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디스한 나경원 의원, 이건 아닙니다

[게릴라칼럼] 대통령이 "북한 체제 보장"만 강조? "김칫국 외교"에 이은 왜곡된 인식

등록 2018.05.31 11:55수정 2018.05.31 12:10
62
원고료로 응원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a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자료사진) ⓒ 남소연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확실한 비핵화 원칙을 견지해줬으면 하는데요. 이번에 주말(5월 26일)에도 남북 정상 만나시는 것 보니까 그런 부분에 대한 말씀보다는 또 북한의 체제 보장에 대한 우려, 그 얘기만을 강조하시는 것 같아서 좀 걱정이 됩니다."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 법이다. 지난 북미정상회담 취소 논란을 두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 "김칫국 외교" 운운하며 논란을 지폈던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지난 29일 자유한국당 중앙선대위 부위원장 자격으로 KBS 1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나 의원은 다소 신중하고 누그러진 어조였지만 예의 그 논조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전격적으로 이뤄진 두 번째 '깜짝'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 보장에 대한 우려만 강조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는 논평을 내놓은 것이다.

이날 주요 내용은 6.13 지방선거에 나서는 각 당 선거 책임자들에게 선거 전략 및 목표 등에 대해 듣는 전화 인터뷰였지만 정세가 정세니만큼 북미정상회담 이야기가 빠질 순 없었다. 그 와중에 나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남북 정상회담과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향한 우려를 재차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를 좀 더 들어 보자.

'김칫국 외교' 이어 문 대통령이 북한 체제만 걱정?

"그런 면에서 사실은 북미 정상회담이 이렇게 롤러코스터 타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좀 너무 지나치게 한마디로 평화의 절차를 만들어가는 게 있고 비핵화의 절차를 만들어가는 게 있다면 평화 절차를 지나치게 빠르게 하려고 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한미 정상이 만났을 때도 미국과 삐거덕거리는 모습이 보였고요. 그동안 그랬기 때문에 북한이 풍계리에 기자 와라, 말아라, 고위급 회담을 취소한다. 이런 북한의 예전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것 같은 것이 그런 것 때문에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서 지난 5일 미국을 방문,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만난 '인증샷'을 공개하기도 했던 나경원 의원. 그 사진은 나경원 의원의 '친미 성향'을 방증하는 증거라는 평을 받으면서 소셜 미디어 상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와 상관없이 북미 정상회담을 향한 나 의원과 자유한국당의 '걱정'과 '우려'는 어떤 관점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미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의 갈팡질팡 '외교전'과 남북 정상간 비핵화 의지의 확인 속에서 어떻게든 흠집을 내고 지방선거를 유리하게 끌고나가려는 빤한 의도 말이다.

"그런데 그런 것은 있어요, 사실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역대 선거를 보면 안보 이슈가 그렇게 큰 이슈가 있어도 그다음 선거에 바로 영향을 주지는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시간이 촉박하니까 지방선거 이슈가 묻힌다는 거고요. 다만 이런 것은 있어요. 안보 이슈나 남북 관계 이슈는 그냥 이렇게 보이는 이슈가 아직은 체감되는 데에는 조금...

직접 체감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보이는 이슈죠. 그런데 지금 경제지표가 굉장히 안 좋아요. 사실은 최저임금 급격히 인상했죠.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죠. 지금 OECD 경기선행지수를 보면 2014년 이후 최악이거든요."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과 항시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문재인 정부의 외교 노력을 폄훼하기 위해 그저 '안보이슈' 운운하고 경제지표를 들먹이는 나 의원의 이러한 수사는 망각의 소산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 의원의 이러한 "안보 이슈" 운운은 지난 선거 국면에 '북풍'을, '안보이슈'를 짭짤하게 써먹었던 이들이 누구였는지 까맣게 잊은 듯한 망각에서 비롯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든 노벨평화상까지 거론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을 폄훼하려는. 이러한 나 의원의 단견은 '김칫국 외교'로 반발을 사고 며칠이 지난 28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북풍' 원조 정당이 역색깔론 운운이라니

a

'지방선거 필승' 건배하는 홍준표-김성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4월 30일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열린 6.13지방선거 필승을 위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만찬에서 나경원 의원의 건배사를 들으며 잔을 부딪치고 있다. ⓒ 남소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북미정상회담 취소 과정에서의 야당 의견을 '네거티브 색깔론'이니 '비아냥'으로 치부하며 비난했다. 내용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취지를 왜곡하는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나 의원이 '야당의 의견을 무조건 색깔론으로 치부하는 여당 대표의 역색깔론을 우려한다'는 글의 서두다. "북미정상회담은 성공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면서도 나 의원은 예의 그 '김칫국 외교'라는 표현을 거두지 않았다. 다만, "김칫국외교, 안보는 이렇듯 비핵화는 간과한 채 평화프로세스만 가속화하는 정부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라는 부연을 달았을 뿐이다.

앞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이 2차 남북 정상회담을 깜짝쇼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사실상 선거를 포기한 한국당이 제 버릇을 남 주지 못하고 네거티브와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추 대표는 이 자리에서 홍준표 대표를 향해 "제1야당 대표가 2차 남북 정상회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위기에 빠진 문재인 대통령을 배려한 것이라는 등의 생뚱맞은 가짜뉴스 양산에 나섰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이에 대해 나 의원은 어떤 논리로 반박을 했을까.

"북미정상회담은 성공해야 한다. 그 유일한 조건은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이며, 우리의 역할 또한 비핵화라는 굳건한 원칙을 잘 견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간 비핵화 검증이 불가능함에도 섣부른 군축과 평화협정, 종전선언을 이야기했다. 김칫국외교, 안보는 이렇듯 비핵화는 간과한 채 평화프로세스만 가속화하는 정부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핵 있는 불완전한 평화로 가지 않으려면 여야, 보수진보를 가르지 않고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신중한 한 걸음을 가야 할 때다. 이를 위한 진심어린 야당의 비판과 우려를 무조건 색깔론으로 치부하는 것이야말로 역색깔론에 해당하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과거 색깔론으로 정권 유지는 물론 선거 국면의 큰 축을 유지해왔던 정당의 중진 의원이 '역색깔론'을 들먹이는 꼴이다. 하지만 이러한 '북풍'을 이용한 네거티브 전략이 국민들에게, 유권자들에게 전혀 유용하지 않다는 사실은 각종 여론조사는 물론 지방선거 판세를 통해 확연히 드러나는 중이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쇼와 같은 반전외교를 두고 우리 정부를 향해 '김칫국 외교' 운운하는 단견만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 역시 입증되고 있는 지금이다. 누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재를 뿌리려고 하는가.

'한반도 비핵화'만 전제로 깔면 어떤 폄훼든, 비판을 위한 비판이든 용인될 수 있을 것이란 오해를 버리는 것이 좋다. '북한의 체제 보장'이나 '김칫국 외교', '역색깔론' 운운하는 나경원 의원과 자유한국당, 그 선봉에 선 홍준표 대표가 새겨들어야 할 고언되겠다. 지방선거 이후 '생존'을 진심으로 고민한다면 말이다.
#나경원
댓글6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3. 3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4. 4 "총선 지면 대통령 퇴진" 김대중, 지니까 말 달라졌다
  5. 5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