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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한국서 정쟁화... 좌우 대립 함정서 벗어나자"

[한반도 전환의 시대, 북한 인권운동 어디로 갈 것인가] "김정은 시대, 북 달라져"

등록 2018.06.01 13:59수정 2018.06.0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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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서울 종로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전환의 시대, 북한인권운동 어디로 갈 것인가' 국제학회에서 발표자들이 발표하고 있다. ⓒ 신상미



한국에서 약 20년간 뿌리내려온 북한인권운동이 정쟁화되면서 대중운동으로 발전하는 데 실패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손광주 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은 31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한반도 전환의 시대, 북한인권운동 어디로 갈 것인가' 국제학회에 참석해 "북한인권운동이 (한국에서) 실패한 이유엔 2가지가 있다"면서 "인권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한국사회에선 정쟁의 도구가 됐다"고 밝혔다. 

손 전 이사장은 이어 "인권과 민족주의 혼동 현상이 있어 왔다. 양자는 양립이 불가능하다"며 "그런데 북한 주민 인권이라는 범주와 남북통일이라는 범주가 혼동되면서 인권문제가 남북문제에서 소외돼왔다. 민족문제를 우선시하다 보니 인권문제가 설 자리를 잃었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도구로 인권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일부 있어 왔고, 좌우 갈등 사이에서 정쟁의 도구로 변질됐다. 또 한국사회가 인권 가치보다 민족주의를 더 우위에 두면서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북한을 자극하고,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권은경 ICNK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해 "북한을 대할 때 북한만의 특수성이 있다거나 남북관계에 특수성이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그것보다는 국제규범의 잣대로 북한을 평가하고, 이에 미치지 못하는 인권 문제는 국제적 수준으로 개선을 촉구하고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광백 통일미디어 대표는 "좌우 대립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이것을 극복 못하면 북한인권운동은 반쪽짜리 운동이 된다"면서 "2500만명 북주민의 알 권리를 위한 일에 좌우가 어딨겠나. 좌우가 힘을 합쳐야 하는 가장 중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선 대중적인 지지를 얻기 어려웠던 반면 국제사회에선 북한인권운동을 의제화하는 데 단기간에 성공을 거뒀다. 유엔(UN)은 2005년부터 북한인권결의안을 13년 연속 채택, 관심을 보여왔고, 2014년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북한인권보고서가 채택되는 성과를 얻었다. 또한 남한 NGO의 헌신적인 활동을 통해 미국과 유럽 등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북한인권 상황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됐다. 

이 대표는 북한인권운동이 북한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의제를 제시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시장활동 촉진에 따른 개인재산 보장 문제 ▲여성ㆍ어린이ㆍ장애인 인권 의제화 ▲인터넷 접속 자유 ▲표현ㆍ양심ㆍ언론의 자유 등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북한은 전 세계에서 인터넷을 통제하는 유일한 나라다. 실제로 아프리카에 대형 애드벌룬과 드론을 띄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한 프로젝트가 있다"며 "젊은이들이 이런 것에 관심을 갖고 북한을 상대로도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권은경 사무국장은 최근 북한의 해외파견 노동자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돌격대 강제노동에 대해 언급했다. 권 사무국장은 "북한에 돌격대라고 무보수로 젊은이들을 데려다가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 제도가 있다"며 "유엔 노예제 특별보고관실과 CRC(유엔아동권리협약)는 돌격대를 해체하라고 요구해왔다. 앞으로 북한과의 경제협력 시 돌격대 해체를 조건으로 내걸어야 한다. 인건비를 정당하게 주고 노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이원웅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10주년 행사에 패널로 초대받았을 때 창립 10년이 됐으니 북한 인권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한 적이 있다"면서 "지난 2년간 민변과 대화ㆍ접촉하고 있다. 민변 내에 한국인권학회를 만든 분들이 있다. 이들이 먼저 내게 학회 내에 북한인권분과를 맡아달라고 해서 맡아서 활동 중이다. 현재도 꾸준히 양자가 물밑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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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열린 '한반도 전환의 시대, 북한인권운동 어디로 갈 것인가'에서 발표자들이 앉아 있다. ⓒ 신상미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시체가 부패할 때 다량 유발되는 질소를 식물이 빨아들인다"면서 "이것에 착안해 테네시 대학 연구팀이 특정한 장소에서 대량학살이 있었는지 단기간에 빠르게 확인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영환 대표는 "이런 것을 북 내부에 알리면 아무도 감히 공개처형, 유사시 대량 학살을 저지를 생각을 못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영환 대표는 약 2만명에 달하는 인종청소를 자행한 유고슬라비아 라도반 카라지치의 국제형사재판소(ICTY) 재판 현장을 직접 참관하고, 당시 재판장이었던 권오곤 재판관을 만나 북 인권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표와 그가 속한 단체는 외국의 다양한 인권 유린, 대량학살 사례를 수집해 북한인권 개선에 적용해왔다. 특히 구글어스 위성사진과 탈북민 375명의 심층 인터뷰를 3년간 진행한 결과를 지난해 7월 보고서로 발표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이날 학회에 참석한 연구자들과 NGO 활동가들은 한결같이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인권 유린의 완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버지인 김정일과 달리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목소리에 반응을 한다"고 밝혔다. 

홍진표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이와 관련해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당국은 공식적으로 교화소 내 구타와 형벌 금지 지시를 내렸다"면서 "북송 탈북자 중 정치적 연루가 없는 단순 생계형 탈북의 처벌은 약화됐다. 김정은 정권은 제한적이지만 국제사회의 인권 제기에 일정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 당국은 구금시설 안에서 수용자가 사망하면 간수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지시를 하달했다. 이후 구금시설 '의문사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것은 약 12만 명이 현재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내 4개소의 정치범 수용소엔 해당되지 않았다.     

이상용 데일리NK 편집장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당 간부 아내가 인민반장으로 선출됐는데 주민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있었다. 가택수색을 당한 주민이 '영장'을 요구하는 경우, 보위원(국가보위성 소속 비밀경찰)에게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 등 인권 문제에 상당한 변화가 느껴지는 현상이 속속 포착된다. 주민들에게 평등의식이 은연중에 확산되고 있는 걸로 보인다."

베네딕트 로저스 세계기독교연대(CSW) 동아시아 팀장도 "2009년에 북한 헌법에 최초로 인권이라는 단어가 포함됐다"며 "최근 탈북한 탈북민은 감옥에 있을 때 간수로부터 국제조사가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고문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한 탈북자는 '유엔의 북한인권 비판에 대해 들었다. 그게 없이는 아마 인권에 대해 전혀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로저스 팀장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 종교와 신념의 자유 등의 권리엔 전혀 변화가 없다"면서도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인권문제에 있어 작지만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덧붙이는 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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