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탓에 박살난 수출탑, "청와대 뒷거래한 양승태 구속하라"

[현장] 키코 피해기업들 "대법관들 직권남용한 정치적 판결 무효, 키코 사건 재심해야"

등록 2018.05.31 14:49수정 2018.06.07 18:12
2
원고료로 응원
a

3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정치적 판결 키코사건 재심요구 기자회견'에서 키코 사건 피해기업인이 발언하고 있다. ⓒ 조선혜


"중소기업을 글로벌기업으로 키워오면서 밤낮 안 가리고 오지에 다니며 수출하지 않았습니까. 왜 우리가 이런 가혹한 상황에 처해야 합니까? 양승태 같은 사법부 적폐 우두머리 때문입니다."

3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정치적 판결 키코사건 재심요구 기자회견'에서 조붕구 키코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장이 한 말이다. 조 위원장은 "한 땀 한 땀 회사를 만들어오고, 일자리 창출에 앞장섰던 중소·중견기업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환투기꾼으로 몰리고, 생존권을 박탈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삶을 보호해주지 않은 대법원이 우리에게 무슨 소용 있나"라며 "노력과 땀을 국가로부터 보호 받지 못한 것은 양승태(전 대법원장) 같은 적폐 판사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법원행정처, 박근혜 정부 돕기 위해 키코 사건에도 개입 정황

'금융판 세월호'라 할 만한 대형 금융 사건 '키코사태'는 2007년 말 은행들의 권유로 키코(KIKO) 상품에 가입했던 700여 개 중소·중견기업들이 큰 손해를 입고 파산한 사건이다.

당시 피해기업들을 '환투기꾼'이라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은행이 중요 정보를 숨기고 상품을 판매한 정황이 담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2010년 수사보고서가 뒤늦게 공개된 바 있다. 이런 보고서가 있었음에도 지난 2013년 9월 대법원은 키코 계약이 불공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지난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관련 특별조사단(아래 특조단)의 조사보고서가 공개되면서 키코공대위가 키코 사건 재심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낸 것. 해당 보고서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의 국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사전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보고서에는 사법부가 청와대를 위해 최대한 협조한 사례로 KTX 승무원 정리해고 사건,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등과 함께 키코 사건도 언급돼 있다.

"특조단 조사로 밝혀진 사실 보고 충격...양승태 구속 수사해야"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 위원장은 "특조단 조사에 의해 밝혀진 사실을 보고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며 "양승태와 그 하수인들을 모두 구속 수사할 것과 키코 사건 재심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대 발언에 나선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간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독립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사법부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목소리 높였다. 더불어 그는 "양승태는 사법농단을 저지르고 온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대법원은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재판 거래 관련자들을 모두 조사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키코 피해 기업인들이 적극적으로 발언에 나서기도 했다. 최재원 일성하이스코 실장은 "우리 회사는 1984년 설립 이후 석유·가스발전설비를 수출한 회사로, 연간 2000억 원 매출을 달성했고 단 한번도 노사분규 없이 지대한 노력을 해오며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며 "2008년 가입한 키코로 인해 3년 동안 900억 원 손실을 입고 부도가 났다"고 밝혔다.

피해기업인 "특조단 보고서 보니 수출기업들 잘못 아냐... 재조사해달라"

a

3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정치적 판결 키코사건 재심요구 기자회견'에서 키코 피해기업인이 '수출의 탑'을 망치로 부수고 있다. ⓒ 조선혜


또 최 실장은 "키코 피해기업들이 소송에서 지는 것을 보면서 기업들이 환투기한 줄 알았다"며 "하지만 이번 특조단 보고서를 보니 수출기업들의 잘못이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명예회복과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해 키코사건을 전면 재조사해달라"며 "이를 사주한 주범들을 발본색원해 엄벌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성민 엠텍비젼 대표는 "우리 회사는 1999년 설립돼 세계에서 처음으로 휴대전화에 카메라를 넣는 신화를 만들었던 기업"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한때 매출 2000억 원을 기록했지만 키코로 현재 매출은 10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법원을 수도 없이 들락거렸는데 그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며 "엠텍비젼과 같은 기업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법원이 노력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어 피해 기업인들은 "청와대와 뒷거래를 위해 키코 사건을 거래한 양승태와 대법관들을 즉각 구속하고 처벌하라", "대법관들이 직권 남용한 정치적 판결은 무효이므로 키코를 재심하라"고 외쳤다. 또 키코로 손실을 입고 파산하게 된 중소기업 동화산기의 박용관 회장이 과거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수출의 탑'을 망치로 깨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키코 #양승태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5. 5 '김건희 비선' 의혹, 왜 자꾸 나오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