "너, 나가!" 당장 그만두라는 말이 되돌아온다. 그나마 사장들이 지키는 시늉이라도 하는 건 최저임금이다. 시간당 7530원으로 계산하면서 야근이나 특근 수당 계산을 할 때면 어떻게든 주지 않으려고 '빨간 날이다, 아니다'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 이게 현실이다.

지난 25일 최저임금에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포함시켜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 환노위를 통과했다.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최악의 현실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저임금 개정안이 이주노동자와 무슨 상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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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들이 근무시간을 달력에 기록한 모습 Md.R이 피를 토하고 쓰러진 날까지 근무 기록이다. 퇴근 시간이 20:30~21:30까지로 적혀 있다. ⓒ 고기복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개악인 이유

환노위가 통과시킨 안대로 법이 바뀌면 이주노동자들은 그야말로 폭탄을 맞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어렵게 설명할 것 없이 일어날 수 있는 결과를 이야기하면 이렇다.

① 사내 건강검진이니 뭐니 돈이 들었다고 하는데, 혜택이 있는 건 모르겠고 월급만 깎이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알리처럼 아파도 제때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병원도 못 가는데 하루 12시간은 보통으로 일하는데 배겨내는 게 이상한 일이다. 의미 없는 검진을 하고 최저임금에 포함시켜 버리면 생색은 사장이 내고 고통은 이주노동자가 당한다.

② 선택권도 없는데 기숙사에 살면 월급이 깎일 수 있다. 거지같은 비닐하우스, 컨테이너에 사느니 차라리 밖에서 살고 싶다고 말을 해도 회사는 기숙사에서만 살아야 한다고 난리칠 것이다.

③ 점심시간, 휴게시간 쪼개가면서 회사에서 식사하면 월급 깎이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꿀꿀이죽만도 못한 공장밥, 먼지 풀풀 날리고 화공약품 냄새나는 현장에서 먹지 않고 식당에서 돈 내고 먹고 싶다고 해도 사측에서는 시간 없다고 공장밥을 고집할 것이다.

④ 법으로 쉬라는 날 쉬었더니 실질 임금 깎일 수 있다. 특근은 바라지도 않는다. 일하지 않으면 그만두라는 소리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⑤ 법이 정한 퇴직연금과 보험인데도 사장이 가입하면 월급 깎이는 꼴이 된다. 이주노동자들은 어디 가서 어떻게 찾는지도 알기 어렵고, 받기는 더 어려운 게 퇴직급여고,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등의 혜택이다. 그래놓고 이걸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면 사장과 보험사들만 신날뿐이다.

⑥ 회사 창립 기념일이라고 체육대회 참가했는데 알고 보니 내 돈 내고 참석한 체육대회일 수 있다. 누가 체육대회 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차라리 쉬고 싶은데 억지로 참석하게 해 놓고 사장은 신나게 놀고 직원들은 등골만 휘게 된다.

⑦ 회사 야유회라고 갔더니 최저임금에 포함된 돈이란다. 누가 놀러 가자 했냐고 따지지도 못한다. 사장은 자기 돈 들여 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마시지도 못하는 술 시중한다고 고생한 이주노동자는 월급이 까인다.

⑧ 생일 파티 했는데 월급 깎이는 일도 있을 수 있다. 그게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는 일이 일어나면 회사에서 내 돈 내고 파티한 셈이 되고 만다.

말도 안 되는 일이요, 과장이 지나치다고 빈축할지 모른다. 그러나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는 걸 예사로 아는 이주노동자 고용업체들로서는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사용자들은 앞으로 기본급을 그대로 둔 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는 복리후생비만 늘려서 아무리 많은 일을 해도 월급은 최소로 올리도록 편법을 쓸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실제로는 물가 인상이 있기 때문에 해가 갈수록 임금이 떨어지면서 일은 힘들고 생활 역시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나게 된다. 만만한 게 이주노동자다. 만일 개정안이 통과하면 산업의학계 용어로는 근골격계질환, 쉬운 말로 '골병'들 일만 남았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개악인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덧붙이는 글 고기복 기자는 용인이주노동자쉼터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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