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중심 황제경영 지배구조 완성이었다

[기고] 법학교수가 본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의 본질

등록 2018.05.30 16:50수정 2018.05.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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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둘러싸고 논란이 여전하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에서 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잡고, 회사 대표이사 해임 권고와 검찰 고발 등의 제재를 금융위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안건을 심의중인 감리위원회는 5월 31일 세번째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에 조승현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가 이번 사안에 대한 글을 보내와 싣는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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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7일 인천시 연수구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일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첫 일정인 감리위원회가 오는 17일 열린다. 2018.5.7 ⓒ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의혹 문제를 놓고 감리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5년 회계결산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은 91.2%이었다. 회계결산을 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시장가)으로 변경하면서 1조 9천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것으로 흑자 전환했다.

참여연대는 이 부분에 대하여 줄기차게 의혹을 제기해 왔었다. 삼성의 말대로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른 결과인가 아니면 분식회계인가? 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으로 재평가할 당시 삼성의 논리는 "바이오젠이 지분을 늘리면 지배력이 흔들리게 되어 자회사로 유지하기 힘들다"였다.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이 문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문제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결론에 따라서는 2015년에 있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무효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삼성측은 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를 연결재무제표에 반영한 것은 2015년 말이고 합병은 2015년 6월 중순이라고 하면서 합병과 바이오로직스의 문제는 별개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회계부정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회계 전문가들의 감리가 설혹 삼성측에 유리하게 결론이 나더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서 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제일모직의 지분자산가치가 최소한 6조 6천억 원대에서 9조 원대로 평가받았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은 이미 검찰의 국민연금에 대한 수사에서 밝혀졌다. 이 문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무효소송에서 매우 중요하다. 합병무효소송에서 1심 법원은 "합병이 무효로 되기 위해서는 단체법적으로나 절차법적으로 매우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합병무효소송을 기각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7.10,17, 2016가합510827).

법원의 법리대로라면 합병에서도 기업가치평가는 매우 엄격한 잣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감리위원회가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무효가 쉽지 않은 만큼 합병 과정에서의 기업가치평가도 객관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서 등가적으로 엄격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특히 합병과 관련된 기업의 회계기준은 어느 누구라도 수긍할 수 있게끔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이러한 잣대는 감리위원회 위원들뿐만 아니라 당시 회계법인 그리고 합병 당사자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이사들에게 동일하게 필요하다.

우선, 왜 하필이면 2015년 연말에 회계기준이 바뀌었는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2015년에 바이오젠이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분콜옵션 레터(Letter)를 보내와 지배력이 위험해져서 자회사로서 유지가 힘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히려 바이오젠의 2015년 이후 지금까지의 연차보고서에서는 지배력이 바이오로직스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매년 1천 억씩 적자나던 회사가 2015년에 갑자기 1조 9천억 흑자로 바뀐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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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비교 ⓒ 홍순탁


나아가 같은 사실관계를 놓고 당사자들이 전혀 반대의 해석을 하고 있다. 즉,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놓고 삼성이 '조 단위'라고 선언할 때 다른 주주였던 바이오젠은 장부에 '0원'이라고 기록했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 가치뿐만 아니라, 기존에 바이오에피스에 출자한 투자금액 전액을 모두 0원으로 기록하고서 2016년 재무보고서(Form 10-K)를 미국증권거래소에 냈다. 2015년 말 장부가격에서 시장가치 평가로 바뀐 이후 현재까지 바이오젠의 지분은 거의 변동이 없다. 콜옵션행사로 지배력에 문제가 발생할 것을 염려하여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했다는 삼성 측의 말은 모순이고 거짓이 된다.

2015년 연말회계에서 매년 1천억원의 적자를 보던 로직스의 가치를 1조 9천억 원의 흑자로 돌려세운 진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2015년 7월에 있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의 합병을 위한 기업가치평가에 이재용 프리미엄을 관철시키기 위함이었다.

즉, 2015년 합병된 삼성물산의 회계처리기준 변경은, 제일모직을 고평가하는 데 따른 회계처리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후속작업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합병이 없었다면 과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이 변경되었겠는가? 세간의 의혹대로 바로 삼성재벌승계의 마지막 고비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동기가 없는 것이다.

삼성쪽 손을 들어준 법원 판결이 간과한 것들

또 2015년 합병 당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평가에 대한 (구)삼성물산 이사들의 태도이다. 제일모직에서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자신들의 기업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하도록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구)삼성물산의 이사들이다. 그들이 합병 당시에 보인 태도는 무엇이었던가? 합병 시에 이사들이 할 일은 명확하다. 이사들은 합병의 필요성, 합병 시점 및 합병 비율의 적정성, 다른 대안 존재 여부, 주주들의 이익 등을 세밀하게 검토해야할 의무가 있다.

(구)삼성물산의 이사들이 보인 행동은 그러한 의무들과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법원은 "합병에 따른 각 사업의 성장성, 수익성, 미래가치 등은 재량이 허용되는 경영판단의 영역이라고 할 것이므로 사후에 기대하는 만큼의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바이오산업의 가치(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가치) 및 합병 시너지 효과에 대한 평가를 함에 있어서 검토를 부실하게 하거나 아니면 터무니없는 허위자료에 근거해 평가했다는 등의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 위반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삼성편을 들었다. 수긍할 수 없는 판결이다.

삼성물산의 의뢰를 받은 삼정회계법인의 제일모직에 대한 평가는 안진회계법인과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드러난 자료에 따르면 삼정회계법인이나 안진회계법인이나 모두 제일모직에게 가장 유리한 관점에서 그리고 객관성이 증명되지 못한 회계기준을 적용한 점을 법원은 간과하였다.

제일모직에 대하여 엄한 잣대를 들이대어 그 가치를 가능한 한 깎아 내려야 할 삼성물산의 이사들의 행태들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회계기준도 일관성과 합리성이 철저하게 관철되는 마당에 합병의 대상이 된 기업의 회계기준이 무슨 자선사업도 아니고 상대편에 가장 유리한 시점과 기준을 따랐다고 하면 세상이 웃을 일이다.

바이오로직스의 무리한 상장과 삼성물산-제일모직의 이상한 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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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전무(가운데)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병화 상무, 김 전무, 윤호열 상무. 2018.5.2 ⓒ 연합뉴스


2015년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의 임의적 회계처리로 가치를 부풀린 바이오로직스는 2단계로 증권시장 상장을 시도한다. 바이오로직스가 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매출이 천억 원 이상 그리고  영업이익이 30억 원 이상이거나 아니면 시가총액이 4천억 원 이상이고 매출이 2천억 원 이상이어야 하는 상장요건을 충족하여야 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15년 말 평가방식의 전환으로 자산가치는 엄청 증가하였지만 여전히 매출과 영업이익이 거의 없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절대 상장될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2016년 말 증권거래소가 상장 요건을 매출이나 이익 따위는 필요 없고 시가총액 6천억 원에 자본금 2천억 원 이상으로 바꾸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될 수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례 이후로는 시가총액이나 자본금 요건으로만 상장요건을 충족하여 상장된 회사는 없었다. 다시 말해서 삼성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또 일어난 것이다.

이렇게 무리하게 가치를 평가하고 상장을 추진한 배경에는 합병에 따른 불공정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한 사후작업의 필요성 외에도 바이오로직스를 상장시킨 뒤 이를 처분하여 순환출자나 금산분리에 따른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이건희 사후 물어야 하는 상속세를 대비해야하는 복합적인 상황이 상호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이재용 중심의 황제경영 지배구조체제의 완결이라는 반자본적·반법치적 사고방식에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 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제일모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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