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외봉사 NGO도 '미투'... 자원봉사자들이 성추행 폭로

"단체 대표가 성추행" 증언 이어지자 대표 사임... 피해자들 "후원자들도 알 수 있게 사과해야"

등록 2018.06.01 16:53수정 2018.06.0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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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NGO단체의 전직 대표가 여성 NGO 활동가들과 자원 봉사자들을 성추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 오마이뉴스


국제협력 비정부기구(NGO) 단체의 대표가 지속적으로 여성 NGO 활동가들과 자원 봉사자들을 성추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가해자로 지목된 대표는 내부에서 피해자의 폭로가 시작되자 대표직을 물러난 상태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단체의 후원자들에게 이 사실을 투명하게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A단체에서 인턴 생활을 했던 한 여성이 해당 단체 대표였던 B씨의 성추행 사실을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고발한 이후, B씨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사태는 가라앉지 않고 또다른 성추행 피해자들과 목격자들의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강제 입맞춤, 강제 포옹... 첫 폭로 후 계속 이어지는 증언들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약 1년간 A단체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 ㄱ씨는 "2014년 10월 A단체가 주관하는 음악회에 스태프로 참여했을 때였다, B씨가 반갑게 인사하다가 갑자기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라며 "동료 활동가들도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ㄱ씨는 B씨가 등을 쓰다듬기도 하고 지하철 옆자리에 앉으면 손을 오랫동안 만지고 있는 등 평소에도 친근함을 표시하는 식으로 스킨십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B씨가 "나를 즐겁게 해주렴", "밥 먹으러 언제 올 거야" 등의 문자를 보내고 사적 만남을 요구한 사실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현지에서 지난 2014년부터 1년 동안 봉사 활동을 했던 ㄴ씨도 "2014년 5월경 한국에서 온 B씨가 선물을 가져왔다면서 사무실인 이사장의 집으로 오라고 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거실이 깜깜한 상황에서 가방에 있는 선물을 고르고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그곳을 빠져나오려는 순간 등 뒤에서 B씨가 껴안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팔을 뿌리치고 B씨의 얼굴을 봤는데 웃고 있었다, B씨를 밀치고 밖으로 나왔다"면서 "그날 저녁 시간에도 같이 '함께 나가서 술을 사오자'고 말해 따라나섰는데, 같이 있던 시간이 공포스러웠다"고 전했다.

또 있다. ㄷ씨는 B씨를 포함한 봉사단원들과 함께 2013년 7월, 7박 9일 일정으로 해외 봉사활동을 갔다. ㄷ씨는 "B씨가 어깨동무를 시도했고 팔짱을 꼈는데 저는 싫어해서 바로 뺐다, (그랬더니) 대신 소극적이고 수줍음을 많이 타 거절을 바로 못 하는 한 친구에게는 허그를 하는 등 스킨십을 계속 시도했다"며 "심지어 이 친구를 업으려고 한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생 봉사단원이 모인 자리에서도 B씨의 행동을 문제 삼는 분위기였다"고 강조했다. 이후 ㄷ씨와 그의 친구는 B씨를 그해 10월 일일호프에서 다시 만났다. ㄷ씨는 "B씨가 친구에게 가볍게 허그를 하는 게 아니라 가슴이 눌릴 정도로 허그를 했다"며 "그 당시에 매우 놀랐고, 친구는 불쾌감을 토로했다"고 밝혔다.


ㄹ씨 역시 ㄷ씨처럼 해외 7박 9일 봉사단의 멤버였다. ㄹ씨는 "당시 B씨는 아침에 남자는 제외한 채 여자 봉사단원 3~4명에게만 산책을 하자고 제안했다"며 "2번 정도 따라 갔다가 너무 불편하게 느껴져서 이후에는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ㅁ씨는 "당시 B씨와 여성 자원봉사자들이 허그를 할 때 봉사자들의 표정이 안 좋았다, 당시에도 추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저뿐만이 아니라 같이 봉사를 다녀온 친구들도 불쾌해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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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 Wikimedia Commons


문제제기 이어지자 해임 아닌 사임

피해자들이 침묵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강제로 입맞춤을 당한 ㄱ씨는 ㄹ씨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고, ㄹ씨는 A단체 사무국에 있는 팀장에게 이야기를 전달했다. 하지만 별다른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이후 2015년에 인턴 직원으로 일하던 ㅁ씨는 일을 그만두던 당시에 "B씨가 자원봉사자 추행을 한 것을 알고 있다"고 실무자에게 전했고, 이 말은 B씨에게까지 전달이 됐다. 그제야 B씨는 ㄱ씨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시간이 지났지만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네... 진심으로 용서를 구합니다"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보내고, ㅁ씨에게도 "실망감을 주게 되어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올해 3월 B씨에 대한 한 인턴 직원의 '미투'가 터져나온 후, A단체 측은 사건 수습의 차원에서 ㄱ씨에게도 사과 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포함해 피해자 이름을 적히지 않았다. A단체 메일에는 "그동안 B씨가 행한 불편한 언행과 행동으로 인해 큰 상처를 받았을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라며 "B씨가 직위에서 물러났으며, 성희롱 교육을 철저히 할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ㄱ씨는 가해 사실을 명시하고 재발 방지 노력의 구체적 내용을 담아 사과문을 재작성해서 보내라고 요구했으나, A단체 측은 "자세한 사과문을 요구한다면 당사자인 B씨에게 직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A단체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사회는 개인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서 법인이 책임지는 방법은 '해임'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B씨의 그동안 노고를 감안해 스스로 사임을 하는 것으로 처리하기로 했다"라며 "물론 앞으로도 B씨가 복귀하는 일은 당연히 없다는 게 이사회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사회 입장은 B씨의 행위에 대해 책임지는 부분은 B씨의 해임까지이며, 이에 대한 (A단체의) 공개 사과문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ㄱ씨는 "이사장이 B씨의 친아버지이므로 다시 대표로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며 단체 후원자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사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후원자들만이라도 대표의 성추행 가해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B씨 "제가 한 일에 대해 책임졌다... 피해자들에게는 죄송"

가해 당사자로 지목돼 온 B씨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반성하고 있고, 제가 (대표 사임으로) 책임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책임을 졌다"며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 몸가짐을 고쳐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봉사자들에 대한 잦은 스킨십 시도에 대해 "밀폐된 장소에서 한 일이라면 너무나도 악의적이었겠지만 그건 아니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일하는 봉사자들에 대한 반가움의 표현에서 과하게 행동했을 수는 있다"며 "의도와 상관없이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을 미처 생각하지 못해 불쾌감을 준 것은 죄송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B씨는 ㄴ씨가 증언한 2014년 해외 출장 당시의 성추행 의혹에 관해서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NGO내성폭력 #미투 #국제개발협력단체 #해외봉사 #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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