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 경력 30년, 한문은 취급 못 하는 이유

사라져가는 도장... 도장 파는 분의 슬픈 사연

등록 2018.06.05 14:08수정 2018.06.0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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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 단면 이름을 새기기 전의 대추나무 도장 단면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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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 벼락 맞은 대추나무. 가격은 5만원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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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 문양이 특이한 벼락 맞은 대추나무. 가격은 8만원. 벼락 맞은 건지 뭘 보고 아느냐고 물었더니 "나도 몰라."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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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틀 이름 새길 때 도장을 잡아주는 틀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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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메인 마메인이라고 부르지요. 일명 콩도장. 주로 서류 작성할 때 수정한 뒤에 찍는 도장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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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우신 분 한동안 안 보이시더니 오랜만에 시장에 나오셨네요. 사진을 찍으며 "지금 이 사진 신문에 나올지도 몰라요." 했더니 안 믿는 눈치로 "그러거나 말거나....." 하십니다. ⓒ 조상연


'도장을 사용하는 사람의 만사형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도장 주인의 이름과 사주에 맞는 맞춤형 도장을 제작합니다.'


오래 전, 신문에서 많이 보았던 광고문구입니다. 서민들은 감히 가격도 못 물어볼 정도로 비싼 도장을 새겨주는 곳입니다. 지금도 물론 가격이 싸지는 않지만 이제는 옛날처럼 도장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에 멋으로 새겨서 가지고 다니면 모를까 예전처럼 부러운 마음이 없습니다.

그림에 넣는 낙관은 대부분 돌로 새기거나 값비싼 도장을 사용하기도 하고 또 문인들이 독자에게 사인을 해주며 찍는 도장이라면 모를까 회사에서도 결재란에 도장보다 사인을 많이 사용합니다. 요즈음 어느 사무실을 가봐도 도장 구경하기가 힘듭니다.

한동안 안 보이던 도장 새기는 분이 보입니다. 도장도 이제는 옛날 문화가 되었습니다. 이제 가게 월세를 내가며 일할 수 있을 만큼 도장 새기는 일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안타깝습니다.

"아저씨 오랜만이세요? 도장 많이 파셨어요?"

"밥값도 못 했어요. 요즈음 누가 도장 새기나?"


"그래도 워낙 오랜만에 뵈니 옛날에 좋은 도장 하나 가지고 싶어서 안달하던 생각이 나네요. 사실 쓸 일도 없으면서 왜 그렇게 멋진 도장이 가지고 싶었는지 모르겠어요."

"옛날에는 많이 그랬지. 특히 개인사업하는 사람들은 도장이 그 사람의 지위를 말해주기도 했으니까. 도장 좋은 건 금고에 보관을 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지."

"저는 군대 가기 전 춘천 병무청 앞 길거리에서 한문으로 새긴 도장이 하나 있는데 글씨가 진짜 예술이었지요. 지금은 잃어버려서 없지만 그 뒤로 그렇게 멋진 도장 글씨는 못 보았어요."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줄까? 하하."

"예. 뭔데요?"

"사실은 나 한문으로 도장 못 새겨. 하하."

"예? 아니 도장 경력 30년이라면서요?"

"한문으로 이름 새겨본 지가 워낙 오래 돼서 다 잊어버렸어."

"에이... 그래서 지난번에 제가 도장 하나 파달라고 했을 때 안 된다고 하셨군요!"

"하하."

"오늘은 몇 개 새기셨어요?"

"자가용 타고 오신 분한테 8만 원짜리 벼락 맞은 대추목 한 개. 음~, 용돈 간신히 벌었지."

"잘하셨네요 아저씨. 다음에 또 뵈어요."

#도장 #대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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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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